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대출땐 한달 이자만 200만원”…주담대 금리 연내 8% 돌파 가능성

27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에 주택담보대출 상품 광고물이 게시돼 있다. 뉴시스
한국은행이 부동산 시장과 환율 안정을 위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이 빠르게 늘어나게 됐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서 벗어나 있는 자영업자·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72~7.17%로 지난해 12월 말(3.93~6.23%) 대비 하단 0.79~0.94%포인트 상승했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4.20~6.55%로 지난해 12월 말(3.70~5.87%)보다 0.50~0.85%포인트 오른 상태다.
한은 금리 인상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르면 연내 고정형 주담대 금리 상한이 8%를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정형 주담대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 금리가 이달 21일 4.434%로 지난달 27일(4.44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다시 오르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변동형 금리 기준이 되는 7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전월 대비 0.13%포인트 상승한 3.18%로 1년 7개월 만에 가장 높다.
주담대 금리가 8%를 넘을 경우 3억 원을 빌렸을 때 이자만 월 200만 원이다.
만기 30년, 원리금균등상환으로 빌렸을 때는 매달 220만 원을 납부해야 한다. 한은이 발표한 ‘차주별 가계부채 통계’에 따르면 올 2분기 주담대 신규 취급액 평균은 2억 829만 원이다.
이미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 추산 결과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전체 차주의 주담대 이자 부담은 1조 8000억 원 늘어나는데 0.50%포인트 상승하면 3조 7000억 원으로 불어난다. 1인당 평균 이자 부담도 29만 6000원에서 59만 2000원으로 확대된다.
문제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 8000억 원으로 3개월 만에 25조 9000억 원 증가하면서 사상 처음 2000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6조 2000억 원 늘어난 데다 금융 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1.5%에서 3.0%로 확대한 만큼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대출이 늘고 금리도 함께 뛰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금융권은 그동안 중단했던 가계대출을 잇따라 재개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비수도권 주담대 만기를 최대 40년으로 다시 늘리고 모기지신용보증(MCG) 제한도 해제하는 등 본격적인 대출 확대에 나섰다. 삼성화재·한화생명 등 일부 보험사들도 일시 중단했던 주담대 영업을 재개했다. 총량 확대에 따라 개별 은행들의 주담대 규제도 점차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사들은 중도금·이주비·잔금 등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공급을 늘리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은 ‘디에이치방배’ 등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잔금대출 공급을 5000억 원에서 1조 5500억 원으로 늘렸다. 농협·신협도 비조합원 대상 집단대출 영업을 재개하기로 했고 새마을금고도 반년 동안 중단했던 집단대출을 다시 취급할 예정이다.
이렇다 보니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 공급이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대형 대부업자만 해도 개인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18.8%로 법정 최고금리(20.0%)에 근접해 금리 인상으로 조달비용이 늘어나면 더 이상 영업을 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상반기 내수 부진과 물가·금리 상승으로 대출 연체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56%로 6월 기준 2016년(0.71%)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3월 말 자영업자 연체율은 2.04%로 2015년 6월 말 이후 최고치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취약 계층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재정지출을 확대한 것이 오히려 물가를 자극해 금리 인상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물가·금리가 동반 상승하면서 청년·저소득 등 취약 계층만 어려워지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