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몰랐어?’ ‘삼전닉스’ 투자하는 미국 ETF, 87% 급등…15조 규모라니 [투자360]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핵심 편입 종목으로 담은 미국 상장 메모리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 50일 만에 자산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해당 ETF는 상장 이후 최근까지 서학개미 순매수 3위에 이름을 올리며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도 ‘직구’ 종목으로 떠올랐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라운드힐 메모리 ETF(DRAM)는 지난 4월 2일 출시된 뒤 50일 만인 5월 22일 자산 규모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출시 이후 자금 유입액은 86억달러, 수익률은 87%로 집계됐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계좌를 통한 직구도 적지 않았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DRAM 상장일인 4월 2일부터 5월 26일까지 해당 ETF를 4억7421만달러 순매수했다. 모닝스타 기준 출시 이후 자금 유입액 86억달러와 단순 비교하면 5.5% 수준이다.
다만 국내 투자자 자금이 DRAM 흥행을 주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예탁결제원의 순매수결제액과 ETF 설정·환매를 반영한 자금 유입액은 산출 방식이 달라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국내 투자자 순매수액이 전체 유입액 대비 5% 수준이라는 점은 이번 흥행의 중심이 글로벌 AI 메모리 투자 수요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DRAM은 미국 ETF 발행사 라운드힐 인베스트먼트가 내놓은 액티브 ETF다. HBM, D램, 낸드, SSD 등 메모리 반도체와 저장장치 관련 기업에 투자한다. 기존 미국 반도체 ETF가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등 AI 칩 설계주와 파운드리, 장비주까지 폭넓게 담는 것과 달리, DRAM은 메모리와 저장장치 기업으로 투자 대상을 좁혔다.
DRAM의 포트폴리오는 한국 메모리 대장주를 중심으로 짜여 있다. 인베스팅닷컴 기준 라운드힐 메모리 ETF는 SK하이닉스를 25.94%, 삼성전자를 21.62% 편입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합산 비중은 47.56%다. 국가별 비중에서도 대한민국이 47.55%로 가장 높고, 미국은 26.37%다. 글로벌 투자자금이 한국 반도체 기업을 절반 가까이 담은 미국 ETF로 유입된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큰 해외 ETF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 상장 iShares MSCI South Korea ETF, Franklin FTSE South Korea ETF 등 한국 단일국가 ETF 역시 한국 증시 전체를 추종하는 상품인 만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종목 비중이 40% 이상으로 높다. 다만 DRAM은 한국 시장 전체가 아니라 ‘AI 메모리 반도체’를 투자 테마로 내세운 미국 상장 ETF다.
DRAM은 키옥시아홀딩스, 샌디스크, 씨게이트테크놀로지홀딩스, 웨스턴디지털, 난야테크놀로지,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해외 메모리·저장장치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이 국가 대표주를 넘어 글로벌 AI 메모리 투자 상품의 핵심 소재로 활용된 것이다.
ETF의 고향인 미국 시장에 DRAM 같은 메모리 전용 ETF가 이제서 등장한 배경엔 산업 특성도 작용했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소수 업체 중심으로 압축돼 있어 일반 ETF처럼 넓게 분산하기 쉽지 않다. 메모리는 그동안 장기 성장 테마라기보다 가격 등락이 큰 경기순환 업종으로 분류돼 독립 테마형 ETF로 상품화되기 어렵기도 했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이후 HBM과 D램이 AI 인프라의 병목으로 부각되면서 메모리만 따로 떼어낸 ETF의 상품성이 부각됐다.
운용사인 라운드힐의 규모도 눈길을 끈다. 라운드힐은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스트리트 같은 초대형 ETF 운용사가 아니라 테마형 ETF를 주로 내놓는 미국 중소형 발행사다. 라운드힐은 지난해 11월 회사 전체 운용자산이 10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는데, 이번에는 DRAM 한 상품이 출시 50일 만에 같은 규모를 넘어섰다. 한국 메모리 반도체를 전면에 세운 틈새 상품이 글로벌 ETF 시장에서 라운드힐의 이름을 알린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