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D램 추격 속도 위협적이지만… ‘기술 과장’ 의구심

[이슈 분석] CXMT가 던진 4F² 쇼크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상용화 이전 단계인 ‘4F스퀘어’(4F²)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서버용 D램을 연내 출시하겠다고 예고하면서 한국이 주도해 온 최첨단 메모리 개발 경쟁이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CXMT의 기술 약진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한국을 위협할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로 평가되지만, 양산 수율과 신뢰성이 검증되지 않은 ‘기술 과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의 실질적 기술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14일 중국 제일재경일보에 따르면 차오칸위 CXMT 사장은 지난 10일 상하이에서 열린 ‘집적회로 및 칩렛 콘퍼런스’에 참석해 “4F²를 적용한 서버용 D램을 연말까지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4F²는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세우는 3차원(3D) 기술로, 현재 D램 설계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6F²’ 방식보다 메모리 셀 단위 면적을 33%가량 줄일 수 있다. 같은 면적의 메모리 셀이라면 4F² 방식으로 설계된 D램이 6F² 제품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것이다.
CXMT가 실제로 4F² 제품 양산에 들어간다면 ‘D램 3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급등한 메모리 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올해 2분기 D램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9.4%, SK하이닉스가 24.9%, 마이크론이 23.3%였다. 메모리 3강의 입지가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4위 CXMT의 추격 속도도 만만치 않다. 1분기 7.6%였던 CXMT의 D램 시장 점유율은 불과 3개월 뒤인 2분기에 9.6%로 2.0% 포인트 증가했다. 여전히 한국과 비교해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3년 이상, D램에서 1~2년가량 뒤처진 것으로 평가되지만, 중국 반도체의 매서운 추격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CXMT가 4F² 출시 예고로 D램 시장에 던진 충격파는 결국 양산 능력에서 지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4F² 기술을 연구해 왔지만, 생산 단가 문제로 양산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이미 4~5년 전부터 4F² 기술을 연구해 왔다”며 “CXMT가 연내 양산에 성공한다면 D램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기술적 도약을 이룬 것”이라고 말했다.
CXMT의 양산 능력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많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기술을 단순히 개발한 것과 제품으로 양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며 “국내 기업들도 4F² 제품 양산 시점을 2029년 이후로 보고 있다. CXMT가 이 제품을 연내에 양산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CXMT가 4F² 기술을 실험하는 단계에서 일부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양산을 위해 필요한 90% 이상의 성공률을 입증할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 박 교수의 지적이다.
차이 사장이 4F²를 직접 언급한 것은 다른 반도체 업계의 시선을 CXMT로 집중시키려는 마케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욱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CXMT는 과거에도 신기술을 발표했지만 중국 내에서 고객사를 찾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며 “CXMT가 미·중 반도체 갈등으로 세계 점유율을 늘리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해도 화웨이 등 중국 내 빅테크 기업들이 4F² 제품을 구입하지 않으면 결국 기술력을 입증하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4F² 상용화의 장벽은 단순한 설계 능력을 보유했는가에 있는 것이 아니다. 누설 전류를 극복하고 양산성을 확보했는가가 관건”이라며 “CXMT가 4F²를 적용한 D램의 샘플을 보유했을 수는 있지만 양산 수율을 얼마나 확보했는지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