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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앞에서 달라진 트럼프…'희토류 슈퍼갑' 중국의 역습

희토류로 뒤집힌 미·중 역학…中 '항일 연대' 카드에 한·일 협력도 시험대

지난 9월 24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국빈방문을 위해 미국을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안내하고 있다. photo 뉴시스·신화통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월 23일 앤드루스 합동기지까지 직접 나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를 맞으며 극진한 예우를 갖췄다. 시진핑이 지난 5월 베이징을 찾은 트럼프의 공항 영접에 정치국에서 물러나 국가부주석이란 한직에 있던 한정을 내보낸 것과 대조되는 장면이었다. 같은 달 중국을 국빈방문한 푸틴 대통령에게는 현직 정치국원이자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을 겸한 왕이 외교부장을, 그리고 작년 9월 전용열차로 베이징역에 내린 김정은에게는 당 서열 5위의 정치국 상무위원 차이치를 왕이와 인융 베이징시장과 함께 내보냈다. 시진핑의 방미 기간 내내 미국은 최상급 예우를 펼쳐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극진한 파격적 예우라도 상응하는 가시적 보답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가 겉치레만 요란하고 실속도 없는 '외화내빈'으로 평가받는 것도 그런 이유들 때문이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다음의 세 가지다.

첫째, 백악관은 지난 9월 25일 팩트시트에 양국이 존중·공정·호혜에 기초한 '전략적 안정의 건설적 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건설적인 전략적 안정'이라는 표현이 양국의 합의 문구로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5월 베이징 회담이었다. 당시에는 공정·호혜만 언급했는데, 이번에 '존중'을 추가하여 재활용한 것이다.

둘째, 회담장에서 시진핑은 '투키디데스 함정'을 거론, 양국이 이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고, 정례적 군사대화와 위기예방 메커니즘의 강화를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공식 발표문은 미국이 '대만 독립 반대'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미·중 전략적 협력과 양자관계 발전의 굳건한 기초'라고 적어, 전략적 안정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선제적으로 정의해 버렸다. 문제는 중국이 제시한 안정의 '조건'을 미국도 같은 의미로 받아들였느냐는 점이다. 양측 발표문을 나란히 놓고 보면, 해석의 차이를 넘어 무엇에 합의했는지조차 불분명한 대목이 드러난다. 시진핑이 요구한 군사대화와 위기예방 기제에 대해 중국은 양국 군이 위기소통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미 당국자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백악관이 발표한 '미·중·러 3자 군비통제 협상 제안'에 중국 발표문은 침묵했다. 양국은 '안정'이라는 목표에는 동의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 약속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설명을 내놓은 셈이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두드러진 대목은 미·중 역학 관계에 의미심장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변신을 설명하는 숨은 열쇠는 희토류다. 2025년 4월 트럼프가 중국을 비롯한 수십 개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베이징은 이틀 만에 희토류 7종과 희토류 자석에 수출허가제를 선포했다. 희토류 선적이 급감하면서 미국·유럽·일본·인도의 제조업체들이 생산을 줄여야 했다. 그 후에 미·중은 1년짜리 무역 휴전에 합의했지만, 백악관은 중국의 공급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불평했다. 그러자 8월 중국은 대미 자석 수출을 다시 줄였다. 오는 11월 10일에는 AI 데이터센터의 광통신에 필수적인 에르븀 등 5종에 대한 추가 통제가 발효될 예정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보복에 나서지 못한다. 이유는 중국의 희토류 통제에 불만을 품으면서도 그나마 공급이 아예 중단될까 봐 어떤 조치도 꺼리기 때문이다. 적어도 희토류에 관한 한 중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슈퍼 갑(甲)'이다. 희토류 병목의 군사적 함의는 무역의 차원을 훨씬 넘어선다. 미국이 이란·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소모분을 다시 채우려면 5~10t의 군수용 희토류 자석이 필요한데, 95% 이상이 중국산이다. 토마호크 미사일의 날개, PAC-3의 탐색기, JASSM-ER의 날개 조종 장치, F-35의 엔진 구동기에 들어가는 사마륨·이트륨·디스프로슘은 모두 2025년 4월부터 중국의 허가 대상이다. 시진핑의 넘치는 자신감과 트럼프의 깍듯한 겸손함이 교차하는 부자연스러운 장면은 희토류라는 키워드를 통해서만 비로소 제대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백악관 환영식에서 트럼프가 꺼낸 돌발적 역사 스토리는 시진핑에게 무엇보다 값비싼 선물이었을 것이다. 트럼프는 공통의 이익이 대양을 가로질러 양국 국민을 이어 왔고, 그것이 "우리를 제2차 세계대전의 동맹으로 만들었다"며, 일본 제국과 싸운 미국인 의용 비행대 '플라잉 타이거스'를 칭찬했다. 이에 시진핑은 두 나라가 "파시스트 침략에 맞서 함께 싸웠다"고 화답했다. 그날 저녁 국빈만찬에서는 "일본 군국주의 침략자"까지 등장했다. 이 장면은 트럼프가 뉴욕 유엔총회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만난 지 이틀 뒤에 연출되었다. 이는 다카이치가 총회 연설에서 유엔헌장의 '적국 조항' 삭제를 요구한 직후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는 시진핑이 제2차 세계대전의 역사를 앞세워 일본을 신뢰할 수 없는 '적성국가'로 낙인찍음으로써, 미·일 사이의 '전략적 이간질'를 시도한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주류 언론들도 미국 대통령이 이런 표현을 사용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역사적 팩트에 충실하자면, 미국이 실제로 함께 싸운 '중국'은 장제스의 중화민국이고, 그 계승자가 대만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어느 문안에도 적혀 있지 않다. 다카이치 총리가 서둘러 미·일이 "진정한 화해를 이루었고 매우 강한 유대로 묶인 동맹"이라고 공언한 것은 역설적으로 그 충격의 크기를 보여준다.

이런 장면이 한국에 던지는 함의는 두 가지다. 우선, 아시아에서 미국이 스스로 설정하는 역할의 변화다. 시진핑 주석이 워싱턴에 도착한 9월 23일,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목표는 '괜찮은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며, 아시아를 '지배'하려 하지 않고 베이징에 '존중하는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이번 회담에서 시진핑이 대만·일본을 넘어 아시아 내 미국의 위상 자체를 중국이 원하는 구도로 기울이려 한다고 분석했다. 지역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미국과 '전략적 안정'이라는 명목으로 질서를 재편하려는 중국 사이에서, 한반도 안보 역시 서울의 의지와 무관하게 주요 열강의 식탁에 위에 오르게 된 모양새다.

다음은 역사적 내러티브의 함정이다. 시진핑이 백악관에서 내비친 항일의 역사적 서사는 한국인의 정서에 쉽게 와닿을 수 있다. 그 지점이 우리에게 위험한 함정을 암시한다. 미국과 함께 싸웠던 주체는 장제스의 중화민국이었고, 한국광복군이 창설된 곳 역시 충칭의 국민정부 산하였다. 하지만 오늘날의 중국공산당 정권이 역사적 정통성을 상속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이 감성적 서사에 이끌려 일본과 갈라서려 한다면, 중국이 노리는 각개격파 전략은 한국에서 최종 완성될 것이다. 중국이 구사하는 '이한제일(以韓制日)' 수법에 넘어간다면, 현대사 최악의 자해 행위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사의 유혹에 넘어가면, 미래 우리 운명의 주도권은 남의 손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이제 한·일은 싫든 좋든 간에 비슷한 위협에 직면한 공동운명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사에 얽힌 불만은 우리보다 지혜로운 미래 세대에 넘기고, 한·일 협력의 토대를 다지는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 세대의 책임일 것이다.

출처: 주간조선 https://n.news.naver.com/article/053/000006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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