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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진’은 분열시키고 ‘여권’은 줄 세우기?

‘적진’은 분열시키고 ‘여권’은 줄 세우기?
5월 7일 국회에서 개헌안 표결이 이뤄졌지만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투표 불성립이 됐다. 뉴스1
5월 7일 국회에서 개헌안 표결이 이뤄졌지만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투표 불성립이 됐다. 뉴스1

[긴급분석 | 지금 왜 개헌인가] ‘개헌론’에 담긴 李 노림수

● ‘개헌론’ 1차 정치적 목표는 ‘적진 분열’?

● 李 개헌론 = 盧 대연정 업그레이드 버전

● 이재명 대통령 ‘연임 허용’ 논란 커질 것

● 개헌 구상 현실화하려면 여론 뒷받침돼야

5월 7일 국회에서 개헌안 표결이 이뤄졌지만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투표 불성립이 됐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막바지를 향해 가던 8월 13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 중진의원들과 골프 회동을 한 사실이 보도됐다. 골프 회동을 한 시기는 6월과 7월, 묵은 소식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누군가 흘렸다는 뜻이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에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홍익표 정무수석을 통해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 등에게 골프 회동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7월 2일 나오기도 했다. 정리하면, 6월에 골프 회동을 제안했고, 실제로 성사되기도 했다는 뜻이다.

골프 회동 제안을 받은 국민의힘 중진의원들이 모두 응한 것은 아니다. 일부는 고사했고, 일부는 수용했다. 현재까지는 주호영 전 국회부의장과 박덕흠 현 국회부의장, 그리고 김태호 의원 정도가 이 대통령과 골프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골프 회동을 제안한 취지는 ‘야당의 쓴소리를 듣겠다’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골프 회동 제안 대상이 주로 국민의힘 내 개헌 찬성파였고, 실제로 김 의원은 골프 회동 당시 먼저 개헌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때마침 이재명 대통령은 8월 14일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

“개헌을 위해 임기 단축이 필요하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 2022년 대선 당시 저의 공식 입장이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대통령 임기는 4년 중임 또는 연임제로 변경해 중간평가를 통한 책임정치가 가능하도록 하며, 지방자치와 국민의 기본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개헌을 하자는 게 공약이자 지금까지 일관된 입장이다.”

만약 청와대가 골프 회동 사실을 언론에 흘리고, 연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개헌론을 또다시 제기한 것이라면 이건 ‘작전’이다. 어떤 이는 ‘지지율 반등을 위한 시도’로 보는 반면, 어떤 이는 ‘정계 개편을 위한 판 깔기’로 본다. 어느 쪽이 옳은 진단일까.

필자는 이번 작전의 1차 목표를 ‘적진 분열’로 본다. 보수 지지층과 국민의힘 내부의 갈라치기를 말한다. 이미 보수는 분열 상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함으로써 중도 보수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한동훈 전 대표도 제명시킴으로써 나머지 중도 보수도 대부분 국민의힘 지지를 철회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그나마 남은 친한계를 비롯한 비당권파를 징계로 몰아낼 태세다. 여기에 개헌 카드를 던져 추가 분열을 더 촉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미 개헌을 한차례 시도했다. 이 대통령이 골프 회동을 제안하기 직전인 5월 7일, 민주당과 야5당이 공동 발의한 개헌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지만, 국민의힘이 불참하면서 의결정족수가 부족해 결국 투표 불성립으로 끝나고 말았다. 당시 국민의힘에서 13명만 이탈했다면 191표로 통과가 가능했다. 그 연장선에서 생각해 보면, 이 대통령의 골프 회동 제안은 일종의 ‘땅따먹기 작전’이다.

7월 28일 조정식 국회의장이 국회 사랑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러나 이번 개헌 제안은 그 너머를 지향하는 듯하다. 관련해서 조정식 국회의장의 7월 28일 발언도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국회의장 취임 후 가진 첫 번째 기자간담회였는데, 그 자리에서 이렇게 발언했다. “권력구조 개편 관계에서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 문제 등은 결국 주권자인 국민 여론과 국민 선택의 문제다.”

이재명 대통령의 연임도 국민이 원하면 가능하다는 취지다. 논란이 일자 국회의장실은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보도는 발언 취지와 전혀 다르다고 해명했다. 청와대도 일단 부인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조 의장 발언 다음 날인 7월 29일 한 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해명했다. “대통령이 여러 차례 현행 헌법상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행 헌법에 현직 대통령의 연임을 포함한 개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면 이번에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이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나온 8월 14일 청와대 측은 이런 의견을 내놓았다. “국회의 권한이 강화된 4년 중임 대통령제가 국민적 수용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를 중임제 대통령제로 보완하겠다는 것이므로, 내각제는 아니다.”

이 대통령은 중임제와 연임제 모두에 가능성을 열어둔 반면, 청와대 관계자는 중임제에 방점을 뒀다. 여기에서 약간의 역할 분담이 느껴진다. 의도적 혼선 유발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조정식 의장의 4년 연임제 발언 이후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의 ‘연임’ 포기 선언이 개헌의 전제라고 압박해 왔다. 장동혁 대표는 조 의장 발언 이틀 뒤인 7월 30일 이렇게 언급했다. “연임 개헌에 비판했더니 청와대와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향해 음모론이라 공격한다. 음모론이라 주장하지 말고 이 대통령 입에서 ‘연임은 없다’는 다섯 글자만 얘기하면 끝날 일이다.”

“사법리스크를 개헌으로 돌파하려는 ‘탈옥형 개헌’”

이번 이재명 대통령 개헌 제안에 대해서도 장 대표는 같은 맥락의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8월 13일 자신의 SNS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개헌 앞에 ‘분권형’이니,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니, ‘국회 권한 강화’니 하며 수식어를 갈아 끼워도 본질은 하나다.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개헌으로 돌파하려는 ‘탈옥형 개헌’ 시도다. 이 대통령이 정말 개헌에 손톱만 한 진정성이라도 있다면, 국민 앞에 나와서 ‘연임은 없다’ ‘당장 재판 받겠다’는 약속부터 해야 한다.” 즉 이 대통령이 개헌을 한 뒤 연임을 함으로써 본인의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사법리스크 해소를 겨냥한 개헌이라는 점에 동조하는 모습이다. 8월 17일 자신의 SNS에 올린 ‘이재명 대통령발 개헌 프레임 늪 속으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만에 하나 이재명 대통령이 개헌 논의 시 사법리스크 해소용 개헌 조항은 안 넣겠다든지, 연임은 안 하겠다든지 하는 조건을 내걸더라도 ‘이재명 대통령의 사실상 공범 김용을 위해 다른 최고위원 후보 두 명을 사퇴시키는 이재명 민주당의 말’은 믿을 수 없다. 국민들께서 어렵게 지켜주신 개헌저지선이다. 이재명발 개헌 시도를 막으라는 것이 민심의 마지노선이었다.”

5월 7일 개헌안 표결 당시 친한계는 불참 당론을 따랐다. 이때 친한계 한지아 의원은 당초 참석하기로 했다가 불참하면서 통보식 당론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친한계 좌장 조경태 의원과 김용태 의원은 원래 개헌 찬성론자다. 이재명 대통령의 골프 회동 접촉 대상이었던 국민의힘 중진의원 다수도 개헌 찬성론자다. 개혁신당은 지난번 개헌안을 공동발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중도 보수 지지층이 개헌 찬성 쪽으로 돌아선다면 한 전 대표도 무조건 반대만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적진 분열 의도를 알면서도 끌려갈 수 있다는 뜻이다.

장 대표는 최근 윤리위원회 징계를 활용한 친한계 의원 추가 제명에 나선 상황이다. 이미 당원 게시판 사건을 빌미로 한 전 대표를 제명한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해당 사건에 대한 경찰 압수수색에도 협조하고 나섰다. 한 전 대표의 복당을 불허하려는 의도가 아닐 수 없다.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가동해 친한계를 비롯한 비당권파 당협위원장 제거에도 착수했다. 한 전 대표 복당이 이뤄지지 않으면 친한계는 2028년 총선 공천을 받기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 전개도 한 전 대표로 하여금 개헌 찬성으로 돌아서게 만들 요인 가운데 하나다.

중도 보수가 개헌 찬성으로 돌아선다면?

이번 개헌 제안의 2차 목표는 ‘줄 세우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연임제’ 개헌 가능성을 열어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친명계 내에서 5년이 너무 짧다며 이재명 대통령 연임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오래된 일이다. 민주당과 진보 지지층 내에서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에게 연임을 허용할 것이냐는 놓고는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다.

현행 헌법상으로 연임은 불가능하다. 위헌 논란에 휩싸이는 자충수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탈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런 반대의견뿐 아니라 차기 대선 준비에 이미 돌입한 범여권 내 대권주자들로서도 달갑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기에 ‘4년 연임제 찬성파’와 ‘4년 중임제 찬성파’로 나뉠 가능성이 높다. 친명계가 4년 연임제를 선호할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반명 대권주자들인 정청래 전 대표, 추미애 경기지사,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는 어떨까. 선뜻 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대통령이 잔여 임기를 일부 포기하더라도 4년 더 임기를 연장하는 개헌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선은 훌쩍 뒤로 밀려날지 모른다. 이렇게 되면 차기 대권 준비를 서둘렀던 본인들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되고 만다. 조기 레임덕을 유발하고 그에 편승해 이 대통령과 차별화하려 했던 시도도 일단 중단해야 한다.

그렇다고 반대를 외치면 진보 지지층 전체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야 한다. 장동혁 대표처럼 연임 포기를 선언하라고 나서기에도 부담이 따른다. 4년 중임제를 소리 높여 주장하는 것도 속 보이는 행동이다. 즉 범여권 차기 주자들은 노골적으로 개헌 반대를 표명할 수 없을 전망이다. 어쩌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런 경우까지 계산에 넣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살펴본 이재명 대통령 개헌론 제기 속 1차 목표와 2차 목표를 고려하면, 이번 제안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 업그레이드 버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탈당이나 분당 그리고 창당 같은 거친 과정 없이 정계 개편을 조용하게 이뤄내는 일종의 연착륙 방식이다. 성공하기만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대안은 없다. 그런 점에서 이상적이지만, 동시에 현실 가능성에 의문이 가기도 한다.

개헌 구상 현실화하려면 여론이 뒷받침돼야

개헌론으로 적진을 분열시켜 2028년 총선에 민주당 200석 확보의 판을 깔고, 국민의힘 비당권파 이탈을 촉진해 2028년 총선 때 4년 연임제 개헌 국민투표까지 마치는 일정을 추진한다면, 당분간 민주당 내 갈등 수위도 낮출 수 있다. 이 경우 이탈한 중도층 특히 뉴이재명 세력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런 이 대통령의 구상이 현실화하려면 무엇보다 여론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 2월 국회가 국민 1만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2000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병행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개헌 찬성 의견은 68.3%에 달했다. 당시 조사에서 현행 5년 단임제 유지 의견은 41.0%, 4년 연임제에 찬성하는 의견은 29.2%, 4년 중임제에 찬성하는 의견은 26.8%였다.

비교적 최근인 8월 5일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3.6%는 유선 전화 면접, 96.4%는 무선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연임제 개헌에 대한 반대의견은 61.2%에 달했다(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아직은 4년 연임제 개헌보다는 5년 단임제 유지에 대한 지지 여론이 더 높은 실정이다. 이것을 바꾸려면 추가 작전이 필요할 텐데, 그것을 이뤄낼 정도의 역량을 민주당 친명계가 갖췄는지는 아직 의문이다. 물론 이재명-김민석 환상의 콤비가 이번에도 발군의 실력을 선보일지 궁금하긴 하다. 이번 개헌론도 허무 개그로 끝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모든 목표와 가설이 붕괴하면서 속수무책, 유시민 작가의 ‘필연적 실패’ 가설이 현실이 될지 모른다.

출처: 신동아 https://n.news.naver.com/article/262/0000019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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