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10조 던진 외인의 변심…돈줄 흘러 들어간 '이곳'

국내 증시의 절대적인 풍향계 역할을 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향해 역대급 매도 폭탄을 쏟아내며 판도를 흔들고 있다. 최근 12거래일 연속 '셀코리아'를 외친 외인의 총 처분 규모는 무려 46조 3천억 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 한 주 동안 코스피 시가총액 최상위권인 반도체 투톱에서만 10조 5천억 원이 넘는 자금을 기계적으로 회수했다. 그동안 증시 상승을 견인하던 주력 대형주 물량을 대거 비워내면서 코스피 지수는 강한 하방 압력을 받는 모양새다.
시장의 이목은 이들이 회수한 막대한 자금의 다음 행선지에 쏠리고 있다. 이들의 거대한 돈줄이 반도체를 빠져나와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의 포트폴리오로 은밀하게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는 사이 외인이 새롭게 점찍은 타깃은 로봇 공학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섹터다. 인공지능(AI) 생태계 확장과 직결된 미래 인프라 테마에 본격적인 베팅을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두산로보틱스를 3,700억 원 규모로 가장 많이 사들였고, 배터리 및 ESS 대형주인 삼성SDI 역시 1,489억 원어치 순매수하며 발 빠른 다변화를 감행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장비주인 서진시스템과 파두 등을 집중적으로 쓸어 담으며 신규 주도주 확보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이러한 파격적인 움직임을 단순한 차익실현을 넘어선 영리한 자금 순환매 전략으로 진단하고 있다. 그동안 고점 부담이 누적됐던 반도체 섹터에서 비중을 덜어내는 대신,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미래 성장 테마로 돈줄을 이동시켜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흐름이 하드웨어에서 전력과 자동화 설비로 전이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다가오는 6월 초 외인의 매도 공세가 진정되느냐와 로봇·ESS 섹터로의 자금 유입 지속 여부가 향후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가를 가장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