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떨어진 물리올림피아드 금상 학생, MIT 합격…노벨상? 연구·교육환경 바뀌어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과학의 꿈에서 노벨상까지 미래 과학인재 육성의 길'을 주제로 '국회-한국과학기술한림원 공동포럼'이 개최됐다.
노벨상은 좋은 연구를 통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이다. 20년 후에도 중요할 질문을 던져야 하고 도전적인 연구를 장려하는 문화와 장기적 관점의 정부 투자가 우선이다. 김영기 미국 시카고대 물리학과 석좌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국내외 과학계 석학과 전문가들이 노벨상 수상과 다음 세대 과학 인재를 키우기 위한 조건을 잇따라 제시했다. 개인의 끈기와 집념 못지않게 이를 뒷받침할 교육·처우·정책의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기 교수는 입자물리학을 연구한다. 그의 별명은 '충돌의 여왕'이다. 그는 충돌은 단순한 물리 현상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대화·지식 교환도 같은 원리라고 강조했다. 실제 처음 입자물리학 연구를 시작한 40년 전에는 4개국 60명이던 공동연구팀이 현재 40개국 3000명 규모로 커졌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와 장비가 방대해지는 현대 과학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연구는 없다. 과학 전반에서 글로벌 협력과 융합이 점점 더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김 교수는 연구는 마라톤이라며 즉각적인 성과보다 꾸준한 끈기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종신석좌교수 역시 협력과 끈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30년간 태양전지 한 분야를 파고든 끝에 2012년 스위스 연구팀과 함께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그는 이 성과가 혼자 이룬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우연한 발견은 없다. 동료 연구자·제자·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융합된 결과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위대한 발견이 언제 오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발견의 시기를 조급해하지 말고 한 분야를 깊이 파되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성종 한국연구재단 공공기술단장은 노벨상 수상자 사례와 논문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 과학 인재의 조건을 제시했다. 직업·직책·나이보다 얼마나 오래, 깊이 연구에 몰두했는지가 중요했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논문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좋은 저널을 둘러싼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과학 인재의 조건은 화려한 재능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찾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집념이라고 강조했다. 미래 과학 인재를 키울 교육·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근수 연세대 물리학과 창암·언더우드 특훈교수는 연구는 마라톤과 비슷하지만 정작 한국 교육은 빠르게 주어진 문제를 푸는 '단거리 달리기 근육'을 키우는 데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현 교육은 연구에 필요한 역량과 괴리가 크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대학들의 급성장 배경에 신진 연구자에 대한 과감한 스타트업 투자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도 학부생·대학원생 지원에 머물지 않고 조교수·신진 연구원 단계까지 육성 대상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중장기 과학 인재 양성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애리 덕성여대 석좌교수는 포용적 연구 문화는 소수를 위한 배려가 아니라 잠재적 노벨상 수상자를 되찾는 국가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학생이 농어촌보다 과학고에 4배 더 많이 입학하는 지역 격차, 대학 입학 여성 비율이 절반을 넘지만 연구자로 갈수록 이탈하는 '리키 파이프라인', MIT의 절반도 안 되는 박사후연구원 연봉과 높은 비정규직 비율 등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해답으로는 국가 상임 연구원 트랙 신설·연구자 최저임금제·단기 성과 중심 평가의 장기 연구 중심 전환 등을 제안했다. 손미현 경상국립대 화학교육과 교수는 이공계 지망 학생들조차 수능에서 사회탐구를 선택하는 '사탐런' 현상과 현 입시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세계 물리올림피아드 금상 학생이 서울대에는 떨어지고 MIT에 입학했다며 교육과 입시가 일치하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비판했다. 수학·과학 기본기 강화를 바탕으로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교육 재설계와 함께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며 현장 교사에 대한 지원 정책을 촉구했다.
김근수 교수는 일본 노벨상이 27개인 것에 비해 한국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0명이라는 현황을 제시하며 이 숫자는 반드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전제로 개인의 집념만큼 이를 뒷받침하는 교육과 정책 환경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