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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구 음식은 이래 묵는 기다" [대구 야호! 대구의 맛]

"대구 음식은 이래 묵는 기다" [대구 야호! 대구의 맛]

대구 음식에는 '적당히'가 없다. 맛을 낼 때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음식 맛이 자극적이다. 자극적인 게 꼭 나쁜 건가? 자극이란 '외부 작용에 의해 감각이나 마음에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자극적인 음식은 혀에 닿자마자 이게 무슨 맛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런 맛은 밥과 술을 부르고, 한번 맛보면 자꾸 생각난다.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차오를 때 먼저 찾게 되는 음식이기도 하다.

자극적인 것은 비단 맛뿐만이 아니다. 재료를 손질하는 굵직한 손길, 음식을 수북하게 담아내는 모양새, 툭툭 접시를 내어주는 제스처마저 시원시원하다. 뭉텅뭉텅 고기를 썰고, 고춧가루와 마늘은 팍팍 넣고, 센 불에 확 볶아내는 식이다. 간은 은은하게, 국물도 심심하게, 불맛도 살짝 내는 서울 음식과는 확실히 다르다. 이런 대구 음식은 속마음을 숨기지 않고 시원시원한 대구 사람의 성정을 닮았다. 유독 뜨거운 대구의 여름 날씨와도 어울린다.

대구에는 '대구 10미味'라 불리는 10가지 향토음식이 있다. 대구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퍼져나간 막창부터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논메기매운탕까지 다양하다. 하나같이 최소 50년 이상 역사를 지녔다. 할아버지부터 손주까지 오랜 세월 대구시민의 애환을 달래 온 셈이다. 어디 10미뿐일까. 중식 노포가 많아 마니아 사이에서는 중식 성지로 통하고, 수많은 치킨 프랜차이즈 역시 대구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대구의 맛을 찾으러 갔다.

*업체로부터 금전 지원을 받지 않았습니다.

생고기 처음 묵어봅니꺼. 푹 담가노이소_ 뭉티기

"우리는 99%가 단골이라예. 관광객이 여까지 뭐하러 오겠습니까."

사장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옆 손님이 말을 건네온다.

현지인 추천을 받고 즉흥으로 찾아간 '계수나무'는 동네 주민들이 찾는 뭉티기 맛집이다. 퓨전이 아니라 옛날 방식 그대로 한다. 뭉티기를 썰어내는 사장님의 칼질이 예사롭지 않다. 잘 써는 비결을 묻자 뭉툭한 대답이 돌아온다.

"경력이지. 26년 됐으니께. 또 첫째 고기가 좋아야 돼예. 딴 거는 필요 없어."

칼끝에 잘려나간 뭉티기가 접시에 착 달라붙는다. 붉게 피어난 장미꽃 같다. 소는 군위에서 잡고, 월화수목금 매일 도축한 싱싱한 고기만 들여온다.

"뭉티기는 하루만 지나도 안 됩니더. 밤 11시 넘으면 뭉티기 못 팔고 육회로 돌려야 해예."

옆 테이블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아재들이 한마디 거든다.

"대구에 유명한 뭉티기집 많지만 여기가 가성비 최고지예. 고기가 너무 얇으면 씹는 맛이 안 난다 아입니까."

대구에서는 1950년대 후반부터 생소고기를 뭉텅뭉텅 썰어 참기름, 마늘, 고춧가루를 섞은 양념에 푹 담가 먹었다. 포인트는 양념을 살짝 '찍는' 게 아니라 '담가' 먹는 것이다. 육질은 쫀득하고, 첫맛은 담백하지만 씹을수록 복합적인 풍미가 난다.

싱싱하지 않으면 판매를 안 하기 때문에 한우 본연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전국적으로는 육회가 보편적인 술안주로 인기를 끌지만, 대구에서만큼은 육회가 뭉티기에 밀려 어깨를 펴지 못한다. 인절미보다 더 차지기 때문에 고기를 담은 접시를 뒤집어도 흘러내리지 않는다.

_ 뭉티기 200g 3만3,000원, 400g 4만8,000원

계수나무·덕일생고기·우적생고기·송림식당

이만치 주는데 만사천 원이라예_ 곱창·막창

대명동 안지랑 곱창거리에 늘어선 수많은 곱창가게 중 사장님의 푸근한 미소에 이끌려 '꼴통곱창'에 들어갔다. 오전 근무를 마치고 퇴근길에 들른 버스기사들이 이른 저녁부터 술잔을 부딪히고 있다. 안지랑 곱창골목은 1979년경 한 식당에서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과 노동자들을 위해 값싸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곱창을 팔기 시작하면서 조성됐다.

1인분이 무려 500g. 가격은 1만4,000원 선이다. 다른 가게도 대체로 비슷하다. 언제부턴가 곱창과 막창이 고급 음식이 되었지만, 대구에서만큼 여전히 부담 없는 안주다. 1970년대 초부터 유행한 곱창과 막창은 소주와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 과거에는 소의 네 번째 위인 홍창을 주로 썼지만, 요즘은 돼지 곱창과 막창을 즐겨 먹는다. 연탄이나 숯불에 구워 다진 마늘과 쪽파를 넣은 특제 된장소스(막장)에 찍어 먹는 것이 대구만의 방식이다.

_ 곱창 500g 1만4,000원, 막창 150g 1만 원

꼴통곱창막창·홍림곱창·걸리버막창·찬앤찬막창·구공탄막창

고기 반, 야채 반이다. 데친 오징어와 논고둥을 아낌없이 넣었다. 향긋한 미나리와 각종 채소를 버무려낸 회무침을 노릇하게 구운 납작만두에 싸 먹으면 궁합이 좋다. 납작만두에 싸서 먹어도 맛있고, 밥에 비벼먹어도 맛있고, 소면을 넣어 비벼도 맛있다. 함께 나온 물총(동죽조개탕)이나 재첩국을 한 숟갈 뜨면 칼칼했던 목구멍이 씻겨 내려간다.

대구는 바다와 멀리 떨어져 있어서 1980년대 이전까지는 싱싱한 활어를 맛보기 어려웠다. 활어회의 대체식품으로 삶은 오징어, 소라, 논고둥을 채소와 함께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을 넣어 즉석에서 버무려냈다. 푸짐하면서도 저렴하고 매콤한 맛 덕분에 대구시민 모두에게 오랜 세월 사랑받는 음식이다. 반고개 무침회 골목에 15개 식당이 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_ 무침회 小 + 납작만두 2만5,000원

양념이 촉촉하게 밴 고기를 한 점 뜯고 나서 손가락에 묻은 양념까지 쪽쪽 빨아줘야 끝이다. 남녀노소 좋아할 수밖에 없는 맛. 동인동 찜갈비 골목에 자리한 '수복찜갈비'는 오래된 가게이지만 젊은 사장님이 인수하면서 한층 깔끔해졌다. 물론 레시피는 그대로다.

매운맛보다는 마늘 맛이 많이 나는 것이 이 집의 특징이다. 삼성라이온즈의 레전드 양준혁 선수의 단골 가게이기도 한데, 벽면에 그의 사인이 일정한 주기를 두고 걸려 있다.

1970년대부터 동인동 주택가에서 찌그러진 양은 냄비에 푹 익힌 소갈비를 담고, 매운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로 만든 양념으로 비벼먹었다.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 먹는 것도 필수 코스다. 간장으로 맛을 내는 갈비찜과는 다르게 대구에만 있는 스타일.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매우면서도 달짝지근한 맛이 일품이다.

"짬뽕 국물에 식초 몇 방울 넣어 보이소. 맛이 더 살아납니더."

평일 오전 10시 30분, 문을 열자마자 가게 안은 이미 만석이다. 대기 줄도 걸려 있다. 1971년부터 한자리를 지켜온 '수봉반점'은 처조부와 장인장모를 거쳐 현 사위까지 3대를 이어오고 있는 노포 중국집이다. 대표 메뉴는 짬뽕과 중화비빔밥. 짬뽕이 먼저 상에 오른다.

"짬뽕보다 비빔밥을 뒤에 주는 이유 알겠제? 중화비빔밥 간이 더 세서 짬뽕이랑 같이 먹으면 짬뽕 맛이 안 나거든예."

뒤이어 나온 중화비빔밥을 한 숟갈 뜨자 눈이 번쩍 뜨인다. 해물 대신 고기와 야채를 센 불에 볶아냈으며, 간은 짬뽕보다 훨씬 세다.

중식은 대구의 향토 음식은 아니지만, 중식 마니아 사이에서 대구는 '중식당 성지'로 유명하다. 인천 다음으로 화교 출신들이 많아 오랜 역사를 지닌 노포가 많다. '전국 3대 짬뽕', '중화비빔밥 원조'라는 타이틀이 곳곳의 가게에 붙어 있다.

_ 짬뽕 1만 원, 중화비빔밥 1만 원

출처: 월간 산 https://n.news.naver.com/article/094/000001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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