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유도 안 밝힌 대통령의 소방청장 감찰 지시

이재명 대통령이 김승룡 소방청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고 청와대가 22일 저녁에 밝혔다. 청와대 대변인은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이 소방청장에 대한 즉각적인 진상 확인을 지시했다고 밝혔지만 감찰에 착수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는 더 이상의 구체적 설명은 곤란하다고 했고, 소방청 관계자들도 아무도 감찰 사유에 대해 모른다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업무 추진비나 갑질 의혹, 관용차 이용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동 등이 감찰 사유라는 말도 나왔지만 김 청장은 감찰 사유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했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감찰은 수시로 이뤄져야 하고, 감찰 결과에 따라 분명한 신상필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공직 기강이 바로 서고 대형 비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의 감찰 지시는 공직 감찰과 관련된 일반적 상식에 크게 어긋난다.
감찰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감찰 결과가 아닌 지시가 먼저 공개되며 순서가 역전됐다. 대통령의 감찰 지시가 먼저 공개되면, 감찰을 통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소방청장은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하기 힘들다. 대통령에게 이미 낙인이 찍힌 것으로 확인된 기관장 지시가 제대로 먹혀들기 힘들 것은 뻔한 이치다.
감찰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들도 대통령의 감찰 지시가 먼저 공개되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기 힘들 것이다. 공직자들의 업무가 끝난 저녁에 갑자기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청와대가 감찰 지시를 공개할 만큼 이 문제가 긴급 사안인지는 대통령만 알 것이다.
이 대통령은 감찰 지시 이틀 전인 20일 국무회의에서는 올겨울 대형 산불을 막아 아주 큰일을 했는데, 이런 엄청난 성과를 왜 성과 보고서에 안 썼느냐며 소방청장을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취임한 지 두 달 된 소방청장이 공개 칭찬 이틀 뒤 감찰 대상에 오르자 소방청은 물론 공직 사회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작년 12월 사고뭉치를 골라내 책임을 물어야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가 존중받는다며 불시 감찰을 강조했다. 이유도 없고 갑작스런 이번 대통령의 감찰 지시는 그래서 더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