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비슷한데 몸값은 왜"…삼전·하닉 저평가 받는 이유 [분석+]

인공지능 반도체 호황으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실적 눈높이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지만 증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일본 키옥시아와 대만 TSMC,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AI 수요 확대와 장기 공급계약, 미국 증시 접근성 등을 앞세워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을 인정받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수준의 이익 전망에도 상대적으로 낮은 배수에 머물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PER은 6배 수준이다. 28일 한화투자증권이 블룸버그 전망을 바탕으로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의 12개월 선행 PER은 TSMC 23.1배, 마이크론 11.2배, 키옥시아 10.6배로 집계됐다. 반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각각 6.6배, 6.0배에 그쳤다.海外 3사 평균과 비교하면 SK하이닉스는 약 56%, 삼성전자는 약 60% 할인받고 있는 셈이다.
올해 예상 PER 기준으로 격차는 더 벌어진다. TSMC는 24.4배, 마이크론은 18.3배, 키옥시아는 10.6배로 제시된 반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각각 8.6배, 6.3배 수준이다. 실적만 놓고 보면 국내 기업들이 뒤처진다고 보기 어렵다. TSMC와 마이크론, 키옥시아 역시 AI 수요 확대를 바탕으로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영업이익 규모만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오히려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8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도 362조원 수준까지 높아졌다. SK하이닉스 역시 2분기 영업이익이 6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265조원대로 제시되고 있다. TSMC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약 270억달러(약 40조원), 키옥시아는 약 1조2980억엔(약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3분기 영업이익 약 52조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증권가는 시장이 단순히 이익 규모보다 이익 지속성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박준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가운데 올해 예상 PER이나 12개월 선행 PER이 10배를 밑도는 종목은 단 하나도 없다"며 "국내 메모리 업체들은 오랜 기간 이익 확장기에도 PER 10배를 넘지 못하는 한계를 가져왔는데, 이는 감익기(실적이 감소하는 시기)의 극심한 이익 감소와 그로 인한 실적 변동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TSMC가 높은 몸값을 인정받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엔비디아 등 AI 반도체 고객사의 최선단 공정 생산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장기간 안정적인 이익 증가가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생산능력이 이미 수년치 예약될 정도로 공급이 부족한 만큼 단순한 경기 사이클보다 구조적인 성장 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마이크론은 메모리 기업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가장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 AI 서버용 메모리와 HBM4 공급 확대를 바탕으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냈고, 현재까지 16개의 장기공급계약(SCA)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모든 목표 계약이 완료되면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장기공급계약 관련 실적은 HBM과 마찬가지로 실적 가시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일반 메모리 사업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키옥시아 역시 낸드 업체에서 AI 스토리지 기업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낸드 가격 반등과 AI 서버용 SSD 수요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메모리 업체에서 AI 스토리지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추진과 주주환원 확대 기대도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여전히 메모리 경기순환주라는 인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외에도 모바일, 가전, 파운드리 등 다양한 사업이 함께 반영되는 사업 구조도 순수 AI 반도체 기업 대비 할인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저평가를 해소할 변수로 ADR 상장을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오는 7월 10일 미국 시장에 직접 상장하면 마이크론과 동일한 투자 무대에서 비교 받게 되는 만큼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미국 시장에 직접 상장함으로써 마이크론 대비 낮았던 밸류에이션을 극복하게 되면 국내 주식에 적용되는 밸류에이션도 차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내 시장에서도 ADR 수준의 밸류에이션이 반영되면 추가 상승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역시 ADR 상장이 잠재적인 재평가 요인으로 거론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저평가 상태와 우호적인 시장 여건을 고려할 때 ADR 상장은 배제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라며 "글로벌 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