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대신 코넥스 가라는데…하루 거래금이 겨우 ‘12억’, 누가 갈까? [투자360]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지윤·문이림 기자] 정부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기업들의 퇴로로 코넥스시장을 제시했으나 실제 효과를 보려면 코넥스 시장 활성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코넥스 시가총액은 불과 3조원대, 일평균 거래대금도 10억원대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폐지 폐해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를 살리려면 빈사 상태에 빠진 코넥스 시장 활성화 대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평가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4일 올해 7월 1일 이후 시가총액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코스닥 기업 가운데 일정 재무 요건을 충족하면 정리매매를 거치지 않고 기존 가격을 유지한 채 코넥스로 이전상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3개 사업연도 중 2개 연도에서 영업이익 흑자를 냈거나, 1개 연도 흑자이면서 자기자본이 200억원 이상이어야 하며 자본잠식 기업은 제외된다. 코넥스 상장 요건인 지정자문인 선임 의무도 신속한 이전을 위해 일정 기간 유예한다. 지난달 26일 기준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 코스닥 기업 97곳 가운데 43곳(44.3%)이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코넥스 시장의 규모나 거래량이 아직 크게 부족하다는 데에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코넥스 상장기업수는 109개사, 시가총액은 3조3929억원에 그쳤다. 일평균 거래량은 28만7000주, 일평균 거래대금은 12억8000만원이었다.
7월 코넥스 거래대금 1위를 차지한 SK시그넷의 경우 한 달 누적 155억1000만원을 기록했다. 2위 엔솔바이오사이언스(30억4000만원), 3위 진코스텍(21억1000만원), 4위 파마리서치바이오(10억4000만원), 5위 라피치(7억8000만원)를 합한 상위 5개 종목의 누적 거래대금은 224억8000만원이다.
시장 전체 월간 거래대금이 약 282억원임을 감안하면, 상위 1개 종목이 시장 거래의 절반가량을, 상위 5개 종목이 약 80%를 차지한 셈이다.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하는 기업도 감소 추세이다. 2021년 13곳에서 2022년 6곳, 2023년 7곳, 2024년과 2025년 각각 4곳으로 줄었고, 올해는 아직 0곳에 그치고 있다.
수급 개선도 필요한 실정이다. 초기 투자금 유치가 핵심인 코넥스는 그 특성 상 개인보다는 기관 등 전문투자자가 거래 중심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올해 코넥스 거래대금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90%에 달했고, 기관은 4.97%, 외국인은 0.003%에 그쳤다. 전문투자자 중심 시장으로 설계됐지만 실제 거래는 개인이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결국 정보가 나오고 돈이 돌아야 한다”며 “코스닥도 상당수가 증권사 리서치 커버리지를 받지 못하는 실정에서 코넥스는 더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피도 개별 종목 거래만으로 유동성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상품이 있고 유동성공급자(LP)들이 참여하면서 거래가 이뤄진다”며 “코넥스 역시 다양한 파생상품을 만들고 호가가 촘촘하게 형성될 수 있도록 유동성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상장폐지 대상 기업을 코넥스로 옮기기에 앞서 코넥스 시장부터 정상화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코넥스로 이전하는 것은 사실상 상장폐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코넥스 내 경쟁력 있는 기업은 코스닥으로 이전상장시키고, 나머지는 장외주식시장(K-OTC)로 편입하는 방안 등 시장을 재편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