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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더 각광받는다…‘뇌 휴식’ [스페셜리포트]

AI 시대 더 각광받는다…‘뇌 휴식’ [스페셜리포트]
 사진은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에가 브레인 사우나’. 이곳에서는 화면과 호흡에만 집중하는 브레인 사우나를 체험할 수 있다. ‘휴식형’과 ‘각성형’ 두 가지 프로그램을 고를 수 있다. (윤관식 기자)
사진은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에가 브레인 사우나’. 이곳에서는 화면과 호흡에만 집중하는 브레인 사우나를 체험할 수 있다. ‘휴식형’과 ‘각성형’ 두 가지 프로그램을 고를 수 있다. (윤관식 기자)

# 8월 24일 오후 1시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뇌를 쉬게 해준다는 ‘에가 브레인 사우나’를 찾았다. 문을 열자 작은 세면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안내에 따라 손을 씻고 향을 입힌 수건을 목에 둘렀다. 1층은 설명을 듣고 몸과 마음을 정돈하는 공간, 본격적인 프로그램은 지하 1층에서 시작된다. 계단을 내려가자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조명은 어둡고 벽과 바닥엔 붉은빛이 번졌다. 프로그램은 ‘휴식형’과 ‘각성형’ 두 가지. 이용객 대다수가 고른다는 휴식형을 택했다. ‘브레인 사우나 존’ 의자에 앉자 대형 화면에 반복되는 빛과 패턴이 나타났다. 내부 온도는 30도 내외. 음성 안내에 따라 4초간 들이마시고 7초간 멈춘 뒤 8초간 내쉬었다. 약 6분 30초. 짧지만 휴대전화도 대화도 없이 호흡과 화면에만 집중하니 생각의 속도가 서서히 느려지는 느낌이다. 각성형은 정반대다. 음성 안내 없이 빠르게 바뀌는 이미지에 집중하도록 설계돼, 집중력과 창의성이 필요한 이용자를 겨냥했다는 설명이다.

브레인 사우나가 끝나면 ‘콜드 플런지’ 공간으로 이동한다. 사우나와 냉탕을 오가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20도 안팎의 낮은 온도와 청정 산소, 물결 영상으로 감각이 전환된다. 짧은 시간에 따뜻함과 차가움, 밝음과 어두움을 번갈아 경험하는 구성인 셈이다. 도슨트 설명까지 포함하면 전체 체험은 약 30분, 프로그램만 이용하면 10~15분이면 끝난다.

조은슬 에가 브레인 사우나 디렉터는 “운동과 영양, 신체 회복에 비해 정신적 피로를 다루는 오프라인 공간은 많지 않아 이런 공간을 마련했다”며 “8월 1일 문을 열자마자 사흘 만에 8월 예약분이 다 찼다”고 전했다.

바쁜 일상생활, 잦은 야근, 끊을 수 없는 스마트폰 등으로 현대인의 뇌는 쉴 시간이 없다는 말이 많다. 이런 틈새를 포착, 산업으로 연결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에가 브레인 사우나’. 이곳에서는 화면과 호흡에만 집중하는 브레인 사우나를 체험할 수 있다. ‘휴식형’과 ‘각성형’ 두 가지 프로그램을 고를 수 있다. (윤관식 기자)

브레인 프라이(Brain Fry)가 일상

여러 상호명이 있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설계해 팔았다. 몇 년 전이라면 상품이 되기 어려웠을 서비스다. 왜 지금일까.

가장 큰 배경은 노동의 형태가 바뀐 데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해 발표한 ‘워크 트렌드 인덱스’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365 사용자는 회의·메일·알림 때문에 평균 2분에 한 번꼴로 업무가 끊긴다. 하루로 환산하면 275회다. 직장인 1명이 하루에 받는 메일은 평균 117통, 팀즈 메시지는 153건에 달한다. 업무 시간 외에 주고받는 메시지도 50건이 넘는다. 응답자 3명 중 1명은 “업무 속도를 따라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몸은 자리에 앉아 있지만 뇌는 하루 종일 판단과 전환을 반복하는 셈이다.

여기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얹혔다. 문서 초안, 번역, 코딩, 자료 검색까지 AI가 처리 속도를 끌어올리자 사람에게 남은 몫은 ‘더 많은 결정’이 됐다. 도구가 늘어난 만큼 어떤 도구를 쓸지, 결과물을 믿을지 말지를 판단하는 인지 비용도 함께 늘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이를 ‘브레인 프라이(Brain Fry·뇌 튀김)’라고 이름 붙인 이유다.

퇴근 뒤 회복도 쉽지 않다. 소파에 누워 숏폼을 넘기는 시간은 통계상 ‘여가’지만 뇌 입장에선 노동에 가깝다. 이인아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처럼 새로운 정보를 계속 판단하고 반응해야 하는 활동은 몸을 가만히 두고 있어도 뇌 입장에서는 휴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쉬는 시간을 늘려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는 감각, 여기서 ‘제대로 쉬는 법’에 대한 수요가 생겨났다.

경쟁력의 정의가 달라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정보 처리 속도와 지식의 양은 AI가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반대로 긴 맥락을 붙잡고 몰입하는 능력, 자극에 흔들린 뒤 다시 안정된 상태로 돌아오는 회복 탄력성은 사람에게 남는다. 뇌 휴식이 ‘자기관리’를 넘어 ‘업무 역량’ 문제로 다뤄지기 시작한 배경이다.

이런 상황을 간파, 산업으로 연결한 곳들이 늘면서 시장도 성장하는 분위기다. 글로벌웰니스인스티튜트(GWI)에 따르면, 2024년 세계 웰니스 시장 규모는 6조8000억달러(약 9500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19년 이후 연평균 6.2%씩 성장했고, 2029년에는 9조8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1%, 세계 보건 지출 총액의 6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건 ‘멘탈 웰니스’ 부문이다. 2024년 기준 시장 규모는 약 2650억달러(약 370조원). 명상·마음챙김, 수면, 감각 회복, 뇌 건강 보조제 등을 포괄한다. 2019~2024년 연평균 성장률은 12.4%로 웰니스 전체 평균의 두 배 수준이다. GWI는 2029년까지도 연 10.1% 성장을 예상했다. 같은 기간 워크플레이스 웰니스(직장 복지 프로그램)가 유일하게 역성장(-1.5%)한 것과 대비된다. 회사가 제공하는 복지에서 개인이 직접 사는 회복으로 지출 주체가 옮겨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낸 ‘2024 한국 웰니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웰니스 시장에서 9위를 차지한다. 반면, 2024년 세계행복보고서 기준 행복도는 143개국 중 52위에 그쳤다. 시장은 크지만 체감 웰빙은 낮은 구조, 국내에서 회복형 서비스가 빠르게 자리 잡는 이유다.

브레인 사우나는 뜨거운 탕도 냉탕도 없는 사우나다. 사우나가 신체 회복을 상징해온 점에 착안해 ‘뇌를 쉬게 하는 경험’을 공간으로 옮긴 개념이다. 빛과 소리, 온도, 향을 설계해 들어오는 자극의 총량을 조절하고 휴대전화를 떼어놓게 만든다. 8월 문을 연 ‘에가 브레인 사우나’가 비근한 예다.

기존 명상과의 차이는 이용자에게 무엇을 요구하느냐에 있다. 명상은 집중과 훈련을 요구한다. 자세를 잡고 호흡을 세다 잘 안 되면 실패한 기분이 든다. 반면 브레인 사우나는 훈련 대신 환경을 판다. 화면과 음성 안내를 따라가기만 하면 되고 10분 남짓이면 끝난다. 종교색이나 수행 이미지를 걷어낸 덕에 명상 경험이 없는 직장인도 부담 없이 들어선다. 잘하고 못하고를 따지지 않는 ‘입장료 내는 휴식’인 셈이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글로벌웰니스서밋은 올해 10대 웰니스 트렌드로 ‘뉴로웰니스(Neurowellness)’를 꼽았다. 호흡·소매틱 같은 이완법부터 미주신경 자극기 ‘펄세토’, 뇌파 측정 헤드밴드 ‘엘레마인드’, 경두개직류자극 기기(TMS) ‘플로우’까지 신경계를 직접 겨냥한 제품군을 포괄한다. 배경엔 갤럽이 144개국을 조사해 성인 40%가 매일 높은 수준의 불안을 느낀다고 답한 현실이 있다. 최근에는 신경계를 안정시키는 감각 신호를 건물 단위로 설계하는 ‘벨룸(VELUM)’ 같은 프로젝트도 등장했다. 뇌 휴식이 기기에서 공간으로 넘어오는 변화가 국내외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박진현 마음수련 명상센터 여의도점 메인 강사는 “여의도는 증권가가 많아서인지 주가 등락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분들은 짧은 명상을 통해서도 편안함과 성찰을 경험한다. 젊은 직장인층 참여와 재등록이 꾸준하다”고 말했다.

크라이오테라피(Cryotherapy)는 신체를 영하 110~130℃의 극저온 환경에 2~3분간 노출해 통증 완화와 피로 회복을 유도하는 저온 요법이다. 소매틱 웰니스 방식 중 하나다. (윤관식 기자)

소매틱 웰니스(Somatic Wellness)는 운동 강도나 수치화된 성과 대신 몸이 보내는 감각과 신호를 알아차리고, 각성 상태에서 이완 상태로 되돌아오는 능력을 키우는 접근법이다. 뇌를 쉬게 하려면 몸 상태부터 읽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웨어러블 확산이 흐름을 앞당겼다. 체중과 운동량이 전부였던 지표가 수면·심박변이도(HRV)까지 넓어지면서 ‘얼마나 움직였나’가 아니라 ‘스트레스 뒤 얼마나 회복했나’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대표 사례가 ‘비수면 깊은 휴식(NSDR·Non-Sleep Deep Rest)’이다. 앤드루 휴버먼 스탠퍼드대 교수가 대중화한 개념으로, 잠들지 않은 상태에서 몸의 감각과 호흡에 차례로 주의를 옮겨 깊은 이완으로 들어가는 휴식법이다. 장비 없이 10~20분 누워 진행할 수 있다. 원형 격인 전통 명상법 ‘요가 니드라(Yoga Nidra)’도 유튜브와 명상 앱을 타고 일상 루틴으로 재해석됐다.

이런 방식이 뜨는 이유는 진입 장벽이 낮아서다. 명상처럼 잡생각을 없애려 애쓸 필요가 없고, 떠오르면 다시 몸의 감각으로 돌아오면 된다. 장비도 종교색도 없이 10~20분이면 끝난다. 짧은 낮잠은 자칫 더 무거워지고 커피는 각성을 빌려 쓰는 데 그치지만, NSDR은 오후 컨디션을 되돌리는 ‘정지 버튼’에 가깝다는 것이 이용자들 설명이다.

관련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2024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논문에서는 숙련자가 요가 니드라를 할 때 외부 과제에 집중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 연결성이 평소 휴식보다 낮아지는 변화가 관찰됐다.

국내에서는 명상센터와 치유센터가 이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BT강남명상치유센터는 스트레칭으로 몸을 먼저 푼 뒤 15분가량 누워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재호 BT강남명상치유센터 원장은 “점심을 간단히 먹고 와서 15~20분 쉬었다 가는 인근 직장인이 적잖다”며 “푹 자지 않아도 충분히 이완하면 오후 컨디션이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전했다.

의료 영역으로도 번진다. 고압산소와 크라이오테라피, 적외선 사우나처럼 자극과 이완을 번갈아 주는 프로그램을 묶어 파는 의원급 시설이 늘었다. 이준용 AAC헬스케어 이사는 “불면이나 번아웃, 집중력 저하 등 ‘브레인 포그’를 호소하며 원인과 관리법을 찾는 사람이 꾸준히 늘었다”고 전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경영자들의 루틴으로 알려졌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명상은 어렵더라도 NSDR 영상은 따라 할 수 있다”며 유튜브 NSDR 영상으로 긴장을 푼다고 밝혔다. 유튜브와 명상 앱에는 10분 안팎 프로그램이 대거 올라와 있고, 캄·헤드스페이스 같은 앱도 관련 콘텐츠를 늘리고 있다.

강옥진 웰니스 칼럼니스트는 “NSDR이나 요가 니드라는 강도보다 잠시 멈추고 자신의 상태를 느끼며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며 “ ‘성과의 시대’에서 ‘성찰의 시대’로의 전환”이라고 진단했다.

산소 체임버(고압산소 치료)는 대기압보다 높은 압력의 밀폐 공간에서 고농도 산소를 흡입하는 웰니스 방식이다. (윤관식 기자)

디지털 디톡스는 몸에 쌓인 독소를 빼듯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거나 멈춰 심신의 피로를 더는 방식이다. 뇌 휴식과 직결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스마트폰은 쉬는 시간을 쉬지 못하게 만드는 장치다. 메일과 뉴스, 쇼핑, 숏폼이 한 화면에서 쏟아지면 몸은 소파에 누워 있어도 뇌는 새 정보를 판단하고 반응하는 작업을 계속한다. 짧고 강한 자극이 반복되면 도파민 보상회로가 계속 자극돼 각성 상태가 유지된다. 화면을 끄는 일이 뇌 휴식의 출발점인 셈이다. 실제로 펍메드 센트럴(PMC)에 공개된 연구에서 대학생이 2주간 스크린 사용을 줄이자 코르티솔 수치가 18% 낮아졌다.

문제는 알면서도 내려놓기 어렵다는 점이다. 리뷰스닷오알지 조사에서 미국인은 하루 평균 186번 스마트폰을 확인했고 45.8%는 스스로 중독됐다고 답했다. 한편, 한국리서치가 지난 3월 성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디지털 디톡스 경험자는 32%, 참여 의향은 62%였다. 18~29세 경험자의 49%가 집중력과 생산성이 좋아졌다고 답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절제력 대신 환경을 파는 서비스다.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디 오프라인 클럽(The Offline Club)’은 참가자가 휴대폰을 맡기고 책을 읽거나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하는 모임으로, 올해 4월 기준 19개 도시로 퍼졌다. 국내에도 2시간 동안 폰 없이 지내는 서울 마포구 ‘고독스테이’, 입장 시 기기를 ‘금욕상자’에 넣는 강남 ‘욕망의 북카페’가 있다. 기기도 나왔다. 60달러짜리 근거리 무선 통신(NFC) 장치 ‘브릭(Brick)’은 갖다 대면 설정한 앱이 잠겨 폰을 ‘벽돌’로 만든다. 다운로드는 지난해 10월 1만4000건에서 올해 1월 10만3632건으로 3개월 만에 폭증했다.

전다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스마트폰은 업무와 관계, 여가가 모두 들어 있는 생활 인프라라 개인이 스스로 절제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소비자는 아예 접속할 수 없는 상황 자체를 구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NSDR(Non-Sleep Deep Rest·비수면 깊은 휴식)은 잠들지 않은 상태에서 몸의 감각과 호흡에 차례로 주의를 옮겨 깊은 이완으로 들어가는 휴식법이다. 서울 강남구 BT강남명상치유센터에선 NSDR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윤관식 기자)

리트리트는 일정을 의도적으로 비운 여행이다. 명소를 빽빽하게 돌고 맛집을 찾는 대신 명상과 수면, 숲길 산책으로 시간을 채운다. 뇌 휴식 관점에서 보면 이유가 분명하다. 여행은 낯선 길과 언어, 예약과 이동, 사진과 게시물까지 하루 종일 판단을 요구하는 활동이다. 일상에서 이미 정보와 일정에 지친 사람에게는 휴가가 또 다른 과부하가 된다. 그래서 자극을 더하는 대신 줄이는 쪽으로 목적이 옮겨갔다. 휴가의 성패를 ‘얼마나 많이 봤나’가 아니라 ‘얼마나 잘 회복했나’로 재는 셈이다.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리트리트 예약 플랫폼 북리트리츠가 미국 여행객 1040명을 조사한 ‘2026 리트리트 현황’에 따르면, 응답자의 64%, Z세대는 68%가 1년 안에 리트리트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참여 동기 1위는 휴식과 이완이었고 정신건강과 번아웃 회복이 그 뒤를 이었다. 지출 우선순위도 뒤집혔다. 49%가 웰니스 지출 대상으로 리트리트를 꼽아 스파·웰니스 관리(45%)나 보충제·비타민(44%)을 앞섰다.

국내에서는 템플스테이가 ‘K리트리트’로 재평가된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 따르면, 2025년 전국 158개 사찰 템플스테이 실참가자는 34만9219명으로 역대 최대였고, 연인원은 62만5304명에 달했다. 최근 3년간 내국인 참가자 중 20대가 평균 19.7%로 가장 많았고 30대도 16.2%였다.

호텔과 리조트도 ‘잠자는 곳’에서 ‘회복 프로그램을 사는 곳’으로 바뀐다. 강원 정선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는 숙박에 요가·명상·필라테스와 스파를 묶은 체류형 상품을 운영하고, 포시즌스호텔 서울은 한국식 사우나와 스킨케어를 결합한 웰니스 리트리트를, 그랜드워커힐 서울은 야외수영장에서 물 위에 뜬 채 명상하는 ‘나이트 플로팅 메디테이션’을 선보였다.

리트리트 여행은 일정을 의도적으로 비운 여행이다. 명소를 빽빽하게 돌고 맛집을 찾는 대신 명상과 수면, 숲길 산책으로 시간을 채우는 뇌 휴식 트렌드다. 국내에서는 템플스테이가 K리트리트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경계할 지점도 있다. 명상과 이완 반응이 스트레스 호르몬과 심박변이도(HRV)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는 축적돼 있다. 그러나 그 근거는 ‘이완 상태 자체’에 대한 것이지, NSDR이나 브레인 사우나 같은 특정 상표와 기법이 무료로 하는 낮잠이나 산책보다 낫다는 증거는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NSDR은 요가 니드라와 유사한 이완 방식이고 이를 독립적인 기법으로 검증한 대규모·장기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간극이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이다. 뇌파 측정이나 광자극, 특수 기기가 붙을수록 이용료는 올라간다. 하지만 뇌파 검사는 현재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일 뿐 개선을 보장하는 처치가 아니다.

강옥진 칼럼니스트는 “뇌 휴식의 원리는 단순하다. 화면을 끄고 자극을 줄이는 일에는 원래 비용이 들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결국 뇌 휴식 산업의 성패를 ‘특별한 효과’보다 ‘회복 탄력성을 지킬 시간’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공하느냐가 가를 것으로 본다.

이인아 교수는 “앞으로는 뇌를 쉬게 해준다는 개념보다 외부 자극에 대한 뇌의 회복력과 탄력성을 확보해주는 시간과 환경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각광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뷰 | 이인아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교수

“숏폼 시청 휴식 아냐…뇌도 ‘멍 때릴 시간’ 필요”

명상·자연 속 휴식처럼 뇌의 피로를 덜어주는 ‘뇌 휴식’이 새로운 웰니스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릴스·쇼츠 등 짧고 강한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뇌 손상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이인아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뇌인지 분야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세계적인 전문가다. 그에게 자극이 넘치는 현대 사회에서 왜 뇌 휴식이 필요한지, 일상에서 어떻게 제대로 쉴 수 있는지 들어봤다.

Q. 뇌과학적으로 ‘뇌가 쉰다’는 건 어떤 상태인가.

외부 자극을 능동적으로 처리하고 판단하는 부담이 줄면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가 자유롭게 작동하는 상태를 뜻한다. 이는 외부 감각 채널에서 잠시 벗어나 의식이 내부로 향하는 상태다. 수면과는 다르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렘(REM)수면에서는 뇌가 활발히 움직이고 서파수면에서는 기억 공고화 등 여러 작업이 이어진다.

다만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만 뇌가 쉬는 것은 아니다. 숙달된 운동이나 악기 연주, 요리처럼 몸에 익어 별다른 판단 없이 할 수 있는 활동을 할 때도 외부 자극 처리 부담이 줄 수 있다. 겉으로는 무언가를 하고 있지만 뇌 입장에서는 능동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일이 줄어드는 셈이다. 반면, 스마트폰처럼 새로운 정보를 계속 판단하고 반응해야 하는 활동은 몸을 가만히 두고 있어도 뇌 입장에서는 휴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Q. 강한 자극을 접할 때 뇌가 받는 부담은.

짧고 강한 자극이 반복되면 도파민 보상회로가 짧은 주기로 계속 자극받으면서 뇌가 각성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이런 자극에 익숙해지면 긴 시간 집중하거나 지루함을 견디는 전두엽 조절 기능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퇴근 후 유튜브나 SNS를 보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정보를 계속 처리하는 상태라 진정한 휴식으로 보기 어렵다.

Q. 뇌 휴식법은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명상은 비교적 오랜 기간 과학적으로 연구된 방법이다. 명상할 때 부교감신경이 우세해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감소하며 심박변이도(HRV)가 개선되는 경향이 관찰된다. 뇌파에서도 베타(β)파가 줄고 이완·내적 집중과 관련된 알파(α)파·세타(θ)파가 늘어난다는 연구가 있다.

다만 ‘비수면 깊은 휴식(NSDR)’ 등 최근 대중화된 용어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NSDR은 전통적인 ‘요가 니드라(Yoga Nidra)’와 유사한 이완 방식이고, 이를 독립적인 기법으로 검증한 대규모·장기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 이름만 거창한 뇌 휴식법보단 외부 자극을 줄이고 의식을 내부로 돌리는 원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Q. 일상에서 추천할 만한 뇌 휴식법은.

우선 산책·멍 때리기·명상·샤워처럼 목적 없이 의식이 내부로 향하게 하는 시간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 외부 자극과 과제 처리를 멈추고 뇌가 스스로 정보를 정리하도록 놔두는 것이다.

긴 맥락에 몰입하는 시간도 중요하다. 장편 소설처럼 하나의 서사를 오래 따라가며 스스로 이해와 해석을 쌓아가는 경험이다. 숏폼처럼 자극이 짧고 자주 반복되는 것과 정반대다. 미술이나 음악처럼 정답이 명확하지 않은 대상을 오래 바라보며 모호함을 견디는 시간을 늘리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바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한 가지 대상에 오래 집중하는 경험 자체가 뇌 집중력을 회복하는 하나의 훈련 방식이다.

Q. 뇌 휴식 산업은 어떻게 발전할까.

앞으로는 단순히 뇌 휴식보다 외부 자극에서 회복할 수 있는 뇌의 탄력성, 즉 ‘회복력(Resilience)’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시간과 환경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수면 추적과 수면 환경 개선 제품, 디지털 디톡스, 자연 체류형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산업도 휴식 제공에서 회복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건 자극에 노출된 뒤 다시 안정된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런 서비스가 실제로 뇌 회복력을 높이는지는 앞으로 더 검증돼야 할 영역이다.

‘소매틱 웰니스’ 인기에 ‘뇌 휴식’ 풀코스 체험해보니

산소 체임버부터 TMS까지…인기 끌 만하네

경두개 자기자극기(TMS) 장비를 사용하는 모습. TMS는 자기장을 이용해 특정 뇌 영역의 활동을 조절하는 의료기기다. (윤관식 기자)

지난 8월 26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윔의원을 찾았다. 이날 목표는 하나. 최근 웰니스 트렌드로 떠오른 ‘소매틱 웰니스(Somatic Wellness)’를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다. 소매틱 웰니스란 운동 강도나 수치화된 성과보다 몸이 보내는 감각과 신호를 알아차리고 긴장 상태에서 벗어나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접근법이다.

첫 순서는 산소 체임버(산소 치료)였다. 대기압보다 높은 압력의 밀폐 공간에서 고농도 산소를 흡입하는 방식이다. 길쭉한 체임버 안에 누워 있으니 압력이 높아지며 귀가 먹먹해졌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와 비슷했다. 몇 차례 침을 삼키자 이내 적응됐다. 잠시 눈을 감고 있으니 머리가 한결 맑아진 듯한 느낌도 들었다.

이어 크라이오테라피(Cryotherapy) 방에 들어가자 벌써부터 서늘한 공기에 살짝 긴장이 됐다. 장갑과 귀마개를 단단히 착용했지만 기기 안에 들어서자 차가운 공기에 자연스럽게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대신 영하 110~130℃ 남짓의 추위를 견디는 데 온 신경이 쏠려 잡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1분 남짓 체험을 마치고 나오니 머리카락과 속눈썹에 하얗게 서리가 맺혔다.

차갑게 식은 몸을 녹이는 다음 순서는 적외선 사우나. 조용하고 따뜻한 사우나 방에 들어와 있으니 몸이 나른해지는 듯했다. 이준용 AAC헬스케어 이사는 “크라이오테라피는 냉자극을 받을 때 교감신경이 활성화됐다가 나온 뒤 다시 이완되는 과정을 거친다”며 “사우나도 열 스트레스 이후 체온이 떨어지면서 몸이 안정된다”고 설명했다. 계속 편안한 상태에 머무는 게 아니라 자극과 이완을 반복하며 회복하는 능력을 훈련한다는 얘기다.

앞선 코스에서 신경계를 자극해 피로 회복을 했다면 다음은 뇌 차례였다. 뇌파 검사를 마친 뒤 경두개직류자극기기(TMS) 장비 앞에 앉았다. TMS는 자기장을 이용해 특정 뇌 영역의 활동을 조절하는 의료기기다.

‘탁, 탁, 탁.’ 머리에 옅은 자극이 전해지는 동시에 규칙적인 소리가 이어졌다. 목탁 소리를 연상시키는 일정한 박자에 집중하다 보니 오히려 머릿속 잡생각이 줄었다. 이 이사는 “뇌파가 현재 뇌 컨디션을 확인하는 검사라면 TMS는 특정 뇌 영역의 활성도를 조절하는 치료”라고 설명했다.

예전 웰니스가 더 뛰고 더 많은 땀을 흘려 몸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면 소매틱 웰니스는 자기 몸 자체에 집중하게 했다. 춥다고 긴장하는 순간, 따뜻해지며 몸이 풀리는 순간, 머릿속 잡생각이 줄어드는 순간까지 평소라면 흘려보냈을 몸의 변화를 하나씩 의식하게 됐다. 산소를 마시고 얼었다가 데워진 뒤 머리에 자기장까지 맞고 나니 ‘쉬는 것도 이렇게 열심히 해야 하나’ 싶었다. 그래도 이날만큼은 확실히 알았다. 웰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어쩌면 열심히 하기가 아니라 제대로 쉬는 법을 배우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채원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75호(2026.09.02~09.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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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매경이코노미 https://n.news.naver.com/article/024/0000107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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