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고위장교 45명 징계처분서① 한국군 지휘부의 붕괴

국방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12.3 불법 비상계엄에 관여한 대령급 이상 고위 장교 45명을 징계했다. 이들의 명단과 1,000여 쪽에 이르는 징계처분서 전문이 입수되었다. 그간 일부 대상자에 대한 징계 사실이 언론에 간간이 보도된 적은 있지만, 대상자 전원의 징계 사유와 징계 결과를 담은 징계처분서가 공개된 적은 없다.
징계를 받은 군인들은 대부분 항고했고, 일부는 징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행정 조치인 징계는 법원 판결과는 다르다. 즉, 징계를 받았다고 해서 법적으로 유죄라고 할 수는 없다. 그들 중 상당수는 사법적 심판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법적인 단죄와 별개로 군인의 본분을 망각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불법 비상계엄에 관여한 데 따른 역사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국방부는 사상 최대 규모의 이번 징계에 대해 국군의 헌법수호 의지를 천명하고 위법한 명령에 대한 불복종 문화 정착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징계받은 고위 장교는 45명인데, 그중 37명이 장성이다. 계급별로는 준장이 20명으로 가장 많고, 소장 9명, 중장 7명, 대장 1명이다. 가장 낮은 계급인 대령은 8명이다. 사실상 군 지휘부가 물갈이된 셈이다.
징계 사유는 법령준수의무 위반과 성실의무 위반, 비밀엄수의무 위반, 공정의무 위반, 청렴의무 위반 5가지다. 성실의무 위반은 다시 직권남용, 지휘감독소홀, 기타로 나뉜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법령준수의무 위반으로 39건이다. 성실의무 위반은 모두 28건으로, 직권남용 20건, 지휘감독소홀 1건, 기타 7건이다. 그밖에 비밀엄수의무 위반 4건, 공정의무 위반과 청렴의무 위반이 1건씩이다.
징계 종류로 보면, 최고 중징계인 파면이 22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정직(16명)-해임(4명)-강등(2명)-감봉(1명) 순이다. 파면은 방첩사령관, 수방사령관, 정보사령관과 특전사 예하 부대장 등 병력 이동을 직접 지휘·실행했거나 합참과 육본에서 계엄사 구성 및 운영에 깊이 관여한 장교들에게 적용됐다.
징계 사유를 주요 행위별로 분류하면 대략 6가지다. 첫째, 병력 투입(15명)이다.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 등지에 병력 투입과 봉쇄를 지시하거나 정치인 체포를 기도한 특전사와 수방사, 방첩사, 정보사 지휘부 및 현장에 출동한 장교들이다. 둘째, 체포조 운영(3명)이다. 국방부 조사본부, 방첩사, 정보사 소속 장교들이 해당한다. 셋째, 계엄사 구성과 운영 및 지원(6명)이다. 주로 합참 고위 장성들이다.
넷째, 계엄버스 탑승(17명)이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 후 계엄사 편성을 위한 서울행 버스에 탑승하거나 탑승 준비에 관여하거나 방치한 행위다. 주로 육본 소속 장교들이다. 다섯째, 이른바 ‘롯데리아 회동’(2명)이다. 이들은 비상계엄 당일 경기도 안산의 한 롯데리아 매장에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만나 제2수사단 구성 등을 모의한 혐의를 받는다. 마지막으로,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2명)이다. 작전 계획과 실행을 주도한 합참과 드론사령부 지휘부가 해당한다.
이 같은 징계 결과에 대해 당사자들은 항고와 소송으로 불복 의사를 나타냈다. 주된 항변은 ‘상명하복 원칙에 따른 합법적 지휘계통 명령 이행’이다. 관건은 ‘명령 복종의 정당성’ 인정 여부다. 징계 취소 소송이 본격화되면 법원이 ‘상명하복 의무’와 ‘위법 명령 불복종 의무’ 사이의 경계선을 어디에 그을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형평성 논란도 있다.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의 경우 아무런 징계 없이 전역했다. 계엄 당시 핵심적 지위에 있었던 만큼 중징계를 피하기 힘들었지만, 군 징계제도의 맹점 덕분에 징계를 피할 수 있었다. 군 징계위원회는 징계 대상자보다 계급이 높은 상급자 3명 이상으로 구성돼야 한다. 그런데 대장인 육군총장보다 높은 계급이 없는 까닭에 징계위 구성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 일이 계기가 돼 지난 1월, 대장 계급이 징계 대상인 경우 다른 대장 3명 이상으로 징계위를 꾸릴 수 있는 이른바 ‘박안수법’(군인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 3월 대장인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이 계엄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계엄 당시 합참 군사지원본부장이던 그는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자, 자진해서 옷을 벗었다.
군내 일부에서는 행위에 비해 징계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 사례가 계엄버스 탑승이다. 육군참모총장을 보좌하는 육본 기획관리참모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