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임금격차, ‘임금 형평성’에 대해 문제 제기해야

2026년 6월 24일,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노동조합의 교섭전략 국제포럼〉이 열렸다. 이 포럼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주최와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후원으로 진행되었다. 뉴질랜드노동조합총연맹의 멜리사 안셀브리지스 사무총장은 요양보호사 크리스틴 바틀렛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설명했다. 크리스틴은 같은 일을 하는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았다는 것이 아니라, 돌봄노동 자체가 여성의 일로 간주되어 구조적으로 저평가되었다고 문제를 제기하였다.
한국 노동시장의 성별 임금격차는 약 30%로, OECD 통계에 포함된 1992년부터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더불어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25년 성격차 지수에서 한국은 148개국 중 101위, 성평등 수준이 100위권 밖이다. 한국은 남녀의 고용평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이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효력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뉴질랜드의 사례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에서 나아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1972년부터 동일임금법이 시행되었지만, 여성이 지배적인 직종 자체가 구조적으로 저평가받는 문제에 대해서는 본질적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요양보호사 크리스틴 바틀렛과 노조가 고용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진정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크리스틴은 돌봄노동이 여성의 일이라는 이유로 저평가되어 왔다고 주장하며 청구를 제기했다.
이탈리아 노총(CGIL) 전문직 노조의 페데리카 코기 위원장은 이탈리아 또한 많은 국가와 마찬가지로 법에선 동일임금 원칙을 형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성별 임금격차는 단지 낮은 임금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것은 경력 경로, 직무 분류 체계, 재량적 임금, 의사결정 직위에 대한 접근, 돌봄 책임, 시간제 노동, 불안정 노동, 그리고 투명성의 부재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2021년 임금평등법 제162호가 만들어짐에 따라, 남녀 노동자 현황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기업의 기준을 기존 100인 이상에서 50인 이상 규모로 확대했다. 또한 국가 주도의 성평등 인증 제도를 도입하여 성평등 문제를 기업 정책과 공공 논의, 공공 조달 기준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페데리카 코기 위원장은 인증제는 기업이 실질적인 구조를 바꾸지 않은 채, 단지 대중적 이미지를 개선하거나 공공 인센티브를 받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노조는 특히 고숙련 직종이나 관리직으로 갈수록 성별 임금격차가 기본급이 아닌 보너스, 성과급, 재량적 수당, 현물 급여, 그리고 단체협약으로 정해진 최저 기준 위에 추가로 지급되는 급여 등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불어 보이지 않는 격차는 비자발적 시간제 노동,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 직종 분리 등 구조적인 요인에 크게 기인한다.
코기 위원장은 과거의 낡은 산업 모델에 맞춰진 직무평가 시스템 속에서 여성이 주로 수행하는 감정노동, 돌봄, 소통, 관계적 기술 등의 가치가 저평가되면서, 개인의 임금 인상률이나 진급 과정에 격차가 은폐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의 노동조합은 성별 임금격차가 바로 그 보너스와 수당에 숨겨져 있기 때문에, 기본급뿐만 아니라 모든 변동 급여와 개인 수당을 포함한 총수입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임금 형평성 면에서 선진적인 변화를 만들어냈지만, 그렇게 쌓아올린 제도와 시스템이 정권의 변화로 격변을 맞이했다. 우파연합 정부가 들어선 이후 2025년 5월 6일, 정부가 긴급절차를 통해 1972년 동일임금법에 중대한 변경을 가하겠다고 발표했다. 멜리사 사무총장은 진행 중이던 34건의 임금형평성 청구가 아무런 협의 없이 하룻밤 사이에 취소되었고, 새로운 청구를 제기할 수 있는 길이 제한되어, 사실상 여성 집중 직종의 수천 명에 이르는 노동자가 임금형평성 청구를 할 수 없게 됐다.
노동자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이고, 인권법 위반 소송 및 UN 여성차별철폐협약 제소 등 맹렬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멜리사 사무총장은 무엇보다 직무평가 과정에서 자신이 하는 일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은 여성노동자들은 과거의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스스로 가장 강력한 투쟁의 주체로 변모했다는 점을 중요하게 짚었다.
멜리사 사무총장은 뉴질랜드간호사조직은 새로운 기준을 넘어서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2건의 임금형평성 청구를 밀고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성별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한 뉴질랜드 사회의 노력과 변화를 돌아보며, 다음과 같은 교훈을 한국 사회에 전했다. 첫 번째 교훈은 조직된 힘의 필요성이다. 두 번째 교훈은 진보는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 번째 교훈은 개개인의 이야기의 중요성이다. 요양보호사 크리스틴 바틀렛의 사례는 한 나라 전체의 법적 지형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