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여왕’ 여서정, 8년 만에 정상 탈환…父 여홍철과 나란히 AG 金 2개

결선 평균 14.283점…유일하게 14점대
아버지가 만든 ‘여2’ 앞세워 압도적 우승
2018 자카르타 이어 두 번째 정상 등극
父도 히로시마·방콕 2연패…부녀가 나란히 金 2개
체조 국가대표 여서정이 24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선에서 도마를 넘고 있다. 연합뉴스
‘도마 여왕’ 여서정(24·제천시청)이 추석 연휴 첫날 아시안게임 여자 도마 정상을 8년 만에 되찾았다. 아버지 여홍철 대한체조협회 전무이사에 이어 아시안게임 도마 금메달 2개를 수집하며 한국 체조의 ‘금빛 부녀’ 역사도 이어갔다.
여서정은 24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선에서 1·2차 시기 평균 14.283점을 받아 8명의 선수 가운데 정상에 올랐다.
한국 선수단의 이번 대회 10번째 금메달이자 한국 체조 대표팀에서 나온 첫 메달이다. 북한 안창옥이 13.666점으로 은메달, 중국 두쓰위가 13.450점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예선 1위로 결선에 오른 여서정에게 적수는 없었다. 도마를 힘차게 짚은 뒤 높은 비약과 안정적인 공중 연기, 착지까지 선보이며 결선 출전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14점대 평균 점수를 기록했다.
첫 번째 시기부터 승부수를 던졌다. 여서정이 꺼내든 것은 난도 5.4점의 ‘여2’였다. 도움닫기 후 도마를 양손으로 짚어 몸을 띄운 뒤 공중에서 두 바퀴 반을 비틀어 900도 회전해 착지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여2’라는 이름은 이 기술을 처음 선보인 아버지 여홍철의 성을 따 국제체조연맹(FIG)이 명명했다. 딸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향한 가장 중요한 순간에 아버지가 만든 기술을 꺼내 든 셈이다.
여서정은 여2를 깔끔하게 소화하며 실시점수 9.066점을 받아 1차 시기 14.466점을 기록했다. 경쟁자들과 격차를 벌린 여서정은 2차 시기에서는 난도를 5.0점으로 낮춰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실시점수 9.100점을 보태 14.100점을 받으며 금메달을 확정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혔던 북한 안창옥은 2차 시기 착지에서 흔들렸다. 착지 후 왼쪽 다리가 매트 밖으로 나가면서 0.3점 감점을 받았고 평균 13.666점에 그쳐 은메달을 차지했다.
여서정에게는 8년 만의 아시안게임 정상 복귀다. 그는 16세였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도마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여자 체조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건너뛰었다. 2024 파리 올림픽 단체전 출전권이 걸려 있던 세계선수권대회와 일정이 겹치면서 아시안게임 대신 세계선수권 출전을 택했다. 여서정이 자리를 비운 항저우 대회에서는 북한의 안창옥이 도마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8년 만에 다시 선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여서정은 안창옥을 제치고 왕좌를 되찾았다.
이번 금메달로 여서정은 아버지 여홍철과 또 하나의 기록을 공유하게 됐다.
1990년대 ‘도마 황제’로 불린 여홍철은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과 1998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도마 2연패를 달성했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했다.
딸 여서정 역시 아시안게임 금메달 2개와 올림픽 메달을 보유하게 됐다. 여서정은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도마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여자 기계체조 선수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아버지는 아시안게임 도마 금메달 2개와 올림픽 은메달, 딸은 아시안게임 도마 금메달 2개와 올림픽 동메달. 두 세대에 걸쳐 한국 도마의 역사를 써온 부녀가 이제 나란히 ‘AG 2관왕’이라는 기록까지 갖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