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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경보 울려도 도망칠 틈 없어"…네팔 삼킨 빙하 붕괴, 왜 예측 못 했나

"경보 울려도 도망칠 틈 없어"…네팔 삼킨 빙하 붕괴, 왜 예측 못 했나
네팔 대홍수 나흘째인 29일(현지시간) 네팔 누와코트 데비가트에서 주민들이 폐허가 된 마을을 바라보고 있다. 2026.8.29 ⓒ 뉴스1 구윤성 기자
네팔 대홍수 나흘째인 29일(현지시간) 네팔 누와코트 데비가트에서 주민들이 폐허가 된 마을을 바라보고 있다. 2026.8.29 ⓒ 뉴스1 구윤성 기자

NYT, 전문가 분석 인용 보도…"광범위한 오지 돌발 붕괴는 기술적 한계"

"위험 지역 건축 막고, 대피로 확보해야…일본식 반복 훈련도 대안"

네팔 대홍수 나흘째인 29일(현지시간) 네팔 누와코트 데비가트에서 주민들이 폐허가 된 마을을 바라보고 있다. 2026.8.29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지난 26일 네팔과 중국령 티베트의 국경 지대를 초토화한 대홍수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사전에 예측하기 극히 어려운 재난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질학자들을 인용해 고지대에서 발생한 암반 산사태와 빙하 붕괴가 겹치면서 막대한 양의 물과 진흙, 바위가 하천으로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 이번 참사의 원인이라고 28일(현지시간)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된 피해 지역의 영상들을 보면 엄청난 속도로 쏟아져 내린 흙탕물에 건물이 통째로 무너지는 데는 불과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마을에 설치된 경보기도 작동했지만, 상류에서 밀려오는 토석류의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랐다.

수실 쿠마르 슈레스타 네팔 재난관리청 기술자는 "해당 지역에 경보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지만, 홍수가 너무 빠르게 발생해 시스템이 작동했음에도 주민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네팔의 경보 시스템이 가진 구조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비가 많이 내려 강이나 호수 물이 천천히 차오르는 일반적인 홍수와 달리, 이번 참사는 산비탈과 빙벽의 일부가 갑자기 와르르 무너져 내리며 발생했다.

네팔 대홍수 나흘째인 29일(현지시간) 네팔 누와코트 데비가트 수해지역에서 주민들이 폐허가 된 마을을 빠져나가고 있다. 2026.8.29 ⓒ 뉴스1 구윤성 기자

기존의 수위 측정 기계로는 이런 산의 급작스러운 붕괴를 미리 알아채기 어렵고, 센서가 물을 감지했을 때는 이미 마을에 흙탕물이 들이닥친 뒤였다.

보통 산 위의 얼음 재해를 감시할 때는 빙하가 녹아내려 고인 호수 물이 갑자기 불어나는지를 관찰한다.

미국 알래스카에서 얼음 홍수를 오래 연구해 온 에란 후드 알래스카대 교수는 "알래스카 주노 지역의 멘덴홀 빙하 연구 시, 과학자들은 실시간 영상 모니터링, 레이저 수위 측정, 빈번한 현장 관측을 통해 홍수 발생 시점과 하류 지역의 위험을 예측해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네팔의 험한 산악 지대 전체를 이런 정밀 방식으로 감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네팔에만 이런 얼음 호수가 2000개가 넘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곳도 수십 곳에 달한다.

후드 교수는 땅의 흔들림을 재고 입체 지도를 만들어 위험을 살피는 대안도 있지만 현장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히말라야는 매우 외진 오지"라며 "드론이나 헬리콥터를 이용해 그곳에 접근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계로 위험을 미리 알아채는 데만 기댈 것이 아니라, 물이 넘치기 쉬운 위험 지역에는 아예 집을 짓지 못하게 막고 도망칠 길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빙하 재해 전문가인 앨턴 바이어스 미국 콜로라도대 교수는 "당국은 범람원 내 건축을 피하고 대피 경로를 개발해 명확하게 표시하는 등 다른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보가 울렸을 때 주민들이 즉각 몸을 피할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안전 교육도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바이어스 교수는 2015년 네팔 대지진 이후 현장을 조사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네팔 정부가 경보 시스템을 설치했지만, 현지 주민들은 경보음이 어떤 소리인지, 경보가 울렸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여러 언어로 표지판과 방송을 통해 위험을 알리고 주민들이 대피 요령을 몸으로 익히게 하는 일본의 쓰나미 대응 방식을 모범 사례로 들며 "경보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범람원과 같은 위험 지역 내 건축을 피하는 것이 안전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구 온난화로 히말라야의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산비탈을 지탱하던 지반이 약해져 암석과 빙하가 함께 무너지는 복합 재해의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음 붕괴를 완벽하게 예측하는 마법 같은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 만큼, 짧은 경보 시간을 주민들의 실제 생존 시간으로 바꾸는 현실적인 방재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바이어스 교수는 "이러한 홍수는 이제 일어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 홍수가 언제 일어날 것인가의 문제"라고 말했다.

출처: 뉴스1 https://n.news.naver.com/article/421/0009139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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