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의 'ㅌ'자 꺼냈지만…김민석 앞에 놓인 '조희대 딜레마'

[강윤서 기자 kys.ss@sisajournal.com]
김민석, 탄핵 거론하며 "'조희대 사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 정리 중"
與 내부 신중론…"曺 체급만 키워줘" "기각 가능성" "지지율 고려해야"
국민의힘 "민주당 또 탄핵 '간보기'…李대통령 '데드덕'으로 전락할 것"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 탄핵의 티읕(ㅌ)자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요구가 나오고 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카드를 전격 꺼내들면서 사법부 압박 수위를 다시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실제로 탄핵이 추진될 가능성과, 추진하더라도 인용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 가운데 탄핵으로 정국 혼란을 더 키우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재제청을 거부한지 한 달이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도 딜레마 상황에 놓인 모습이다.
김 대표는 16일 당 공식 유튜브 채널 《민주당TV》에 전화로 출연해 "(조 대법원장 관련 당의 대응에 대해) 모든 사안과 방법과 어떤 경로를 올려놓고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며 '탄핵 추진' 논의를 공식화했다. 그는 "어느 시점까지는 저희가 탄핵의 'ㅌ'자도 내지 않고, 국민께 충분한 설명과 이해의 과정을 깊고 충분히 드리는 게 좋다고 생각해 그렇게 진행해왔다"면서도 "이제는 '사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유를 종합적으로 정리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그간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해왔지만, 탄핵 추진에 대해서는 시각차가 있었다. 친청(親정청래)계로 꼽히는 한민수 최고위원은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재제청을 거부한 지난달부터 "조 대법원장이 사퇴하지 않는다면 탄핵을 포함한 모든 대응책을 검토할 것", 이성윤 최고위원도 "조 대법원장에게 이제 남은 길은 사퇴와 탄핵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탄핵 카드를 너무 일찍 꺼내는 데 대해 신중론도 제기됐다. 그러다 김 대표가 탄핵을 직접 언급하면서 논의에 불을 지핀 셈이다.
그러나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내부에서는 조 대법원장 탄핵을 둘러싸고 크게 세 가지 딜레마가 거론된다. ①국민들의 정치적 피로감 속 지지율 하락세 ②탄핵 추진으로 오히려 조 대법원장의 정치적 존재감 키워줄 가능성 ③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기각될 경우 여권에 돌아올 역풍 등이다. 조 대법원장에 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탄핵소추에 나설 경우 정치적 실익보다 부담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당내 신중론의 핵심은 '탄핵의 명분'보다 '탄핵의 결과'에 있다. 민주당이 국회 의석을 앞세워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더라도, 헌재의 최종 판단까지 정치적 부담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탄핵이 기각된다면 조 대법원장에 대한 책임 추궁이라는 당초 목표는 희석되고, 오히려 민주당이 사법부를 압박했다는 야권의 공세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법사위원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탄핵 언제든 가능하지만…역풍 고려해 신중해야"
민주당에서는 탄핵 추진 여부 못지않게 시기와 결과를 신중하게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조희대 대법원장 문제는 조금 시간을 길게 봐야 한다. 탄핵을 한다 하더라도 언제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탄핵하는 것은 쉽다. 민주당이 언제든지 할 수 있고, 내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에서 언제 결정을 내릴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용될 수도 있고 기각될 수도 있는데, 먼저 기각될 경우에는 우리에게 타격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헌재의 결정 시점이 향후 재·보궐선거와 맞물릴 가능성도 변수로 꼽았다. 이 관계자는 "재·보궐선거와 연관될 수 있기 때문에 탄핵을 하고 싶더라도 저희로서는 시기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리 안에서도 탄핵보다는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이미 조 대법원장의 탄핵소추안을 준비해둔 조국혁신당과 달리 실제 탄핵 추진의 책임을 져야 하는 거대 여당으로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조 대법원장의 책임론과 탄핵 추진의 실효성은 별개로 판단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탄핵 카드가 역설적으로 조 대법원장의 정치적 입지만 키워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조 대법원장의 임기가 내년 6월 종료되는 만큼, 곧 자리에서 내려오게 될 사람한테 집권여당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있는지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친명(親이재명)계 의원은 시사저널에 "조 대법원장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은 많이 드러났다"며 재판 관련 헌법적 주장과 식사비·격려금 집행 문제 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도 "그를 향한 압박은 정무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탄핵을 추진해 깔끔하게 끝나면 좋겠지만 기각될 수도 있다. 그러면 오히려 조 대법원장을 정권의 희생자인 것처럼 만들어주는 일이 생기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 국민의힘도 민주당의 탄핵 추진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여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자신 있으면 조 대법원장을 탄핵해보라"며 "탄핵안을 발의하는 그 순간 대통령은 '데드덕'으로 전락할 것이다. 국민들이 들고일어나 이재명 탄핵을 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민주당 지도부가) 탄핵 간보기에 들어갔다"며 "민주당의 고질병인 탄핵병이 또다시 도졌다"고 비난했다.
한편 청와대와 사법부 사이의 긴장도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갈등의 발단은 조 대법원장이 지난 8월18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등을 대법관 후보자로 서면 제청하면서부터다. 청와대는 같은 달 28일 사전 협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제청을 요청했지만,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22일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며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이에 청와대가 조 대법원장의 헌법 인식을 문제 삼으며 반박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정면충돌로 번졌고, 노 전 대법관 퇴임 이후 장기간 이어진 대법관 공석 문제도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청와대의 재제청 요청 공문에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명확히 기재돼 있지 않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이유로 증인 선서와 증언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