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빨리 사라지는 히말라야 빙설… 한편선 홍수, 한편선 물부족 우려

적설 지속도 평년 대비 27.8% 낮아져 관측 이래 최저
쌓인 눈 위 비 내리는 ROS 현상으로 홍수 위험
기온 상승으로 빙하 결합 약화되며 주변 암석 붕괴
기후변화로 히말라야 빙하들이 녹아내리는 가운데 네팔 마낭의 툴라기 빙하호도 홍수 위험에 처한 네팔 47개 호수 중 하나다. /네팔리타임즈
지난 겨울 아프가니스탄부터 미얀마까지 8국에 걸친 힌두쿠시-히말라야(HKH) 고산지대에 내린 눈이 지표에 머문 기간이 가장 짧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철 눈이 지표를 덮고 있는 기간을 나타내는 ‘적설 지속도’가 2003년 관측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과거엔 겨우내 내린 눈이 빙하 위에 오래 덮여 있으면서 얼음이 녹는 걸 막아줬지만 온난화 여파로 눈이 빨리 녹으면서 홍수 위험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31일 히말라야의 빙하와 기후를 연구하는 국제기구인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 등에 따르면, 2025~2026년 HKH 지역의 적설 지속도는 과거 평균값보다 27.8% 낮았다. ICIMOD가 적설 지속도를 관측한 2003년 이후 2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적설 지속도는 눈이 내린 뒤 지표에 얼마나 오래 남아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인공위성으로 매일 지표에 눈이 덮여 있는지를 관측한 뒤 이를 2003년 이후 과거 관측치와 비교한다. 예컨대 과거에는 겨울철 평균 100일가량 눈이 덮여 있던 곳에서 올해는 70일만 눈이 남아 있었다면 적설 지속도가 평년보다 약 30% 낮아진 셈이다. ICIMOD는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를 하나의 적설 시즌으로 분석한다.
특히 적설 지속도는 최근 4년간 빠르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2~2023년 적설 지속도는 평년보다 7.7% 낮았지만, 2023~2024년에는 17.9%, 2024~2025년에는 23.6% 낮아졌다. 지난해 관측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불과 1년 만에 다시 최저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이런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히말라야에 내린 눈이 아시아의 거대한 물 저장고가 되기 때문이다. 눈은 겨울 동안 쌓여 있다가 봄과 여름에 천천히 녹으면서 하류로 흘러가 물을 공급한다. 같은 양의 강수라도 비는 곧바로 산비탈과 하천을 따라 흘러가지만, 눈은 산에 쌓여 수개월 동안 물을 붙잡아 두기 때문이다. 눈이 평년보다 일찍 녹으면 물도 그만큼 일찍 하류로 흘러가 정작 물이 많이 필요한 시기에 부족해질 수 있다. 계절별 물 공급의 균형이 흔들리는 것이다.
여기에 기온 상승으로 과거 눈으로 내리던 강수가 비로 바뀌고 있다. 특히 이미 쌓인 눈 위로 비가 내리는 ‘ROS(rain-on-snow)’ 현상이 문제가 되고 있다. 작년 3월 국제 학술지 ‘npj 기후·대기과학’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1979~2018년 아시아 고산지대의 강수를 분석한 결과, 전체 면적의 37.1%에서 최소 한 차례 이상 ROS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히말라야에선 허리에 해당하는 해발고도 3000~4500m 구간에서 과거 눈으로 내리던 강수가 비로 내리는 현상과 ROS가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ROS가 위험한 건 비가 내리면서 산에 쌓여 있던 눈까지 녹아서 동시에 하천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ROS가 발생했을 때 눈이 물로 변하는 속도가 일반적으로 눈이 녹는 속도보다 평균 1.27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빗물에 눈 녹은 물까지 더해지면 하천으로 한꺼번에 많은 물이 흘러들어 홍수 위험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는 속도가 빨라진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히말라야 고지대 기온이 오르면서 빙하와 눈이 빠르게 녹았고, 이것이 이번 네팔 사고의 출발점이었다”면서 “녹은 물은 빙하 내부와 바닥의 결합을 약화시키고, 빙하가 지탱하던 주변 암석까지 함께 무너질 가능성을 키울 수 있어 앞으로 이런 홍수의 위험에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눈이 지표면을 덮고 있는 기간을 나타내는 지표. 특정 기간 눈이 덮여 있던 일수를 평년값과 비교해 눈이 오래 또는 짧게 유지됐는지 보여준다. 지속도가 낮을수록 눈이 평년보다 빨리 녹아 사라졌다는 뜻으로, 기온 상승과 강설량 감소 등의 영향을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