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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 대응 진전됐지만…“‘젠더 기반 폭력’으로 접근 필요”

디지털 성범죄 대응 진전됐지만…“‘젠더 기반 폭력’으로 접근 필요”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가 지난 27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서울 중구에서 개최한 디지털 성폭력 대응 연속 라운드테이블 '디지털 성폭력 대응의 다음 단계를 묻다'에서 발표하고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가 지난 27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서울 중구에서 개최한 디지털 성폭력 대응 연속 라운드테이블 '디지털 성폭력 대응의 다음 단계를 묻다'에서 발표하고

라운드테이블 ‘디지털 성폭력 대응의 다음 단계를 묻다’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발표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가 지난 27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서울 중구에서 개최한 디지털 성폭력 대응 연속 라운드테이블 '디지털 성폭력 대응의 다음 단계를 묻다'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세원 기자

최근 성평등가족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경찰청 등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범정부 디지털 성범죄 대응 협의체'를 구성했다. 협의체는 지난 20일 관계부처 합동 통합 대응방안을 발표하며 디지털 성범죄와 전면전을 선포했다. 정부의 이번 대책이 그동안 발표된 대응책보다 진전됐다는 평가와 함께,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이를 '젠더 기반 폭력'으로 바라보고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불법촬영물이 유포되는 불법사이트의 무력화와 삭제 지원을 넘어 디지털 성범죄의 근본 원인인 젠더 시스템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지난 27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서울 중구에서 개최한 디지털 성폭력 대응 연속 라운드테이블 '디지털 성폭력 대응의 다음 단계를 묻다'에 참석해 "디지털 성폭력을 젠더 기반 폭력으로 바라보고 대응하는 것이 현재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성별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젠더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지만 젠더는 성차별적인 구조 그리고 성별에 따른 위계가 작동하고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 자체를 뜻하기도 한다"며 "젠더 기반 폭력은 '여성이 여성의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그 규범을 어겼기 때문에 특정 일을 당해야 한다'고 보는 폭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디지털 성폭력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내가 성적 대상화됐다', '인간으로 존중받지 못했다', '사람들이 내 영상을 봤을까', '봤다면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생각하며 고통받게 만든다"며 "결국 '문란한 여성', '부도덕한 여성', '정상적이지 않은 여성'이라는 낙인을 통해 여성들의 사회적 평판을 훼손시킨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왜 문란한 여성이라고 소문 나는 것이 여성의 사회적 평판을 훼손시키는지를 묻는 것이 페미니스트적인 질문"이라며 "이는 여성이 순결해야 한다는 정조관념에서 비롯됐다. 우리 사회 내 '정상적인 성적 실천'이 존재한다는 전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인 성적 실천'은 출산 목적의 성관계만을 '정상적'인 섹슈얼리티로 여기는 이성애 중심주의의 영향을 받는다"며 "여성이 고분고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혹은 머리가 짧은 여성이 페미니스트로 보인다는 이유로 오프라인에서 물리적 폭행을 당한 데 이어 온라인에서 사이버 불링을 당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여성은 여성의 자리에만 있어야 한다는 여성혐오가 고통을 야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지난 27일 서울 중구에서 디지털 성폭력 대응 연속 라운드테이블 '디지털 성폭력 대응의 다음 단계를 묻다'를 개최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현행법은 디지털 성범죄를 '카메라나 그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 부위란 무엇인가"라고 물으며 "여성의 성기와 가슴 등이 성욕을 불러일으키고 여성에게 수치심을 느끼게 만든다는 전제를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여성의 신체 부위 노출이 음란하다는 인식과 디지털 성폭력이 이 같은 성풍속을 침해해서 문제라는 전제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그는 법적으로 이미지 생성과 유포, 소지 행위를 중심으로 디지털 성폭력이 규율되고 있지만, 이미지는 결국 피해자의 사회적 평판을 훼손시키는 데 이용되는 디지털 정보 중 하나라는 데 주목했다. 그는 "사진이나 영상이 유포되지 않아도 피해자의 신상 정보와 피해를 암시하는 정보만으로도 피해자의 평판이 훼손될 수 있다"며 "피해자의 이미지가 등장하지 않는 지인 능욕 텔레그램 방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불법촬영물 삭제 지원과 수사·법률 지원도 중요하지만, 설령 촬영물이 모두 삭제되지 않거나 가해자가 잡히지 않더라도 피해자가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피해의 원인인 성차별적 사회 구조를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에 발표된 '불법사이트 통합 대응 방안'은 이제까지 나온 대응 방안 중 가장 진전된 방안이다. 이제 (불법촬영물이) 100% 삭제되지 않았을 때 피해자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피해자가 피해에 대응하는 힘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며 "여성주의 관점을 통해 권력의 수레바퀴를 이해했을 때 피해자는 (디지털 성범죄가)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앞으로의 대응을 위해서는 (디지털 성폭력의) 법적 개념을 개선하고, 온라인 젠더 기반 폭력 피해 사례를 폭넓게 접수받아야 한다. 여성운동 단체의 피해 지원을 확대하는 등 여성주의 상담이 강화돼야 한다. 또 성평등한 온라인 환경을 구축하고, 성평등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여성신문 https://n.news.naver.com/article/310/0000139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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