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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 다섯 달 사이 한국 평가 세 번 바꿨다...그 이유는? [마켓프리즘]

블랙록, 다섯 달 사이 한국 평가 세 번 바꿨다...그 이유는? [마켓프리즘]
◆…(사진=GPT5.6 제작)
◆…(사진=GPT5.6 제작)

4월 비중확대→6월 중립→9월 비중확대…근거는 매번 실적 아닌 레버리지

외국인은 그 사이 석 달간 30조원 순매도…올해 코스피 누적은 169조원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올해 내놓은 한국 증시 목표치는 코스피 9000에서 1만2000까지다. 실적 전망을 의심하는 곳은 거의 없다. 신용평가사들도 성장률 전망을 올렸고 내년 예산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런데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계속 순매도하고 있다. 하반기인 7월부터 이달 14일까지 석 달이 안되는 기간에 30조원이 넘는다. 평가와 자금이 반대로 움직인 것인데, 더 눈여겨볼 것은 순서다. 기관들의 평가는 자금 흐름을 이끌지 못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올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주식 스탠스를 세 차례 바꿨다.

첫 번째는 4월 16일이다. 블랙록은 신흥국 주식을 '비중확대'로 올리면서 한국을 앞세웠다. 웨이 리 글로벌 수석투자전략가는 "한국은 우리가 신흥국을 비중확대로 보는 핵심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당시 코스피는 연초 대비 47% 오른 상태였다. 반도체 대형주 쏠림을 걱정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일부 투자자는 대형 반도체주 집중을 문제로 보지만, 기술 전환기에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했다.

두 번째는 6월 30일이다. 중간 전망 보고서에서 신흥국을 '중립'으로 내렸다. 이유는 두 달 전 자연스럽다고 했던 바로 그 집중이었다. 블랙록은 "여러 시장이 같은 밸류체인에 묶여 있을 때 지리적 분산은 집중 리스크를 줄여주지 못한다"며 "그런 집중 리스크 때문에 신흥국 주식 전반을 하향한다"고 적었다. 한국과 대만이 같은 반도체·인공지능 공급망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었다.

세 번째가 9월 14일이다. 블랙록은 신흥국 주식을 다시 '비중확대'로 올렸다. 블랙록은 복귀 근거를 "6월 중간 전망에서 신흥국 의견을 변경했던 것은 레버리지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고, 특히 한국이 그랬다"면서 "이후 한국 주식은 손실을 봤고, 여름 동안의 디레버리징이 그 우려를 덜어줬다. 그것이 비중확대 복귀를 뒷받침한다"로 들었다. 한국 기업의 실적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한국 주가가 떨어졌고 수급이 개선되어서 긍정적이라는 뜻이다.

목표 지수 9000∼1만2000까지..."급락을 실적 문제로 안 봐"

투자은행들의 숫자는 일관되게 강했다. JP모건은 5월 10일 코스피 전망을 제시하며 강세 시나리오로 1만, 기본 9000, 약세 6000을 제시했다. 근거는 메모리였다. "메모리 업사이클은 더 오래,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모건스탠리는 8월 3일 한국 증시를 비중확대로 올렸다. 목표는 코스피 9000으로 당시 지수 대비 36% 상승 여력이었다. 급락을 실적 문제로 보지 않았다. "최근 급락은 펀더멘털이 아니라 수급 충격"이며 "레버리지 청산이 상당 부분 마무리된 만큼 앞으로는 기업 실적과 인공지능·반도체 업황 개선이 다시 시장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가장 높은 숫자는 골드만삭스에서 나왔다. 티머시 모 아시아태평양 수석주식전략가는 이달 7일 코스피 목표 1만2000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현 지수 대비 80% 가까운 상승 여력이다. "우리는 여전히 이 목표를 고수한다. 실적이 나올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시장이 이번 이익 사이클의 지속 기간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올해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이 360%가량 늘고 내년에는 35% 수준으로 둔화할 것으로 봤다. 목표치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7.5배 기준이며, 현재는 5.3배로 7년 평균의 절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노무라증권도 4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주가가 최고점 대비 약 37% 하락했고 내년 예상 PER이 평균 3배 수준에 불과해 심각하게 저평가됐다"는 것이다. 목표주가는 삼성전자 67만원, SK하이닉스 470만원을 유지했다. 노무라는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고, 빅테크와의 장기공급계약에 포함된 20~30% 선지급금과 위약금 조항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수익 가시성"을 준다고 평가했다.

같은 기간 실제 자금은 반대로 움직였다. 한국거래소 집계로 외국인은 전체 시장에서 7월 9조8000억원, 8월 12조원, 9월 들어 14일까지 8조4600억원을 순매도했다. 석 달 합계 30조원이 넘는다.

코스피만 떼어 보면 흐름이 더 길다. 연합뉴스 집계로 올해 1~8월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순매수한 달은 1월과 4월 두 달뿐이었다. 2월 21조원, 3월 35조원, 5월 44조7000억원, 6월 48조6000억원이 빠져나갔고, 8월 말까지 누적 순매도는 169조6022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순매도액의 36배에 이른다.

지수는 이 흐름을 그대로 따라갔다. 코스피는 6월 18일 사상 처음 9000선을 넘어 다음 날 장중 9385.59까지 올랐다가, 7월 2일 7.89%, 7월 13일 8.95% 급락하며 7000선이 무너졌다. 14일 종가는 6669.64로 6월 고점 대비 약 29% 아래다.

신용평가사들의 평가는 보는 시각이 달랐다.

무디스는 8월 18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1.9%에서 3.5%로 대폭 올리며 반도체 호황이 2027년 중반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다. 9일에는 피치와 함께 2027년 예산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재정 건전성과 성장동력의 균형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한국 신용등급은 무디스 Aa2, 피치 AA-로 유지되고 있다. 피치 등급은 2012년 9월 이후 14년째 같은 자리다.

다만 피치는 조건을 달았다. 제목부터 '한국의 2027년 예산안은 재정지표를 개선시키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일 수도'였다. 반도체 기업 실적이 세수 급증으로 이어지면서 내년 국가채무비율 전망이 48.3%로 기존 전망 51.7%를 밑돌게 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지금과 같은 양호한 재정전망은 현재 진행 중인 인공지능 및 반도체 관련 수익 사이클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에 크게 좌우된다"고 했다. 세입 증가분이 반도체 한 산업에 몰려 있다는 점이 "재정성과 호전이 한시적인 데 그칠 위험"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피치는 이렇게 덧붙였다. "현재의 반도체발 세수 급증이 사라지고 세입 증가세가 정상화되면 재정적자는 다시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국가신용도 측면에서 핵심 질문은 일시적인 인공지능·반도체 관련 세수 증가분을 얼마나 효과적인 투자로 연결해 중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기관들이 낸 답은 달라 보이지만 묻고 있는 것은 하나다. 이 사이클이 얼마나 가느냐다. 골드만은 시장이 그 기간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했고, 노무라는 2028년까지로 봤고, 무디스는 2027년 중반까지로 잡았다. 피치는 그것이 끝난 다음의 재정을 계산했다. 그리고 석 달 동안 30조원을 팔고 나간 외국인은 그 기간을 가장 짧게 본 쪽이다.

블랙록이 이번에 든 복귀 근거가 실적이 아니라 디레버리징이었다는 점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한국 증시를 움직인 변수가 실적이 아닌 수급이었다는 평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조세일보 https://n.news.naver.com/article/123/000239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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