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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작물 흔적 불구 전수조사 '부적합' 대부분 정밀조사 대상

작물 흔적 불구 전수조사 '부적합' 대부분 정밀조사 대상
▲ 2일 춘천지역에서 이뤄진 농지전수조사 현장에서 전수조사원이 태블릿에 표시된 지적도와 농지 현장을 비교하고 있다. 이날 오전 조사원이 점검을 마친 농지 15곳 중 '적합'은 4곳(26.6%)에 불과했다. 오세현 기
▲ 2일 춘천지역에서 이뤄진 농지전수조사 현장에서 전수조사원이 태블릿에 표시된 지적도와 농지 현장을 비교하고 있다. 이날 오전 조사원이 점검을 마친 농지 15곳 중 '적합'은 4곳(26.6%)에 불과했다. 오세현 기

▲ 2일 춘천지역에서 이뤄진 농지전수조사 현장에서 전수조사원이 태블릿에 표시된 지적도와 농지 현장을 비교하고 있다. 이날 오전 조사원이 점검을 마친 농지 15곳 중 '적합'은 4곳(26.6%)에 불과했다. 오세현 기자

밭에는 올해 옥수수를 심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농사를 아예 짓지 않은 땅은 아니었다. 하지만 조사원의 판단은 '부적합'이었다. 작물을 심었던 흔적과 별개로 곳곳이 황폐화돼 있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2일 본지가 춘천 농지 전수조사 현장에 동행한 결과 휴경과 관리부실, 시설물 설치, 비농업적 이용 등 다양한 사유로 부적합 판정이 이어졌다. 농지법 개정 이후 농민들이 제기해 온 현행 제도와 실제 농촌의 토지 이용 방식 사이의 간극도 현장에서 드러났다. 애초 이 지역 전체 농지 7000여 필지 가운데 1차 조사에서 농지법 위반 소지 의심으로 분류된 농지는 5500여 필지로 전체의 78.5%에 달했다. 위반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농지 10곳 중 8곳이 추가 확인 대상으로 걸러진 셈이다

춘천지역의 한 마을 6개 필지는 하나의 구획처럼 붙어 있었다. 밭에는 농작물을 심었던 흔적이 남아 있어 올해 경작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곳곳이 황폐화되고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현장을 살펴본 조사원은 '부적합'으로 판정하고 '일시휴경·관리부실'을 원인으로 적었다.

농작물을 심었다는 사실만으로 농지를 정상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조사원의 설명이다. 실제 경작면적과 관리 상태 등을 함께 확인하기 때문이다.

이날 동행한 조사원은 "농작물을 심은 흔적이 있기는 하지만 농지 일부에 불과하고 농작물과 잡초가 한데 섞여 자라는 곳은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인근 825㎡ 규모의 농지도 사정은 비슷했다.

절반가량에는 고추와 소나무 등이 심겨 있었지만 관리 상태가 좋지 않았고 나머지 절반가량은 사실상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조사원은 비농업적 이용에 따른 전용행위 등을 이유로 부적합으로 판단했다.

지자체 관계자는 "작물이 자란다는 이유만으로 기본조사에서 제기된 임대차 의심 등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설물도 조사 대상이 됐다.

일부 농지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정상적인 경작 대신 농기구 등을 보관하고 있었고, 또 다른 농지에는 규정보다 큰 것으로 추정되는 컨테이너가 놓여 있었다. 밭 일부에서는 배추 등 작물을 재배하고 있었지만 나머지 면적을 주차장과 컨테이너 설치 공간 등으로 이용하면서 부적합으로 분류됐다.

조사원은 "농지에 쉼터를 만들어 놓은 경우가 있는데 쉼터 건물 하나만 있어야지 앞, 뒤로 차양막 등을 설치하면 부적합으로 간주된다"고 했다.

이처럼 실제 경작 여부뿐 아니라 농지의 관리 상태와 시설물, 이용 형태까지 조사 대상이 되면서 현장에서는 현행 기준이 오랜 농촌의 영농·생활 방식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광수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강원도회 부회장은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해오던 일을 하루아침에 불법으로 간주하고 앞으로 절차를 거쳐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은 지나치다"고 했다.

각 지자체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1996년 이후 취득한 지역 내 농지를 대상으로 항공·위성사진과 농업경영체 정보·직불금 수령 내역·농자재 구매 현황 등을 대조, 농지 소유와 이용 실태를 확인하고 심층조사 대상을 선별했다. 춘천지역의 다른 조사구역에서도 심층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필지는 각각 5000여 곳, 4000여 곳에 달했다.

정선군의 경우도 지역내 농지 3만6954필지(7836㏊) 중 심층조사 대상은 전체의 51.1%인 1만8896필지(4232㏊)로 파악됐다.

지자체 관계자는 "대상 선정 자체가 위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했으나 전체 농지의 상당수가 심층조사 대상으로 걸러졌다는 사실만으로도 현행 농지법의 기준과 실제 농촌의 농지 이용 방식 사이에 적지 않은 간극이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11월까지 이어지는 심층조사 이후 최종적으로 농지법 위반이 확인되면 농지 처분의무 부과와 원상회복 명령, 이행강제금·과태료 부과 등 행정조치가 시행된다. 농지 소유자가 직접 경작하기 어렵다면 매각하거나 농지은행 등을 통해 임대하는 방식으로 농지를 적법하게 이용해야 한다.

문제는 고령화와 경작자 감소가 심화된 농촌에서 이 같은 선택지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느냐다.

조사원은 "조사를 하다 보면 몇 년씩 묵은 필지들이 있는데 볼 때마다 '나름의 사정이 있겠거니' 한다"며 "고령의 농민들에겐 농지가 재산의 전부일 텐데 당분간 농촌지역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1차 조사에서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류됐더라도 현장 확인을 거쳐 적합으로 판단된 농지도 있었다. 이날 전수조사 대상 가운데 두 필지는 한 구획 안에 여러 필지가 있는 형태여서 세부조사 대상이 됐지만 현장에는 들깨가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었다. 두 필지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

또 다른 필지 역시 일시휴경 상태였지만 당해 수확과 관련된 것으로 확인돼 적합으로 분류됐다. 물론 적합으로 분류돼도 실제 소유주가 경작하는지 등은 다시 따져봐야한다.

조사원은 "최대한 농민들의 입장에서 조사하고 있지만 규정과 실제 농업현장의 차이가 적지 않아 쉽게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했다.

이날 본지가 조사원과 함께 확인한 20개 필지 가운데 현장에서 '적합'으로 판정된 곳은 4곳에 그쳤다.

◀ 농지전수조사원들에게 보급된 태블릿 지적도. 조사 중은 파란색, 미조사는 노란색으로 표기돼 있다. 화면에 보이는 동그란 점이 모두 조사 대상이라는 의미다. 오세현 기자

■ 이미 산이 된 농지…"복구도 어려워"

더 큰 문제는 장기간 경작이 이뤄지지 않아 농지로서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는 땅이었다.

2982㎡ 규모의 밭은 농사를 지은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잡목 등이 자라면서 사실상 임야화가 진행된 상태였다. 조사원은 묵은 휴경으로 추정하면서 "복구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장기간 방치 여부 등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한 농지다.

340㎡ 규모의 필지도 비닐하우스가 있었지만 창고처럼 이용된 흔적이 있었고 나머지 땅은 황폐화·임야화가 진행돼 있었다. 이 역시 묵은 휴경으로 분류돼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더욱이 작물을 실제 재배하고 있거나 농업 활동과 관련된 시설을 이용하는 경우까지 관리 상태와 이용 방식에 따라 부적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행 기준이 농촌의 실제 영농·생활 방식과 충돌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현장 조사원은 비닐하우스를 농작물 건조나 농기구 보관에 사용하는 관행에 대해서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조사원은 "비닐하우스를 수확한 고추 등 농작물을 말리거나 농기구를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분들이 많다"며 "이번 기회에 이런 이용 방식도 양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장조사를 통해 부적합 농지를 찾아내더라도 소유자가 해당 농지를 다시 경작하거나 적법한 형태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날 확인된 농지 가운데는 이미 임야화돼 복구가 어려운 땅도 있었고 일부만 경작되거나 다른 용도로 이용되는 농지도 발견됐다.

농지법 개정 이후 농민들은 고령화와 경작자 감소 등 변화한 농촌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농지 이용 기준만 강화할 경우 농민들이 농지를 정상적으로 이용하거나 처분할 방법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고 호소해왔다.

조사에서 부적합으로 분류된 농지를 현행 제도 안에서 실제 정상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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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강원도민일보 https://n.news.naver.com/article/654/0000203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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