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성과급에 배 아프지만... 장관님, 이건 아니죠

[이동철의 노동 OK]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시행지침'... 노동3권 위축 우려돼
지난 5월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지난 5월 전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삼성전자의 노사 합의를 기억하실 겁니다. 개별 기업의 노사분쟁 과정을 주요 언론이 실시간으로 보도했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조정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노사 합의 결과는 역대급이었습니다.
삼성전자의 2026년 성과급 노사 합의서에 따르면 성과급은 성과인센티브(OPI)와 반도체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으로 나눠지는데 영업이익의 10.5%를 기준으로 하여 지급됩니다(일명 '영업이익 N% 성과급'). 특별경영성과급과 성과인센티브를 합산하면 반도체 부문 노동자 1인당 최대 6억 원 이상의 경영성과급이 지급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2026년 중위소득(3인 가구 기준) 연간 총액 약 6400만 원의 9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이에 앞서 또 다른 반도체 대기업 SK하이닉스는 2021년부터 매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노사 합의로 성과급으로 지급해 왔습니다. 2025년 9월 SK하이닉스 노사는 기본급의 1000%까지 지급 가능했던 성과급 상한을 향후 10년간은 적용하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이 1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는데요. 삼성전자 성과급을 둘러싼 논쟁이 아마도 이때부터 시작됐을 것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분쟁은 우리 사회에 많은 고민을 던졌습니다. 평범한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에 비해 엄청난 성과급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왔는가 하면, 역대급 반도체 부문의 성과가 이들 대기업 임직원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습니다.
평범한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넘어서는 엄청난 액수여서 다소 놀랍고 배가 아프긴 하지만 이처럼 영업 이익이나 매출액의 증가에 따라 소속 노동자에게 성과급을 지급해 온 방식은 노동 현장의 오랜 관행입니다. 회사의 한 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 경영 환경이 좋아지면 그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바라는 것은 노동자로서는 당연한 욕구입니다.
'N% 성과급 요구 파업' 불법으로 만들어 버린 정부
그런데 정부가 이에 대해 제동을 걸었습니다. 지난 3일 고용노동부는 '경영성과급 등 노동 쟁의 대상 시행 지침'을 통해 "매출액, 영업이익 등 기업이익과 일정 비율로 연동하는 방식의 경영성과급은 노동조합법에 따른 의무적 교섭 대상 및 조정·쟁의행위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해석했습니다. 또한 "공장의 이전과 같은 기업투자나 AI 등 신기술의 도입 결정과 같은 사업 경영상의 결정 역시 의무적 교섭 사항이 아니"라고 해석했습니다.
해당 지침은 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 대상과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및 고소 등의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기준이 됩니다. '의무적 교섭 사항'이란 임금과 근로 시간, 징계 등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관련된 결정을 의미합니다. 노동조합법에 따라 의무적 교섭 사항에 대해 회사가 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습니다. 또한 노조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통해 교섭을 강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부 지침에 따르면 노조가 회사의 영업이익 등에 연동하여 성과급을 요구하고 회사가 이를 거부하면, 노조는 이에 대해선 노동위원회의 노동쟁의조정을 받을 수 없습니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노조가 파업하고자 할 때 노동쟁의조정을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영업이익이나 매출액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달라는 노조의 교섭 요구를 회사가 거부한다면, 노조는 쟁의행위 등을 통해서 회사와 교섭 타결을 꾀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정부가 이렇듯 지침을 만들어 노조의 쟁의행위 권한을 축소한 이유는 자명합니다. 시가 총액의 절반 이상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가 차지하고 이들을 포함한 5대 기업이 전체 수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로서는 이들 대기업이 창출한 막대한 이익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도체 대기업이 벌어들일 이익을 활용해, 정부의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 계획에 따라 광주광역시 등 서남권에 반도체 제조 사업장을 증설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해야 합니다. 수출도 지장 없이 이뤄져야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은 아마도 성과급 배분과 신기술 도입에 따른 일자리 감소 위기로 노사 간에 갈등이 발생해 파업이라도 벌어지면 어쩌나 고민이 클 것입니다.
장관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립니까?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8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노동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현대자동차 노사 관계를 고려해 이 지침을 만들었습니다. 정부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통일된 노동기준을 마련해야 할 고용노동부가 특정 대기업의 노사 관계만을 고려해서 '지침'을 통해 노동조합법을 마음대로 해석한다면,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겁니다.
먼저 이 지침은 노동3권을 보장한 헌법과 노동조합법 개정안과 충돌합니다. 성과급의 지급 여부와 산정기준은 노동자가 받는 보수와 경제적 대우에 관한 내용으로 근로조건에 해당합니다.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조건에 관하여 노동조합이 자주적으로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행동을 통해 근로조건의 개선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인 노동3권을 정부의 시행 지침으로 제한하는 것은 행정권의 남용입니다. 실무적으로도 노동 현장에서 산정기준이 기업이익인지 기본급인지에 따라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의 인정 여부가 달라져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노동부의 지침은 노동 현장에서 이뤄지는 노사 간 일반적 관행과 배치됩니다. 이미 기업 대부분에서는 노사 간 기업의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이 증가하면 그에 따라 노조가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노사 간 이에 대해 교섭하는 관행이 형성되어 왔습니다.
지난 5월 27일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재원으로 특별경영성과급의 지급을 요구하며 단체교섭을 신청했습니다. 이번 지침대로라면 이는 의무적 교섭 사항이 아니며 노동위원회로서는 쟁의조정의 대상이 아닙니다. 당시 노동 행정의 수장인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교섭 촉진의 행정지도를 하고 쟁의조정한 것으로, 교섭 의무가 없는 삼성전자에 교섭의 타결을 강요한 행위가 됩니다. 어떻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노동부 지침은 노동조합법이 정한 노동 쟁의 규정을 자의적으로 축소하여 노동자의 교섭권과 쟁의권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법 제2조 제5호에서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를 노동 쟁의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노동 쟁의는 노사 간 교섭을 계속해도 해소되기 어려운 분쟁을 말합니다. 노동 쟁의가 발생하면 노동위원회가 조정을 하고 조정이 결렬되면 노조의 단체행동이 보장됩니다.
AI·신기술 도입이나 공장의 증설, 사업장 매각이나 이전 등 사업 경영상의 결정은 필연적으로 노동자의 고용 불안과 노동 조건 변화를 수반합니다. 그런데 지침은 이들 사업상의 결정으로 정리해고와 인원 배치가 '가능성에 그치는 경우'와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를 나눠 쟁의권 대상 여부를 구분하고 전자는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합니다. 이는 명백히 노동조합법 제2조 제5호가 정한 노동 쟁의의 범위를 임의로 축소하는 것입니다. 노동부 지침에 따르면 회사가 구조조정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확정하기까지 노동자는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게 됩니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수억대 성과급이 배 아프지만...
지난 4월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번 노동부 지침을 일부 잘 나가는 대기업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평범한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입니다. 해당 지침에 따라 이제 사업주들은 노동자들이 노력하여 회사의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매출액이 증가해도, 정당한 노동의 대가 지급을 회피할 가능성이 큽니다.
저 역시도 삼성전자의 노동조합이 평범한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넘어서는 엄청난 성과급을 받게 된 데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낍니다. 또한 삼성전자의 막대한 이윤이 협력업체 임직원들을 비롯한 다양한 이들의 노력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그에 맞게 이윤을 나눌 수 있도록 노동조합이 사회적 책임을 더 고민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큽니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과 별개로 이번 정부의 지침은 특정 대기업과 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제한합니다. 이와 같은 지침이 자리 잡게 되면 대다수 기업 노동자의 정당한 노동3권도 제약받게 된다는 점을 우리 모두가 냉정하게 살펴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