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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지지율 흔드는 '두 개의 부동산'…서울은 전월세난, 지방은 농지 조사에 뿔났다

李 지지율 흔드는 '두 개의 부동산'…서울은 전월세난, 지방은 농지 조사에 뿔났다
ⓒChat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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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서울 한때 20%대까지 추락…'성난 농심'에 與도 수습 분주

"부동산을 '기득권 대 비기득권' 구도로 풀면 백약이 무효"

추석 연휴, 온 가족이 모인 밥상에선 덕담 대신 한숨 소리가 가득했다.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30대 아들 A씨는 최근 결혼을 앞두고 경기권에 사는 여자친구와 함께 빌라 전셋집을 알아봤다. 가용자산은 3억5000만원. 하지만 전셋값이 예상보다 크게 뛰면서 원하는 집을 구하기 어려웠다. 결국 A씨는 결혼을 내년으로 미뤘다. 집을 못 사는 것을 넘어 전월세난과 대출 부담에 결혼까지 미루는 현실이다.

반대로 강원도에 살고 있는 부모님은 다른 문제로 고심이 깊었다. 질병과 고령으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농지 전수조사에 박차를 가하면서다. 여기에 추후 자녀들이 혹여 상속받은 농지를 직접 경작하지 못하거나 휴경·임대가 불가피한 경우까지 '농사를 짓지 않으면 농지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결국 서울에서는 집을 구하지 못해 결혼을 미루고, 지방에서는 농지를 마음대로 처분하거나 보유하기도 어려워질까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두 화두는 얼핏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뿌리는 하나, '부동산' 키워드로 연결된다. 부동산 문제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당초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X(옛 트위터)를 통해 "계곡 불법시설 정비보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쉽다"며 부동산 전장에서 자신감을 보였지만, 이후 8개월이 지나도록 전선은 안정되지 않고 있다. A씨 가족을 비롯한 바닥 민심에서도 "이 대통령이 일은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아니다" "친명(親이재명)에서 반명(反이재명)이 됐다" 등의 비토가 쏟아지고 있다.

'집값과의 전쟁' '지역균형발전' 동시에 빨간불

최근 진행된 주요 여론조사들에서도 부동산은 지지율 하락의 핵심 이유로 계속 지목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부동산 정책은 7월 4주 차부터 줄곧 이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 평가 이유 중 첫 번째 이유로 꼽혔다. 그 영향으로 서울 지지율은 9월 2주 차 20%대(29%)까지 떨어졌고, 9월 3주 차 역시 30%에 머물렀다.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선 부정 평가가 50%를 넘었으며 민심의 바로미터인 대전·충청에서도 긍정 35%-부정 58%를 기록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도 흔들리고 있다. 10월 1주 차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정부가 제시한 '2030년 공적주택 119만 호 공급' 목표가 기간 내 이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64%로, 이행될 것이라는 응답 26%를 크게 웃돌았다.

악화된 부동산 민심의 배경에는 실제 시장 상황도 자리 잡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10월 1주 차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12% 오르며 지난해 2월 1주 차부터 87주 연속 상승했다. 역대 최장 기록이다.

지방 역시 농지 시장에서 거래 자체가 위축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강원권에선 농지 전수조사가 시작된 5월18일부터 9월22일까지 전·답·과수원의 총 거래 건수(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시스템 기준)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30% 감소했다. 평균 거래가격과 총 거래금액도 함께 하락했다. 농지가 팔리지 않으면 담보가치가 떨어지고, 담보가치가 떨어지면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농지 경매가 여러 차례 유찰되고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현장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서울과 지방의 문제는 양상이 다를 뿐 민심이 느끼는 불안의 본질은 같다. 서울에서는 '집을 살 수 없는 청년·신혼부부'가 늘어나고, 지방에서는 '팔 수도, 마음대로 보유하기도 어려운 농지'를 둘러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집값과의 전쟁'은 물론 '지역균형발전'까지 두 가지 목표에 빨간불이 한꺼번에 켜진 셈이다.

이재명 정부도 국면 전환에 나섰다. 정책실장에 하준경 전 경제성장수석을 기용하며 공급은 늘리고 세제 등 부동산 정책은 복잡하지 않게 만들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는 방식으로 수습에 나선 모습이다. 하지만 부동산을 둘러싼 대통령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집값을 잡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실수요자와 청년층의 불만이 커지고, 대출을 풀면 유동성이 풀려 더 빠른 집값 상승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을 '기득권 대 비기득권' 구도로 접근하면서 오히려 전체 부동산 문제로 역효과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비거주 1주택자만 해도 주택을 소유했다는 점에서는 기득권이지만, 실제 삶의 조건을 보면 반드시 기득권이라고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며 "농지 역시 소유 여부로 모든 문제를 풀 수 없듯 이런 구도로 현실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놓치면서 자산 격차와 세대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문제, 선거 흔드는 핵심 변수로 떠올라

여권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진행된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서울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대로 가면 내년에 열릴 수 있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는 물론, 2년 후 총선에서 한강벨트가 전멸할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서울 지역구의 한 의원은 시사저널에 "부동산 정책은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는 만큼 지금부터 관리하지 않으면 2년 후 걷잡을 수 없는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부동산 문제가 단순 정책 실패를 넘어 선거 지형을 흔드는 정치적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농지 정책에서도 일률적으로 '투기 대상'이라는 관점 아래 강하게 조이는 정부 방식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취재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일부 여당 의원은 관행적 임대차와 불가피한 휴경 등을 투기 목적의 농지 이용과 구분하는 방향으로 특별조치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의원은 "농지 전수조사로 현장 혼란이 커지고 있는 만큼 관행적 임대차나 휴경 등을 투기 목적의 위반 행위와 구분해야 한다"며 "자진 정비기간을 부여하거나 임대차 관계를 정비할 기회를 주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했다.

결국 정부는 성난 농심에 한발 물러섰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0월8일 브리핑을 통해 "투기가 아닌 일반적 사안은 이번 조사 결과를 근거로 농지법상 처분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방향으로 특별조치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상속 농지, 고령농·관행 임대차 농지, 종중·사찰·미등기 상속 등 소유관계가 복잡한 농지, 맹지·영농 곤란 농지 등이 처분에서 제외된다.

결국 이 대통령 앞에는 고차방정식의 부동산 숙제가 놓였다. '소유자 대 비소유자'라는 단순 구도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이해관계가 곳곳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대출을 풀면 집값 재상승을 자극할 수 있고, 규제를 유지하면 청년층의 주거 불안이 커진다. 농지 역시 강하게 조이면 농촌 민심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 서울에선 집값을 잡으면서 실수요자 주거 부담을 낮춰야 하고, 지방에선 농지 투기를 막으면서도 고령 농민과 상속·휴경 농지까지 일률 규제하지 않는 최선책을 도출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의 성패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 여부와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의 전월세난과 지방의 농지 불안이라는 서로 다른 '부동산 민심'을 동시에 달래야 하는 상황이다. 취임 초반 자신감을 내비치던 '부동산과의 전쟁'이 이제는 대통령의 가장 까다로운 정치적 시험대가 됐다.

출처: 시사저널 https://n.news.naver.com/article/586/0000139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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