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몇 개 옮겨선 안 된다"…세종·대전 묶어 '행정·과학 수도권'

2일 세종시청 여민실에서 열린 '국토공간 대전환과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토크콘서트' 모습. 세종시 제공
수도권 일극체제를 깨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공공기관 이전이나 지역별 예산 배분을 넘어 수도권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혁신거점'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행정수도 세종을 축으로 대전의 과학기술 역량, 충남·충북의 제조·산업 기반을 연결해 '행정·과학 수도권'이라는 새로운 국가 성장축을 만들어야 한다는 구상이다.
2일 세종시청 여민실에서 세종시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공동 주최로 열린 '국토공간 대전환과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토크콘서트'에서는 수도권 집중을 극복하기 위한 충청권 초광역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문진영 서강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이날 대담에는 이한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이병헌 지방시대위원회 5극3특 특위 위원장, 조상호 세종시장이 참석해 머리를 맞댔다.
이한주 이사장은 기존 균형발전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며 지역별 특성을 살린 성장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구와 자본, 교육·의료 기능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도로를 건설하고 공공기관을 분산하는 방식만으로는 국토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 이사장은 "기술 주도 성장과 지역 발전을 결합해 산업·인재·생활 기반을 함께 키우는 판짜기가 시급하다"며 "세종과 대전, 충남·충북이 결합한 충청권이야말로 새로운 성장축이 될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조상호 시장 역시 단순한 기능 분산이 아닌 경쟁력 있는 혁신거점 조성을 강조했다. 조 시장은 "충청권이 수도권에 비견되는 혁신 권역이 되려면 행정 기능뿐만 아니라 자본시장과 고급 전문서비스가 지역 내부에서 자생적으로 선순환하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2일 세종시청 여민실에서 열린 '국토공간 대전환과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토크콘서트' 모습. 세종시 제공
◇ 세종 '공공 AI Hub' 조성…대전 R&D 연계
세종의 차세대 신산업 방향으로는 공공행정과 인공지능(AI)의 융합이 제시됐다. 중앙부처와 국책연구기관이 집적된 도시 특성을 활용해 공공서비스의 AI 전환을 선도하고, 관련 데이터와 기술을 바탕으로 AI 스타트업과 전문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이병헌 위원장은 세종의 공공행정 AI 전환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와 기술을 대국민 서비스 기업 육성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전의 연구개발(R&D) 역량과 연계해 기술 사업화와 해외시장 진출까지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 인프라를 활용한 국제회의와 컨퍼런스 등 MICE(전시·컨벤션) 산업 육성도 성장 과제로 거론됐다.
◇ "충청광역연합에 재정·인사권 부여"
이 같은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핵심 키로는 '충청광역연합의 실질적 권한 강화'가 꼽혔다. 현재 교통 중심의 제한적 역할에 머물러 있는 광역연합에 독자적인 재정권과 인사권을 부여해, 중앙정부 주도의 사업 배분에서 벗어나 권역이 직접 성장전략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취지다. 권역 내 주요 거점을 1시간 이내로 묶는 광역교통망 구축과 지역 차원의 투자를 이끌 '충청투자공사' 설립 필요성도 함께 제기됐다.
결국 이 모든 구상의 출발점은 '행정수도 기능 완성'이라는 점에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한주 이사장은 대통령실과 국회의 세종 이전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시장도 국가의 정치·행정적 의사결정이 실제 세종에서 이뤄져야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기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과 국회 이전을 통해 세종을 국가 운영의 중심으로 세우는 것이 도시 건설의 본래 목적을 실현하는 선결 과제라는 설명이다.
다만 초광역 구상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권역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실행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관건이다. 지방정부 간 재정 분담과 사업 우선순위를 조율하고, 충청광역연합이 실질적인 정책 기획과 집행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도 갖춰야 한다. 세종의 행정 기능과 대전의 과학기술, 충남·충북의 산업 역량을 하나의 성장전략으로 묶어낼 구체적인 실행력이 요구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