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N%’ 성과급…문제는 ‘그것’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잇따라 성과급을 영업이익의 N%로 지급하면서, 산업계 전반으로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우수 인재 확보와 성과 배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기업마다 처한 환경과 경영 전략이 다른 만큼, 일괄적인 배분 방식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노사는 5월 21일로 예고됐던 총파업을 불과 90분 앞둔 5월 20일 밤 10시 45분 극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했다. 기존 초과이익성과급과 별도로 반도체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고, 사업 성과인 영업이익의 10.5%를 자사주로 지급하되, 지급 한도는 두지 않기로 한 것이 골자다. 특별경영성과급은 DS 부문 누적 영업이익이 2026~2028년에는 200조원, 2029~2035년에는 100조원을 넘으면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합의는 산업계 전반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LG유플러스 노조는 올해 임금 협상에서 회사 영업이익의 30%를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가 성과급을 영업이익의 구체적인 비율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한 달 동안 쟁의행위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도 가세했다.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이 뭉친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은 지난 5월 20일 파업 찬반 투표 결과 모두 찬성으로 가결했다. 5월 27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여는 카카오 노사 2차 조정회의 결과가 결렬되면 창사 이래 첫 공동 파업에 나설 전망이다.
성과급 분쟁을 촉발한 배경에 노란봉투법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과 노동쟁의 범위 확대로 파업에 대한 노조의 법적 부담이 줄었다는 분석에서다. 조선 업계처럼 하청 노조가 원청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경우, 종전에는 법적 장벽이 있었지만 이제 원청이 실질적 사용자로 인정되는 경우 교섭에 응해야 한다.
분쟁의 핵심은 금액보다 공식의 고정화에 있다. 그간 삼성전자의 성과급은 경제적부가가치라는 대외비 산식으로 산출됐다. 노조는 이를 깜깜이라고 비판하며, 누구나 계산할 수 있는 투명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이익의 고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떼어내는 방식에 강한 부담을 표했다.
글로벌 기업들도 대체로 영업이익의 N%로 못 박은 곳은 드물다. N%로 고정하더라도 경영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도록 기준을 최소화했다. TSMC는 대만 회사법과 정관에 따라 법인세 차감 전 이익을 기준으로 일정 비율을 직원 성과급으로 산정한다. 직원 보너스는 최소 1% 이상, 이사 보수는 0.3% 이하로 정했다.
미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실적이 좋으면 성과급 성격으로 자사의 주식을 나눠준다. 일례로 엔비디아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7% 수준인 14조원 어치 주식을 직원 4만명에게 나눠줬다. 직원 1인당 3억5000만원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성과급 기준을 고정하더라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성과급은 각 사의 경영 전략에 따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문제는 기업마다 처한 상황이 제각각인데도, 타사가 하니 우리도 하자는 식의 단순 논리로 성과급을 요구하는 흐름이 확산되는 것이다. 직원 보상 정책, 투자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파업을 무기로 영업이익의 N% 성과급이 강요될 경우, 성과급이 고정비가 돼서 경영 유연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영업이익을 노동의 성과로만 볼 수 있나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나 조선업 수주 호황이 직원들의 근면한 노동과 별개로, 수급 불균형에 따른 가격 급등 등 시장의 외부 요인에 의해 도출된 성과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인프라 구축, 세제 지원 등 공공 기여도 무시할 수 없다.
승자독식이 굳어지는 AI 시대에 막대한 이익과 연동한 성과급이 반복되면, 노동 시장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김동배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 중심의 고임금 섹터에서 성과급이 대중소 이중 구조를 더 심화시키는 주범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각 기업의 상황과 재무 데이터에 기반한 근본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조진형 교수는 업계 기류를 의식한 직원 사기 진작 차원의 요구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재무 데이터에 기반하지 않은 보상 확대는 주주 이익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과급 산정의 핵심은 주주의 수용성이다. 보상 증액이 단순한 비용 지출에 그치지 않고, 생산성 향상과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구체적이고 인과적인 데이터가 제시돼야 주주를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