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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김장하’ 이어 ‘남태령’, 페미니스트 PD가 기록한 희망

‘김장하’ 이어 ‘남태령’, 페미니스트 PD가 기록한 희망
다큐멘터리 영화 '남태령' 김현지 감독·MBC경남 PD를 지난 19일 서울 신촌에서 만났다. ⓒ손상민 사진기자
다큐멘터리 영화 '남태령' 김현지 감독·MBC경남 PD를 지난 19일 서울 신촌에서 만났다. ⓒ손상민 사진기자

김현지 감독은 MBC경남 소속 20년 차 PD다. 그는 "새로운 이야기는 늘 변방에 있다"는 믿음으로 지역의 이야기를 퍼 올린다. 그는 다큐 '79년 마산', '놀이터 민주주의'를 거쳐 2023년 '어른 김장하'로 열풍을 일으켰다.

그가 '남태령'으로 돌아왔다. 2024년 12월3일 내란 이후 첫 동짓날, 윤석열 체포·구속을 요구하며 트랙터를 몰고 상경하다 남태령에서 경찰 차벽에 가로막힌 농민들. 그들과 연대하는 시민들이 영하 20도 한파 속 남태령 고갯마루로 몰려든 밤을 담은 다큐 영화다.

김현지 감독은 "저도 원래 '싸움닭'이었는데, 새로운 민주주의는 이분들이 더 선배니까, 후배 된 마음으로 배워야겠다. 무대를 비워 드려야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남태령'을 만들며 "나의 구질구질함, 하찮음을 인정하는 순간 자유로워진다"는 걸 실감했다.

김 감독은 '남태령'이 폐막작으로 상영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뒤풀이에서, 제작진은 전주환 전농 부산경남연맹 사무처장의 사투리 톤 그대로 "페미니즘"을 외치며 건배했다. 그는 "시민들이 일방적으로 농민을 도운 게 아니었어요. 음식 배달, 난방버스 모금 운동 등 남태령은 '돌봐는 현장'이었죠. 서로 이해하지 못하던 마음들이 활짝 열렸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김현지 감독은 1981년생으로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99학번이다. 그는 '월장 사태'를 기억한다. '월장 사태'는 '사이버 성폭력'으로 명명하고 대책을 모색하던 여성들이 그의 친구들이다. 자연스레 길러진 여성주의 감수성을 갖고 2006년 MBC경남에 입사했다.

그는 중학교 2학년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혐오를 놀이 삼는 청소년 또래문화에 대한 걱정도 크다. 그는 "아들이 가해자가 되면 어쩌나 무서웠어요. '아들 엄마'에 대한 젊은 여성들의 반감도 아는데요. 여러분의 동지가 공포 속에 살고 있어요. 너무 편을 가르지 않았으면 해요. 교육은 한 사람이 해낼 수 없어요. 온 사회가 함께해야죠. 내 아이가 안전하기 위해서도 차별금지법이 제정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김현지 감독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도 정치가 광장의 요구에 답하기는커녕 여성 청년을 지우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한마디 보탰다. 그는 "'남녀 갈등' 표현부터 쓰지 않아야 합니다. (구조적 성차별이라는) 큰 문제를 못 받아들이겠다면 통계 수치화부터 해 보세요. 이건 기분의 문제가 아니란 걸 알게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MBC경남은 최근 잇단 성과를 거뒀다. 군 사망사고 유가족의 10년을 다룬 '엄마의 말뚝'으로 한국방송대상, 한국PD대상 등을 거머쥐었고, '어른 김장하'와 '김밥의 천국'은 넷플릭스 글로벌 스트리밍에 진출했다. 김현지 감독은 "지역방송은 지역 이야기만 해야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요. 저희도 동시대인인데, 지역민이 본 세상을 이야기하는 게 지역의 이야기인데, 왜 그건 '지역성'으로 쳐 주지 않나요?"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지역 산업폐기물 문제도 다루고 싶다. 그는 "이 문제에 있어서는 서울 외 모든 지역이 서울의 약탈지예요. 한 지역의 이야기만 들려주면 힘이 없지만, 여럿이 이야기하면 달라져요"라고 말했다. 그는 "미디어는 오늘도 각자도생을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다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김현지 감독이 퍼 올린 선의와 연대의 이야기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출처: 여성신문 https://n.news.naver.com/article/310/0000136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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