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립 250주년 행사의 뜨악함... 트럼프는 돌연변이가 아니다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미국은 4일 독립 250주년을 맞았다. 한 나라의 250년은 가볍게 지나칠 시간이 아니다. 미국은 스스로를 자유민주주의의 대표적 공화국으로 이해해 왔고, 세계 역시 오랫동안 미국을 근대 민주주의의 중요한 모델로 보아왔다.
그러나 올해 워싱턴의 내셔널몰은 통합의 기념식이라기보다 현재 미국 정치의 균열을 비추는 무대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앞세운 '프리덤 250'은 독립의 기억을 국가적 성찰보다 정치적 연출로 기울게 했다. 불꽃은 올랐고, 애국의 언어도 반복되었다. 그러나 축제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폭염은 일부 행사의 흐름을 끊었고, 기념의 공간에는 과도한 보안과 동원의 분위기가 함께 놓였다.
미국 독립은 한 공동체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중대한 정치적 사건이다. 그러나 미국 민주주의를 여전히 모범으로 기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미국 민주주의는 지금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다. 그 출발부터 추앙의 대상이라기보다 검증의 대상이었다.
미국 독립선언은 근대 정치사에 남은 가장 강력한 보편 언어 가운데 하나를 남겼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문장은 단순한 정치 구호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문장이 실제로 누구에게 적용되었는가가 문제이다. 독립선언은 모든 인간을 말했지만, 정작 그 독립을 요구한 중심 주체는 백인 남성 정착민 공동체였다.
노예제는 미국 독립의 모순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평등을 말한 나라가 노예제를 즉각 폐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부수적인 결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건국 내부의 문제였다. 이후 헌법 질서 역시 노예제와 정면으로 결별하지 못한 채 타협을 선택했다. 미국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의 언어로 출발했다. 그러나 그 자유와 평등은 곧바로 흑인 노예의 자유가 되지 않았고, 원주민의 자기결정권이 되지도 않았다.
미국 독립은 지배받지 않겠다는 선언이었지만, 지배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아니었다. 미국은 제국에서 독립했지만, 제국의 문법에서는 독립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미국은 미국 민주주의의 돌연변이가 아니다. 오히려 그는 미국이 오래 감추어온 자기 얼굴을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인물이다.
트럼피즘의 불만은 미국 건국의 오래된 중심을 다시 드러낸다. 처음의 독립은 모든 인간의 자유를 말했지만, 실제로는 백인 남성정착민 공동체가 자신들의 권리와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사건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미국을 원했고, 자신들의 자유를 먼저 세웠다. 250년 뒤 트럼프가 호명하는 불만 역시 그 자리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미국 독립은 중요한 정치적 사건이었다. 한 공동체가 제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겠다고 선언한 일은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러나 그 사건을 민주주의의 성지처럼 추앙할 수는 없다. 미국 민주주의가 아직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건국 신화의 순수함 때문이 아니다. 그 신화의 바깥에서, 때로는 그 신화에 맞서 계속 싸워온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