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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국, 미중 '세력권 분할' 아닌 '패권 경쟁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국, 미중 '세력권 분할' 아닌 '패권 경쟁 장기전'에 대비해야"
ⓒ홍태화 미국 외교정책연구소 연구원
ⓒ홍태화 미국 외교정책연구소 연구원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대한민국을 향한 압박도 커졌다. 중동 사태와 한미 관세협상의 후속 과제는 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이 서반구를, 중국은 아시아를, 러시아가 유럽을 각각 나누어 담당할 것이라는 이른바 '천하 삼분지계'의 세력권 정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될 정도다.

홍태화 미국 외교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세력권 정치 시대가 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미중 갈등에 숨겨진 '제한 전쟁' 유혹의 함정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미국과 대등한 강대국이 됐다'는 과신이 빠르게 자라고 있다"며 "미중 갈등에서 상호확증파괴의 대규모 핵전쟁은 피하는 대신 제한적인 무력 충돌은 시도해볼 수 있다는 오판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한국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홍 연구원은 "한미일-북중러 구도 속 진영 선택에 그치지 말고 '적극적 안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지역별·대내외 전략을 연계하는 큰 그림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기 해법이 아닌 장기 목표를 역산해 오늘의 선택을 정해야 한다"며 "한국의 NSS는 위협 진단을 아예 생략한 문서"라고 평가했다.

현재 미중 패권 경쟁을 어떻게 보고 있나. 홍태화 연구원은 "지난 14~15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결정적 돌파구는 없었지만 결정적 파국도 없었다"며 "양국 관계가 '건설적인 미중 전략적 안정 관계'로 규정되면서 표면적인 휴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휴전 기간이라고 해서 미중 간의 경쟁 구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갈등 관리와 구조적 경쟁의 소멸을 혼동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란 사태 관련 미중 양국의 셈법은 어떻게 분석하나. 홍태화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각자 '원하는 것'을 전부 얻지는 못했지만, '필요한 것'은 가져갔다"며 "이란 전쟁에 발이 묶여 있는 미국으로선 추가 위기 없이 현 상황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은 결과다"고 말했다.

중국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거론한 이유도 그 연장선에서 봐야할까. 홍태화 연구원은 "그렇다"며 "겉으론 평화를 호소하는 것 같지만, 내용은 '기존 패권국이 신흥 강대국에게 자리를 내어주라'는 요구를 우아하게 포장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제한 전쟁'의 위험을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홍태화 연구원은 "'안정-불안정 역설'이 적용된 개념이다"며 "양국이 핵무기를 보유해서 전면전을 펼치는 것은 두려워 전략적 안정성이 유지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낮은 수준의 제한적 무력 충돌은 쉽게 시도할 수 있다고 믿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국가안보전략과 국방전략은 어떻게 평가하나. 홍태화 연구원은 "신고립주의라는 해석은 신중해야 한다"며 "미국은 엄격한 의미에서의 고립적인 국가였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NSS는 어떻게 보나. 무엇을 보완해야 할까. 홍태화 연구원은 "과거 한국의 NSS는 위협 진단을 아예 생략한 문서"라고 평가했다. 그는 "위협 진단과 우리의 목표, 가용한 수단을 정렬시켜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지역별 전략의 연계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태화 연구원은 "트럼프 시대에 한국은 대만 사태에 휩쓸릴 수 있다는 공포, 반대로 버림받을 수 있다는 공포가 동시에 존재한다"며 "해답을 찾으려면 두 가지를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대타협'을 이뤄서 아시아를 중국에 넘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데. 홍태화 연구원은 "종종 '천하 삼분지계'를 거론하며 세력권 정치가 도래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며 "하지만 가능성이 낮은 얘기다"라고 말했다.

국제안보 차원에서 인공지능 기술도 화두다. 주의해야 할 점은. 홍태화 연구원은 "AI는 국가 간 격차를 확대하는 '능력 증폭기'가 됐다"며 "이때 세 가지 위험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AI 시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홍태화 연구원은 "국제적 협약의 보호막을 전제하기보다, 우리 스스로 데이터·판단·통제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군사적 AI를 제한하려는 국제 협약은 검증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을 평가한다면. 홍태화 연구원은 "정확한 전략이 무엇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며 "예컨대 일본과 관계 개선에 진심인 것은 알겠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에 전하고 싶은 말은. 홍태화 연구원은 "한국은 분단국가이자 미·중 경쟁의 최전선에 있다"며 "적극적인 분들도 있지만, 정치권 전반의 외교안보 관심과 실행력은 그 무게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출처: 시사저널 https://n.news.naver.com/article/586/0000129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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