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나이 33살 기막힌 조직"…편의점 히트상품의 비밀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편의점업계가 신상품 기획 조직을 20·30대 실무자와 데이터 전문가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새 점포를 내 성장하던 시대가 저물자 먹방 크리에이터, 버추얼 아이돌, 중국발 디저트처럼 유행을 먼저 상품화하는 능력이 승부처가 됐다. 현장 감각이 빠른 MD들은 전국 핫플레이스를 돌며 아이템을 발굴하고, 데이터 조직은 해외 SNS 반응을 분석해 다음 히트상품을 찾고 있다.
GS25는 지난해 12월 ‘트렌드상품 차별화팀’을 신설했다. 빠르게 바뀌는 국내외 소비 트렌드를 상품으로 옮기는 전담 조직이다. 팀원 5명의 평균 연령은 33세다. 팀 막내는 김윤하 매니저(24)다. 팀을 이끄는 김민관 팀장(39)은 GS리테일 전사 최연소 팀장이다. 김 팀장은 주요 브랜드 프로젝트와 가공식품 MD를 거친 상품기획 전문가다.
GS리테일 트렌드상품 차별화팀은 국내외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행 조짐을 찾는다. 가능성이 큰 아이템은 직접 구매해 맛과 품질, 시장성을 평가한 뒤 MD와 공유한다. 이 팀이 기획한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 협업 상품은 우리동네GS 앱 사전예약에서 15분 만에 1만1000개가 팔렸다. 먹방 크리에이터 쯔양과 협업한 ‘쯔양 BIG꿀호떡’은 누적 판매량 120만 개를 넘었다.
편의점 4사(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점포 수는 지난해 5만3266개로 전년보다 2.9% 줄었다. 2023년 5만4893개로 정점을 찍은 뒤 2년 연속 감소했다. CU와 GS25는 각각 1만8000개 안팎의 점포망을 유지하고 있지만,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저수익 점포 정리에 들어갔다. 새 점포를 내는 것보다 기존 점포에서 팔릴 상품을 얼마나 빨리 찾느냐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BGF리테일 빅데이터팀은 해외 SNS와 검색 데이터를 분석해 유행 가능성을 찾아낸다. 빅데이터팀은 자체 AI 크롤링 툴로 바이럴 가능성이 높은 이슈를 찾아 신상품 기획에 반영한다. CU의 ‘상하이 버터떡’ 시리즈도 트렌드 분석에서 출발했다. 빅데이터팀은 중국에서 유행한 버터떡이 두바이 초콜릿, 두쫀쿠 열풍에 이어 쫀득한 식감의 디저트 수요로 번질 것으로 봤다. CU는 버터떡이 SNS에서 화제가 된 지 한 달도 안 돼 ‘소금 버터떡’을 출시했다.
이마트24는 지난해 11월 상품부문 안에 ‘트렌드연구소’를 만들었다. SNS와 소비자 리뷰, 해외 F&B 유행을 분석해 월별 핵심 테마를 정하고 상품 MD에게 제안하는 조직이다. 이은보라 팀장(41), 정지윤 MD(34), 최은정 MD(27) 등 3명으로 구성됐으며 평균 연령은 34세다. 팀원들은 성수동 팝업스토어와 카페, 편집숍 등을 수시로 둘러보며 온라인에서 포착한 유행이 실제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지 확인한다.
이마트24 트렌드연구소는 올해 상반기 말차, 두바이 스타일, 크레이지치즈, 불닭, 자망요(자몽망고요거트) 등을 핵심 테마로 골랐다. 지난 5월 출시한 ‘자몽망고요거트콘’은 출시 첫 달 아이스크림 콘 카테고리 판매 3위에 올랐다. 중국 SNS 샤오홍슈에서 확산한 디저트 ‘양쯔깐루’에서 착안해 자몽·망고 조합을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한 요거트 콘셉트로 바꾼 제품이다.
편의점업계가 트렌드 전담 조직을 키우는 것은 출점 경쟁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점포 수가 정체된 상황에서는 같은 매장에서 더 많이 팔릴 신상품을 얼마나 빨리 내놓느냐가 매출을 좌우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편의점 신상품이 소비자 눈에 띄려면 SNS 확산 가능성과 팬덤 반응을 실제 구매로 연결하는 기획력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