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즈채널
IT

삼전닉스가 끝이 아니다…NEXT

삼전닉스가 끝이 아니다…NEXT

인공지능 투자 경쟁이 칩 확보전에서 생산능력 확장전으로 옮겨붙고 있다. 빅테크가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선점하려 벌이던 ‘AI CAPEX 1.0’을 지나, 칩 병목을 풀기 위해 증설 경쟁을 벌이는 ‘CAPEX 2.0’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진단이다.

기존에는 범용 칩 생산라인을 HBM으로 바꾸려는 전환투자가 중심이었기에 증설 규모가 제한적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범용 메모리는 물론 차세대 HBM까지 무차별적인 투자가 이뤄진다. 증착·식각·검사·본딩 장비부터 기판·절연재·클린룸·전력설비까지 수혜 범위도 넓어졌다. 웨이퍼 한 장과 칩 하나에 투입되는 공정과 장비도 늘고 있다.

AI 칩 경쟁이 천문학적 증설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AI CAPEX 1.0’이 빅테크 데이터센터 건설과 그래픽처리장치(GPU), 고대역폭메모리(HBM) 확보 경쟁이었다면, 2.0은 공급난 해소를 위해 파운드리·메모리·패키징·장비 업체가 동시다발적으로 생산능력을 확장하는 단계다.

일각에서는 이를 2000년대 중국이 공장과 공급망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제조비용을 끌어내린 것에 비견되는 생산요소의 대이동으로 본다. AI 역시 지식노동 비용을 낮추는 ‘저렴한 지능’을 만들어내지만, 이를 구현하려면 천문학적 규모의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생산설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빅테크의 AI 설비투자는 2023년 이후 해마다 계단식으로 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국 4대 빅테크(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메타)의 올해 합산 설비투자(CAPEX·자본적 지출)는 7250억달러(약 1113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4100억달러보다 77%나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천문학적인 금액을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에 쏟아붓는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는 설비투자에 52조1531억원, R&D에 37조7404억원 등 총 89조8935억원을 썼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10대 기업 가운데 1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호남·충청권에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도 검토 중이다. 투자 규모만 수백조원대에 달한다. 두 회사는 호남·충청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반도체 전공정(前工程)과 후공정(後工程)을 함께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설비투자 사이클이 숨 가쁘게 돌아가면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도 들썩인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생산 공정별로 업황 체감 시점이 달라 시차 효과가 뚜렷하다. 설비 증설에 긴 시간이 걸리는 구조 때문에 장비 업체들이 업황 후반부 뒤늦은 수혜를 누릴 때가 많다.

‘AI CAPEX 2.0’은 과거 설비투자 사이클과 3가지 측면에서 구분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첫째, 전환 투자에서 신규 증설로 투자 성격이 바뀐다. 둘째, 생산량 증가와 공정 고도화에 따른 장비 수요 증가다. 셋째, 후공정의 재발견이다.

다만, 증설 사이클에 가려진 변수를 바라보는 신중한 시각도 있다. 첫째, 빅테크 현금흐름 지속성이다. 둘째, 외부 차입 의존은 AI를 금리와 신용등급에 민감한 경기순환 산업으로 바꿀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재로선 빅테크 자체 현금만으로 설비투자를 감당하는 단계가 끝나더라도 AI 인프라 투자가 큰 폭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AI CAPEX 2.0’은 단순한 기술주 투자 사이클을 넘어 반도체·전력·데이터센터·신용 시장·사모자본이 맞물린 거대한 인프라 금융 사이클로 진입했다는 게 다수 전문가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유례없는 AI 설비투자 사이클을 ‘한국판 ASML’을 육성할 수 있는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특정 고객과 단일 장비에 편중된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공정 솔루션과 유지보수·부품 등 반복 매출을 키우고 하이브리드 본딩과 첨단 패키징처럼 차세대 기술을 선점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출처: 매경이코노미 https://n.news.naver.com/article/024/0000106595

공유하기
← 블로그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