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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위헌' 배수진…출구 없는 靑-대법원 치킨게임

조희대 '위헌' 배수진…출구 없는 靑-대법원 치킨게임
조희대 대법원장(왼쪽)과 이재명 대통령이 대치하는 모습. 중간 배경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이다. ⓒ챗GPT
조희대 대법원장(왼쪽)과 이재명 대통령이 대치하는 모습. 중간 배경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이다. ⓒ챗GPT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曺, 국감서 "국회·대통령도 제청에 관여 못해"…'위헌' 네 차례 언급

靑 '재제청' 요구에 대법원은 거부…헌법엔 충돌 풀 후속 절차 없어

200일 넘긴 대법관 공석…민주 "탄핵 사유" vs 국힘 "대법관 쇼핑"

대법관 한 자리를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의 대치가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대법원장의 제청을 사실상 반려하고 재제청을 요구하자,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번엔 대통령과 국회의 제청 관여 자체를 "위헌"이라고 못 박았다. '임명권'을 쥔 청와대와 '제청권'을 가진 대법원이 각자의 헌법상 권한을 내세운 채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헌법기관 간 힘겨루기가 장기전으로 굳어질 조짐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왼쪽)과 이재명 대통령이 대치하는 모습. 중간 배경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이다. ⓒ챗GPT

대선 전부터 쌓인 전운…'이재명 파기환송'이 기폭제

현재 범여권과 조 대법원장 사이에 흐르는 전운은 지난해 대선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결정적 계기는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지난해 5월1일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2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된 지 약 한 달 만에 나온 결론이었다.

민주당은 즉각 '대선 개입'이라고 반발했다. 당내에서는 조 대법원장과 대법관 탄핵론까지 분출했다. 같은 달 7일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 등 대법관 10명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기로 하고 국회 청문회를 추진했다. 당시 박찬대 민주당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대법원 판결을 "사법 쿠데타"라고 규정했고, 당내에선 탄핵까지 거론됐다. 동시에 이른바 '조희대 특검법'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다.

대선이 끝난 뒤에도 앙금은 가라앉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일반증인으로 채택하고 당시 파기환송 판결을 집중 추궁했다. 민주당은 이례적으로 빠른 심리 과정에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했고,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 재판을 없애기 위한 사법부 압박이라고 맞섰다. 조 대법원장은 당시 증인 선서 없이 국감장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를 들은 뒤 자리를 떴다.

갈등이 실제 청와대와 대법원의 권한 충돌로 번진 것은 올해 대법관 인선부터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21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김민기·박순영·윤성식·손봉기 후보 등 4명을 추천했다. 통상 청와대와 대법원장이 물밑 협의를 거쳐 이 가운데 한 명을 최종 제청해왔지만, 이번에는 반년 넘도록 접점을 찾지 못했다.

대법관 공백이 길어지자 조 대법원장은 지난 8월18일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서면으로 제청했다. 사전에 후보를 조율해 대면 제청하던 관행을 깬 것이다. 청와대는 열흘 뒤 손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조 대법원장에게 재제청을 요구했다. "실질적 협의 없는 일방적인 서면 제청"으로 절차적 완결성이 부족하다는 게 청와대 판단이었다. 대법원장의 제청을 사실상 반려하고 다시 후보를 요구한 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었다.

조 대법원장은 25일간의 침묵 끝에 지난달 22일 거부 카드를 꺼냈다. 그는 청와대가 보낸 공문에 재제청을 요구할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즉시 맞받았다.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인식이라면 오히려 헌법에 위배된다는 취지였다.

왜 양측 모두 헌법을 강조하는 것일까. 헌법 104조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장에게 제청권, 국회에 동의권, 대통령에게 임명권을 각각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의 임명을 거부했을 때 대법원장이 다시 후보를 내야 하는지 등 지금과 같은 충돌을 해결할 구체적인 후속 절차는 헌법에 적혀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양쪽 모두 자신의 헌법상 권한을 내세우면서도 상대를 강제로 움직일 뚜렷한 수단을 찾기 어려운 상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감 출석한 조희대…"제청 관여는 위헌"

한 달 가까이 이어진 힘겨루기는 6일 국정감사장에서 다시 폭발했다. 국회 법사위 국감에 출석한 조 대법원장은 준비해 온 A4 문건을 직접 꺼내 들었다. 통상 인사말 뒤 이석하는 관례와 달리 민주당 주도로 일반증인으로 채택되면서 오전 약 2시간30분 동안 국감장을 지킨 뒤였다.

조 대법원장은 "국회와 대통령도 대법원장의 제청에 전혀 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회가 제청 과정에 간섭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기관 간 권한 배분과 사법권 독립에 어긋난다고도 주장했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후보자를 사전에 협의해온 관행 역시 헌법상 의무가 아니라 상호 존중 차원에서 이어져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 6분간 이어진 작심 발언에서 조 대법원장은 '위헌'이라는 표현을 네 차례 사용했다.

증인 선서를 거부한 이유도 제청권과 연결했다. 제청을 마친 순간 자신의 헌법상 권한과 의무는 끝났고, 이후 국회가 불러 제청 경위를 따져 묻는 것 자체가 사법권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앞서 청와대가 문제 삼은 '서면 제청'에 대해서도 헌법에는 제청 방식에 관한 제한이 없다고 반박했다.

민주당과 범여권 의원들은 조 대법원장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재제청 거부를 두고 대통령의 임명권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충분히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이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을 다시 거론하며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손솔 진보당 의원은 "제2의 윤석열을 꿈꾸는 것이냐"는 질문까지 던졌다. 조 대법원장은 이에 "너무 모욕적이고 서글픈 일"이라며 직접 반박했다. 조 대법원장이 이날 이례적으로 의원들의 질의에 직접 반응하면서 국감장은 수차례 고성과 설전으로 뒤덮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반대 논리를 폈다. 주진우 의원은 청와대가 원하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다시 제청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대통령의 대법관 쇼핑"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이 대통령의 과거 재판 문제를 이유로 조 대법원장을 몰아붙이며 사법부 독립을 흔들고 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조희대 대법원장(가운데)등 대법관들이 9월29일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기일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 '위헌'에도 靑 "입장 그대로"…치킨게임 계속

조 대법원장이 '위헌'까지 꺼내며 배수진을 쳤지만 청와대 역시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조 대법원장의 국감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청와대의 입장은 기존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장은 국민이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결과를 존중해 신속히 재제청 절차를 밟아달라는 기존 요구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대법원 역시 재제청 요구를 받아들일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국감에서 재제청 문제와 관련해 "현재 상태에서는 청와대 뜻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기존 추천 후보군에서 다른 후보를 고르라는 취지지만, 대법원은 재제청 요구 자체의 헌법적 근거부터 문제 삼고 있는 셈이다.

힘겨루기가 길어지면서 부담은 대법원 밖으로 번지고 있다. 노 전 대법관은 지난 3월 퇴임했지만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공석 기간만 이미 200일을 넘겼다. 법조계에서는 대법관 공석이 길어질수록 상고심 심리 부담과 재판 지연 가능성이 커지고, 그 비용은 결국 재판 당사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범여권 의원들도 지난달 "대법관 1인당 연간 4000건의 사건을 처리하는 상황에서 공백은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 침해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6일 시사저널TV에 출연해 청와대가 조 대법원장과의 충돌로 '딜레마'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조 대법원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자니 기존 재제청 요구를 거둬야 하고, 무시하자니 대법관 공석 장기화의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진 교수는 "청와대가 무리수를 뒀다가 지금 딜레마에 빠져버린 것"이라며 "조희대의 말을 들어줄 수도 없고 안 들어줄 수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대법관 인선 공백이 길어지면 대통령으로서는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출처: 시사저널 https://n.news.naver.com/article/586/0000139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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