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 뇌 신경세포 13만9225개, 수백 명이 완성한 뇌 연결지도

초파리 성체의 뇌 지름은 약 1mm다. 이 작은 뇌에 신경세포 13만9225개가 촘촘히 연결돼 있다. 수백 명의 연구자가 7년에 걸쳐 초파리 뇌 속 모든 신경세포의 형태와 연결 관계를 추적해 3차원 지도로 재구성했다. 2024년 발표된 '플라이와이어(Flywire)'는 세계 최초의 초파리 전뇌 연결지도 프로젝트다.
신경세포는 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다. 신경세포 각각이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연결되는지 아는 일은 뇌 전체를 이해하는 중요한 첫 걸음이다. 뇌 속 신경세포가 3차원 공간 속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 한 땀 한 땀 그린 세포지도가 바로 ‘뇌 연결지도(Brain Connectome)’다.
초파리는 인간과 60%의 유전자를 공유한다. 인간이 겪는 유전질환의 75%는 초파리에서도 나타난다. 따라서 초파리의 뇌를 연구하면 사람의 뇌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초를 얻는다. 플라이와이어는 2024년 10월 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초파리 뇌 연결지도 관련 논문 9편을 실었다. 초파리 뇌 연결지도 자체에 대한 설명부터 초파리가 걷다가 멈추는 동작 뒤에 숨겨진 신경 회로의 작동 메커니즘, 초파리의 색채 반응 원리까지 다양한 발견이 담겼다.
신경세포 13만9255개, 시냅스 5450만개, 세포 종류 8453가지로 이뤄진 이 연결지도에는 새롭게 밝혀진 신경세포 4581종도 포함됐다. 걷고 볼 수 있는 동물의 전체 뇌 연결지도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플라이와이어는 초파리 뇌 전체의 연결지도를 완성하려는 노력은 대략 15년 전 미국 버지니아에 위치한 자넬리아 리서치 캠퍼스의 다비 박이라는 그룹 리더가 시작했다.
자넬리아 리서치 캠퍼스(자넬리아)는 미국 최대 민간 의과학 연구재단 중 하나인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가 2006년 설립한 민간 연구소다. 다비 박 연구소장을 필두로 한 연구팀은 2018년 초파리 뇌 전체를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데이터를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플라이와이어는 이 문제를 재치 있게 풀어냈다. 한국계 미국인 이론신경과학자 세바스찬 승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말라 무르티 프린스턴대 교수와 함께 시작한 프로젝트다.
승 교수는 연구팀의 부담을 덜기 위해 시민과학 방식을 도입했다. 전체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열고 전세계 누구라도 간단한 연습을 거쳐 신경망 재구성 작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플라이와이어 논문에는 작업에 참여한 시민 과학자들 287명의 이름이 빼곡히 적혔다. 승은 “플라이와이어도 자넬리아에서 데이터를 공유해 줬기 때문에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자넬리아는 사실 데이터를 잘 정돈한 다음에 공유하려는 기조를 갖고 있었죠. 신경과학은 원래 다 같이 함께해야 가능한 분야입니다”라고 말했다.
김승수 미국 산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재밌다더라고요. 뇌의 신경세포를 모두 그리는 중요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자부심도 있고요"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플라이와이어 다음 단계는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초파리가 걸을 때, 배가 고플 때, 짝을 찾을 때 등 상태에 따라 신경세포의 연결 강도도 달라진다. 연인에게 차인 초파리와 그렇지 않은 초파리의 행동도 다르다. 뇌 연결지도를 이용해 이런 변화를 설명할 더 믿음직한 가설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쥐의 뇌 연결지도를 만드는 국제 공동 연구 프로젝트 '마이크론스(MICrONS)'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마이크론스는 쥐 시각피질 조각 약 1mm² 안에 있는 뉴런과 시냅스 연결을 전부 재구성하는 프로젝트로 2025년 뉴런 약 7만5000개의 연결지도를 네이처에 발표했다. 포유류 뇌 연결지도 가운데 가장 정밀하다고 꼽히는 이 지도에는 신경세포의 해부학적 연결 정보뿐 아니라 살아 있는 쥐의 뇌에서 각 신경세포가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대한 정보도 함께 담겼다.
뇌 연결지도로 뇌의 활동을 이해하면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사람의 뇌 연결지도가 나온다면 건강한 뇌와 그렇지 않은 뇌를 비교해 어떤 신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 특정하고 치료할 수 있다. 뇌를 보고 질병을 예측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물론 900억개의 인간 뇌 신경세포를 하나하나 디지털 환경에 재구성하는 일은 가까운 미래에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예쁜꼬마선충에서 시작된 여정은 느리지만 분명히 인간을 향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