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때리고 갈등 키우고… 삼성전자 보도, 무엇을 놓쳤나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극적인 합의에 이르면서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성과급 갈등이 최근 일단락됐다. 노사 양측이 한 발씩 물러서며 특별경영성과급 신설·10년 명문화라는 교집합을 찾아낸 가운데 이 과정에서 다수 언론이 보여준 보도 행태는 우리 사회에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노조에 반감을 드러내는 보도는 협상 초기부터 쏟아졌다. ‘5억씩 준대도 싫다’, ‘로또 성과급’, ‘파업 으름장’ 등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들이 나오는가 하면 ‘400만 개미들 한숨’ 등 주주와 노조 간 갈등을 조장하는 듯한 기사들이 다수 보도됐다. 하지만 노조가 이 같은 요구에 이르게 된 배경, 이를테면 반도체 호황기와 불황기를 거치며 삼성 내에 쌓여온 성과급과 복지, 근무환경에 따른 불만 등에 대한 설명은 언론에서 찾기 힘들었다.
노조위원장과 노조의 도덕성에 대한 지적은 그중 가장 직관적이면서도 쉬운 방식이었다. 일부 언론은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의 해외여행 소식을 보도하며 그가 비즈니스석을 탔다는 사실까지 기사화했다. 노조위원장이 월 1000만원에 달하는 직책수당을 수령한다는 점, 일부 노조원이 취약계층에 대한 기부금을 끊은 일도 보도했다.
노조에 대한 혐오가 만연하면서 일부 언론은 국가 경제에 입힐 피해 등을 과장해 보도하기도 했다. 파업 돌입 시 피해액이 1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보도가 대표적이다. 명확한 근거가 없어 전문가들조차 과대 측정됐다고 비판했지만 이후 언론 보도에서 이 피해액은 꾸준히 사용됐다.
20일 노사 간 잠정합의안이 도출된 이후 과열 분위기는 다소 수그러든 상황이다. 다만 모든 책임을 노조에게 전가하는 보도는 여전하다. 합의안을 두고 내부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해결해야 할 사측에 대한 비판보단 노노 갈등에 더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이번 협상이 우리 사회에 남긴 과제는 적지 않다. 기업의 초과이익은 어떻게 분배하는 것이 옳은지, 점점 심화하는 노동시장 양극화는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언론이 건강한 공론장을 형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은 “40조원을 삼성 조합원들에 성과급으로 배분할 경우 근로소득세만 15~18조원 정도 된다고 한다”며 “이것이야말로 청년 실업 문제와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 보전을 해결할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추가 세수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지, 특정 기업의 막대한 초과이윤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통제하고 분배할 것인지 언론이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