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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세계 최고 산악인? 슬로베니아죠"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산악문화상 수상자]

"세계 최고 산악인? 슬로베니아죠"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산악문화상 수상자]
제11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서 버나데트 맥도날드 작가, 산악인 실보 카로와 함께 영화 '산의 전사들'을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제11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서 버나데트 맥도날드 작가, 산악인 실보 카로와 함께 영화 '산의 전사들'을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제11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서 버나데트 맥도날드 작가, 산악인 실보 카로와 함께 영화 '산의 전사들'을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 제11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세계산악문화상 수상자는 버나데트 맥도날드다. 지난 40여 년간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기록해 온 작가이자 연구자인 그는 '21세기 세계 산악문화의 선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유의 철저하고 공정한 문체로 네팔과 파키스탄 현지 셰르파들, 여성 등반가 등 그동안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산악사의 진정한 주체들을 재조명한 공로가 크다.

맥도날드는 지난 9월 슬로베니아의 저명한 산악인 실보 카로와 함께 영화제 참석을 위해 내한했다. 이번에는 슬로베니아의 알피니즘을 조명한 <산의 전사들>이란 작품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맥도날드는 동명의 책을 썼고, 영화제에서는 동명의 영화가 상영됐다. 한국 관객이 묻고, 이들이 답했는데 그중 인상적인 말들을 소개한다.

#1 "슬로베니아 알피니즘의 역사는 세계 최고"

슬로베니아는 우리나라에게는 낯선 나라다. 1991년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한 동유럽의 이 작은 국가는 인구도 200만 명 남짓에 불과하다. 그간 서방 국가들이 주류를 이룬 산악계에서도 딱히 주목받는 나라는 아니었다. 하지만 맥도날드는 "슬로베니아 산악인들이 세계 최고"라고 했다. 슬로베니아 알피니스트들은 히말라야에서 진취적인 등반들을 많이 남겼다. 마칼루 남벽, 로체 남벽, 에베레스트 서릉 다이렉트, 다울라기리 남벽 등 초인적인 난이도의 등반을 완등해 냈다. 그들이 유명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다. 단지 소개가 되지 않았을 뿐.

#2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은 그것을 달성하는 순간 마음이 허전하다. 그러나 길을 찾는 사람은 마음속에 항상 목표가 있다"

슬로베니아 산악인 네이츠 자플로트니크의 말이다. 맥도날드는 그가 슬로베니아 산악인들의 정신적인 지주라고 했다. 네이츠가 쓴 책 <길> 이 이들의 필독서다. 인생과 철학, 등반에 관한 글들이 담겨 있는데 대표적인 대목은 이렇다.

'하나의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진다. 끝없이. 언어의 가장 순수한 의미에서 보면 이것이 바로 자유다. 내 희망과 꿈과 욕망과 함께 나는 나의 끝없는 길을 혼자서 갈 것이다. 이것은 안락한 집의 따뜻한 난로 앞에 앉아 상상력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이런 말들은 이마에 땀방울을 흘리며 인간의 의지와 능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나 자신 속에서 잉태된 것들이다. 나는 이것들을 철저히 시험했다. 너무나 철저해서 멀지도 않은 그곳에 도달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제 곧 다른 사람들이 나를 추월할 것이다. 그 속에 인생의 위대함이 있으니까.'

#3 "끊임없는 훈련과 경험, 그리고 운"

카로는 슬로베니아 산악인들이 훌륭한 성취를 이룬 배경에 대해 한 문장으로 간단히 설명했다. 또한 등정 이후 생존까지 이어지려면 너무 밀어붙이지도, 너무 금방 포기하지도 않는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창의적인 등반을 기획하는 비결 또한 간단했다. 기존의 방식을 되풀이하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하려고 노력하면 된다고 했다.

국가차원의 지원도 중요한 배경이었다. 카로는 "당시 슬로베니아 정부는 정부 차원에서 훈련 프로그램도 지원했고, 재정적인 지원도 해줬다"고 전했다. 양차 세계대전과 내전, 독재 등을 겪으며 정치적 위협이 고도화된 상태였기에 국가가 체제안정을 위한 수단으로 등반을 장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4 "죽은 산악인을 기리는 법? 이야기를 남겨라"

맥도날드는 책을 쓰기 위해 많은 슬로베니아 산악인들을 인터뷰했다. 그는 그들의 미망인들과도 많은 인터뷰를 나눴다며 그중 '두지카'란 인물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먼저 떠난 산악인들을 기리기 위해 열정을 가지고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한편 '알피니스트들은 왜 죽음을 무릅쓰고 산에 가느냐'는 질문에 카로는 "알피니스트들은 물론 죽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알고 있지만, 죽음에 대해서 그리 깊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디어의 문제를 지적했다. 미디어가 등반의 성공보다 실패로 인한 죽음이 더 잘 팔리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이었다. 죽은 산악인이 등반을 위해 기울인 노력이라든지, 동료의 증언 등은 배제된 채 산이 얼마나 위험한지만 다루니 일반 대중이 입체적으로 등반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었다.

#5 "성찰과 이야기가 등산을 예술로 만든다"

창던지기 문학, 수영 문학 같은 것이 잘 활성화되지 않은 반면, 유독 등반이 하나의 예술적 차원으로 여겨지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맥도날드는 "문화, 스토리, 고통 등 복잡한 이야기가 담겨 있기에 문학 장르가 되는 것"이라며, "산악인들은 단순히 산을 오르는 행위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거기엔 수많은 성찰과 이야기들이 있고, 이것이 등산을 예술로 만든다"고 했다.

#6 "왜 더 높은 산을 가냐? 가고 싶으니까"

고산을 오르는 이유에 대한 답은 간명했다. 카로는 수영에 비유했다. 먼저 얕은 물에 들어가면, 좀 더 깊은 물에도 몸을 담가보고 싶은 법이란다. 산도 마찬가지다. 먼저 낮은 산을 오르다보면, 만족이 되지 않고 더 높은 데를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맥도날드는 "작가로서의 심정도 마찬가지다. 책을 쓰면, 그 이전 작품보다 조금 더 잘 쓰고 싶어진다. 이런 욕심들이 동력이 된다"고 했다. 또 "지금껏 만나본 산악인들은 공통된 특징이 있었다. 늘 어느 산을 오르고, 도전하고 있어도 이미 그 다음 목표는 어디로 할지를 계속생각한다. 꿈을 꾸는 자들, 그게 바로 산악인"이라고 덧붙였다.

실보 카로(왼쪽), 버나데트 맥도날드(오른쪽).

출처: 월간 산 https://n.news.naver.com/article/094/0000013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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