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블랙리스트' 혐의, 삼성전자 처벌불원서에도 판례상 '형사처벌 가능'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위원장. [사진 연합뉴스]](/static/uploads/rss_bf6cfbf3ae336112.png)
4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노조위원장 등 6명 검찰 송치
삼성전자 처벌불원서 제출에도 5개월 수사 끝에 검찰로
이미 회사 손 떠나 판례상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 선고 내려져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위원장.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두용 기자] 삼성전자 임직원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노조 블랙리스트’를 만든 혐의로 노조위원장 등 관련자 6명이 검찰에 불구속송치 됐다. 회사가 선처를 바란다며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는데 이들이 과연 법적인 책임을 피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경기 화성동탄경찰서는 4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이하 초기업노조) 위원장과 노조 간부 등을 검찰에 불구속송치 했다. 이들은 파업 양상으로 치닫던 3월 당시 다른 임직원의 개인정보를 빼내 노조 가입 여부가 담긴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를 받는다.
사내 시스템 관련 업무를 하는 A씨는 10만여명의 임직원 명단 파일을 확보해 노조에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A씨가 사내 업무 사이트에서 약 1시간 동안 2만여회 접속해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조회한 사실이 이상 트래픽 감지 시스템을 통해 탐지됐다”며 고소한 바 있다.
삼성전자 측은 “특정 부서의 단체 메신저 방에서 수십명 이상의 부서명, 성명, 사번, 조합가입 여부 등이 기재된 명단 자료가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삼성전자에서 노조 미가입자 명단이 확산했다는 사측의 고소 내용 진술을 청취하고, 3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하는 등 수사를 벌여왔다. 결국 약 5개월의 수사 끝에 최 위원장과 A씨의 혐의를 확인해 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외 사내 시스템에 비정상적으로 접속한 다른 삼성전자 직원 4명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송치했다.
지난 5월 20일 삼성전자 노사는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 블랙리스트 의혹 등 각종 민형사 사건의 고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시 회사가 선처를 바란다는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건은 고소 취하나 처벌불원서 제출에도 수사와 처벌이 가능하다. 반의사불벌죄나 친고죄에 해당되지 않는 형사 사건이기 때문에 처벌이 내려질 수 있다. 삼성전자도 검찰 송치는 이미 회사의 손을 떠났다는 사안이라는 판단이다.
화성동탄경찰서 전경. [사진 연합뉴스]
개인정보보호법상 제59조 금지행위 위반은 국가의 형벌권을 제한하는 반의사불벌죄나 친고죄가 아니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가 아닌 개인정보보호법 사건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대법원과 하급심 판례를 살펴보면 처벌불원서에도 유죄 선고를 받은 경우가 다수다. 주로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 선고가 내려졌다. 단순 열람, 명단 작성, 외부 전달, 실제 접촉 등에 따라 처벌과 징계 수위가 달라졌다.
대구 지역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한 공무원 B씨는 지인으로부터 “특정인의 현재 주소와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 사항을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고 정보를 무단 조회한 뒤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소속 기관장 및 동료 공무원들이 처벌불원서를 제출했지만 지난 2020년 대구지방법원은 범죄 피해자가 시스템 관리 주체가 아닌 인적 사항이 유출된 개인(정보주체)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의 행정전산망 무단 접근 및 정보 누설은 공공 시스템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을 들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동통신사 대리점 직원 C씨는 업무상 보관·관리하던 고객들의 개인정보(성명,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기기변경 내역 등)를 사적 목적 및 제3자의 요청으로 무단 조회한 뒤 유출했다. 당시 대리점과 회사 측은 처벌불원서를 제출했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018년 개인정보보호법상 보호법익은 사회적 신뢰 및 개인의 정보자기결정권에 있다고 적시하며 C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