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압박에 결국 ‘매도 불가’ 원칙 버렸다...3300억원 비트코인 손절한 스트래티지

디지털자산 재무 기업인 스트래티지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비트코인을 결코 팔지 않겠다는 원칙을 버리고 사상 최대인 3300억 원어치를 내다팔았다. 최근 위험자산 투자자금이 주식시장의 인공지능 관련주로 쏠리고 연방준비제도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높아지자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했다. 이에 따라 스트래티지는 현금 압박을 이기지 못한 결과로 비트코인을 매도했다.
스트래티지는 지난달 29~30일 비트코인 1363개를 평균 5만 9256만 달러에, 이달 1~5일 비트코인 2225개를 평균 6만 773달러에 각각 매도했다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공시했다. 마이클 세일러 스트래티지 회장은 “디지털 신용증권에 대한 배당금을 지급하기 위해 2억 1600만 달러를 매도했다”고 밝혔다. 스트래티지의 이번 매도 가격은 평균 매입 가격인 7만 5476달러보다 한참 낮아 눈길을 끌었다. 비트코인 1개당 1만 5000달러 이상 손실을 보고 손절한 셈이다.
스트래티지는 2분기에 디지털 자산으로만 83억 2000만 달러에 이르는 손해를 봤다고 밝혔다. 스트래티지가 비트코인을 대거 팔아치운 것은 연 12%에 달하는 고배당 우선주의 배당금을 지급하고 현금 준비금을 채우기 위해서다. 특히 비트코인 가격이 1일 5만 9000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급격히 하락하자 미지급 부채에 대한 이자를 지급할 현금 유동성이 떨어지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을 매입한 뒤 매도하지 않는다’는 세일러 회장의 사업 원칙을 유지해왔다. 스트래티지가 올해 5월 이전 비트코인을 판 경우는 법인세 손실 보전을 위해 704개 비트코인을 일시적으로 팔았던 2022년 12월 22일 밖에 없었다. 역대 최대로 비트코인을 헐값에 매도한 이번 거래는 그만큼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방증인 셈이다. 스트래티지는 현재 현금 보유량을 25억 5000만 달러로 유지하고 있다.
스트래티지는 새로 발행한 고배당 우선주의 첫 번째 정기 배당금을 지급할 달러 현금이 부족해지자 올 5월 26~31일 비트코인 32개를 분할 매각했다. 이후에는 6월 29일 배당금과 미지급 채권 이자를 충당하기 위해 최대 12억 5000만 달러어치 비트코인을 매도할 수도 있다며 정책 전환을 선언했다. 우선주와 보통주를 최대 10억 달러씩 재매입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 가격 하락으로 지난해 4억 7723만 달러 매출액에 42억 3000만 달러의 장부상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1억 2430만 달러 매출에 128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 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JP모건은 “비트코인 시장 수요를 홀로 지탱하던 거대한 고래가 ‘가끔이라도 팔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것 자체만으로도 투자심리에 거대한 하방 압력을 가하게 됐다”며 “비트코인을 사기도 하고 팔기도 하는 양방향 포지션이 불필요한 리스크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지난달 22일 84만 7363개에서 84만 3775개로 줄었다. 스트래티지는 현재 비트코인 투자 중심의 기업으로, 2020년부터 비트코인을 기업 재무 자산에 편입한 뒤 현금, 전환사채, 고배당 우선주 등을 통해 가상화폐를 무차별적으로 매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