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성과급도 못 주는데”…1억 넘는 ‘동학 유족 수당’ 전액 삭감

2024년 5월 11일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전북 정읍시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에서 열린 130주년 동학농민혁명 기념식에 앞서 전봉준 동상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도가 전국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자녀·손자녀·증손자녀에게 매년 120만원씩 유족수당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대상자가 가장 많은 전주에서 제동이 걸렸다. 전주시의회가 재정난을 이유로 관련 예산 1억1214만원을 전액 삭감하면서다.
17일 전주시에 따르면 전주시의회는 전날 제434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를 열고 2026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1610억353만5387원을 수정·의결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추경안을 심사해 모두 14개 사업에서 52억9109만4000원을 감액했다. 이 가운데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족수당 1억1214만원은 전액 삭감됐다. 세입 감소와 지방채 누적 등 악화한 재정 여건을 고려한 결과다.
“2300명 성과상여금 40억 내년 초 지급”
전주시는 올해 말 지방채 잔액이 6841억원(관리채무비율 22.5%)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시는 재정난을 이유로 시청 공무원 2300여명의 상반기 성과상여금 40억원(1인당 약 170만원) 지급도 내년 1월로 미뤘다. 장병익 전주시의회 예결위원장은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 공공성과 시급성을 기준으로 시민의 삶을 지키는 심사에 집중했다”며 집행부에 한정된 재원의 효율적인 운용과 공직자 처우 개선 방안 마련을 당부했다.
전북도는 지난 7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족수당을 매년 120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전임 김관영 지사 때 열악한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연 60만원 지급안이 추진됐지만, 새로 취임한 이원택 전북지사 지시로 두 배 인상됐다. 도내 유족 723명을 대상으로 올해 8억6800만원을 투입하며, 도와 시·군이 3대7 비율로 분담한다.
전주시 “예산 사라져 올해 지급 어려워”
도내 14개 시·군 가운데 유족 267명으로 대상자가 가장 많은 전주시는 첫해 ‘연 60만원 지급’을 전제로 예산을 세웠다. 그러나 전주시의회가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올해 지급 절차는 차질을 빚게 됐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9월부터 유족 신청을 받고, 실제 유족 여부 등을 확인한 뒤 오는 11~12월 중 수당을 지급할 예정이었다.
예산 삭감 소식에 유족 일부는 지난 16일 전주시의회와 전주시청을 찾아 장병익 예결위원장과 조지훈 전주시장 등에게 항의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예산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에 올해 지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삭감을 계기로 도와 시·군 매칭(분담) 비율을 5대5로 변경 가능한지 다시 협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도와 14개 시·군의 협의하에 추진됐다”며 “전주시가 먼저 자체적인 대책안을 마련해 가져오면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