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출산제, ‘생명 우선’ 논리가 지우는 존엄

보호출산제는 위기 임산부의 익명 출산을 지원하는 제도다. 2023년 10월 7일,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어 위기 임산부의 익명 출산이 합법화되었다. 위기 임산부란 경제적, 신체적 사유로 출산 및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이다.
보호출산제는 2024년 7월 19일부터 시행되었다. 정부는 긴급 주거 지원과 의료비 지원 등을 통해 위기 임산부가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하고, 태어난 아동의 생명을 보호하여 국가의 돌봄체계 안에서 안전하게 양육한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그러나 국가는 익명 출산과 친권 포기, 즉 보호출산을 선택한 위기 임산부를 위한 예산을 마련했을 뿐, 정작 임산부가 겪는 경제적, 심리적, 신체적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별도의 지원체계는 마련하지 않았다.
보호출산제는 여성의 재생산권과 아동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위기 임산부가 충분한 정보와 지원을 바탕으로 안전한 임신중단이나 양육을 선택할 수 있는 실질적 정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보호출산을 선택하는 여성과 합법적으로 유기되는 아동의 수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보호출산제는 2023년 6월, 국회에서 출생통보제가 통과된 이후 도입되었다. 당시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출생통보제와 함께 보호출산제를 도입하라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기에 프로라이프 단체들과 일부 기독교 단체들도 보호출산제 도입을 촉구했다.
재생산권과 아동권을 지지하는 시민단체들과 미혼모, 입양인, 보호시설 퇴소인 등 당사자들은 보호출산제 도입에 반대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자회견, 정책토론회를 통해 보호출산제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아동의 출생정보 접근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호출산제는 빈곤한 여성과 아동에게 가해지는 또 다른 방식의 배제이자 폭력이 될 수 있다. 위기 임산부와 그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보호와 익명, 그리고 구원의 서사가 아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몸과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다시 말해 정치적, 사회적 삶으로서의 생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안전한 임신중단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와 상담, 안전한 출산과 안정적인 양육을 가능하게 하는 실질적 지원, 그리고 누구도 임신과 출산 때문에 배제되지 않도록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이 우선 구축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