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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겉은 무뚝뚝 속은 꽉 찬 경상도 사내 같은 팔공산 [대구 야호!]

겉은 무뚝뚝 속은 꽉 찬 경상도 사내 같은 팔공산 [대구 야호!]
팔공산 하늘정원의 정자.
팔공산 하늘정원의 정자.

365일 절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산꼭대기가 있다. 팔공산 관봉(853m)이다. 이곳에는 정성껏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 준다는 '갓바위 부처'가 있다. 자녀의 수능 고득점을 비는 부모, 가족의 건강을 비는 이, 저마다의 간절한 염원을 품은 사람들로 늘 활기가 넘친다. 국립공원연구원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팔공산을 찾은 전체 탐방객 454만 명 중 무려 250만 명이 이 갓바위를 찾았다고 하니 명실상부한 '국민 기도처'라 부를 만하다.

갓바위의 정식 명칭은 '관봉 석조여래좌상'이다. 머리에 반듯한 돌을 이고 있어 친숙하게 갓바위라 불린다. 소원을 들어 주는 부처라 해서 온화한 미소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 마주하면 의외로 근엄하고 위엄 있는 표정이다. 통일신라시대에 조각된 이 부처는 1,000년 넘는 세월 동안 비바람과 서민들의 온갖 애환을 받아 삼켰다. 첫인상은 다소 무뚝뚝해 보일지 몰라도, 당당한 어깨와 부드럽게 이어지는 둥근 곡선을 보고 있노라면 속 깊은 아버지의 자애로움이 느껴진다.

팔공산은 대구의 아버지 같은 산이다. 겉은 무뚝뚝하지만 속은 한없이 인자하다. 서울을 대표하는 북한산이 836m, 부산의 상징인 금정산이 801m 높이인 데 비해, 팔공산은 최고봉인 비로봉 기준 1,192m에 달한다. 대도시를 병풍처럼 지키는 산들 중에서도 단연 압도적인 존재감이다. 실제로 대구 시내에서 바라보면 거대한 성벽이자, 든든한 아버지의 어깨처럼 다가온다.

동쪽 관봉에서 서쪽 가산까지 30km가 넘게 이어지는 드넓은 능선. 팔공산은 '대구의 진산鎭山'으로 오랫동안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2023년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면서 이제는 전국에서 찾아오는 명산이 되었다.

알면 알수록 팔공산은 참 매력이 많은 산이다. 전국 각지에 이름난 산이 많지만, 팔공산처럼 역사와 문화, 지리적 성격을 두루 갖춘 '육각형 명산'은 찾기 드물다. 특정 시대의 역사가 빠져 있거나 반대로 한 시대의 색채만 너무 짙은 경우, 혹은 규모나 위치가 아쉬운 산들과 달리 팔공산은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어우러져 있다.

통일신라시대에는 나라를 지키는 '신라 오악(토함산·계룡산·지리산·태백산·팔공산)' 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중악中岳'으로 대접받았다. 원효대사의 수도처이자 김유신 장군의 훈련장이었고, 견훤에게 패한 태조 왕건이 목숨을 건진 도피처이자 몽골 침입 당시 초조대장경을 품어낸 안식처였다. 임진왜란 때는 전국 승병을 지휘하는 호국 본부였으며, 오늘날 조계종단의 뿌리인 동화사와 한국 최고의 기도처 갓바위를 함께 품고 있으니 고대부터 지금까지 명산의 자리를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

산 이름에 담긴 이야기도 흥미롭다. 원래 팔공산은 '공산公山', '부악父岳', '중악中岳'으로 불렸다. 신라 때 '곰산'이나 '꿩산'이라 부르던 우리말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공산'이 되었다가, 조선시대 들어 지금의 '팔공산'으로 정착했다. 여덟 개의 봉우리가 우뚝해서, 혹은 여덟 고을에 걸쳐 있어서라는 설부터 왕건이 공산 전투에서 패할 때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친 여덟 장수를 기리기 위함이라는 전설까지 다양하지만, 이름의 중심에는 늘 숫자 '8'이 자리한다.

대구분지 북쪽을 에워싼 팔공산은 대구광역시를 비롯해 경북 영천시, 칠곡군, 경산시에 걸쳐 있다. 2023년 군위군이 대구광역시에 편입되면서 전체 면적(126km²) 중 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 가까이로 늘어났다. 그동안 대구 북쪽 울타리에 서 있던 팔공산이 비로소 대구의 품 한가운데로 들어오게 된 셈이다. 이원화되어 있던 관리 주체 역시 국립공원공단으로 일원화되면서 더욱 체계적인 보호를 받고 있다.

갓바위에서 가산까지 이어지는 30km의 주능선은 산꾼들에게도 만만치 않은 코스다. 동봉, 비로봉, 천왕봉, 서봉 등 수십 개의 봉우리가 요철처럼 이어지고, 바위와 흙이 어우러진 길은 짜릿한 손맛과 탁 트인 조망을 선사한다. 그렇다고 산을 즐기는 방법이 고된 산행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남쪽 동화사 지구에서는 케이블카를 타고 편안하게 산중에 오를 수 있고, 북쪽 군위 방면에서는 차를 타고 1,000m 고지의 '하늘정원'까지 다다를 수 있어 누구에게나 기꺼이 품을 내어준다.

팔공산 정상에 오르면 다들 잠시 당황하곤 한다. 숲과 바위 대신 눈앞을 채우는 것은 8기의 통신시설과 거대한 군기지다. 마치 SF 영화의 한 장면이나, 봉합 수술을 막 마친 얼굴을 마주한 듯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하지만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그 무뚝뚝한 흉터마저 미더워진다. 저 투박한 모습이야말로 팔공산이 오랜 시간 대구·경북 시민들의 삶과 안전을 묵묵히 지켜왔음을 보여 주는 훈장 같아서다. 예나 지금이나 팔공산은 그 자리에서 사람들을 지키는 든든한 울타리였고, 이제는 온 국민이 함께 누리는 소중한 국립공원으로 우리 곁에 서 있다.

휴행休行: 휴식하며 산행하는 팔공산 산행 코스

갓바위는 대구 방면과 경산 방면에서 오를 수 있다. 대구 쪽은 관암사를 거쳐 1,365개의 돌계단을 올라야 한다. 경사가 급하지만 접근성이 좋아 많은 대구시민이 이용한다. 대구 동구 진인동 방면 임도를 따라 관암사를 거쳐 돌계단으로 오르는 코스가 가장 인기 있다. 초입에서 오른쪽 산길로 오르면 1km 정도 더 걸어야 하지만 갓바위까지 산길로 오를 수 있다. 용덕사 뒤쪽 능선에서 갓바위로 이어진다. 선본사에서 출발하는 경산 쪽은 상대적으로 완만하고 거리가 짧아 초보자나 가족 단위 탐방객에게 적합하다.

주차장~하늘정원 구간의 완만한 데크계단.

군사보안상의 이유로 출입이 통제됐던 팔공산 천왕봉 정상부가 2009년 개방돼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당시 군위군은 이 일대를 휴식공간으로 조성하고 하늘정원이라 이름 지었다. 동산탐방지원센터에서 하늘정원까지 지그재그 산길을 따라 차를 갖고 편하게 오를 수 있다. 오도암갈림길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이내 하늘정원이 넓게 펼쳐진다. 하늘정원 전망대에서 비로봉과 주변의 능선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고, 망원경으로 한티재와 가산산성도 볼 수 있다. 통신시설 방향으로 걸으면 비로봉에 도착한다.

팔공산에 있는 수많은 사찰과 암자 가운데 가장 크고 권위 있는 곳이 동화사다. 동화사는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의 명당으로 알려졌으며, 봉황은 오동나무에 깃들어 산다고 하여 예로부터 경내에 오동나무를 심었다. 그래서 사찰 이름도 '화려한 오동나무의 절집'이란 뜻의 동화사다. 일주문인 봉황문 주차장에서 동화사로 가는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어디로 가든 느린 걸음으로 15분이면 오른다. 널찍한 임도 옆으로 계곡물 소리가 들리고, 가을이면 아름다운 단풍 터널이 이어져 고즈넉한 사찰 분위기를 한껏 누릴 수 있다.

출처: 월간 산 https://n.news.naver.com/article/094/0000013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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