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 80세 넘으면 치매 사망 더 가파르게 증가

당뇨병 환자에서 치매로 숨지는 사례가 고령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심혈관질환 치료가 발전하면서 당뇨병 환자의 수명이 길어졌고, 그만큼 치매가 새로운 건강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호주 베이커심장당뇨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7개 국가의 국가 등록자료와 행정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당뇨병학'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치매로 사망한 70만4265명을 포함한 대규모 자료를 분석해 당뇨병 유무에 따른 치매 사망 추이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60~70세에서는 국가마다 치매 사망률이 증가하거나 큰 변화가 없는 등 뚜렷한 경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80세와 90세에서는 대부분 국가에서 치매 사망률이 증가했고 특히 당뇨병 환자의 증가 폭이 더 컸다. 호주의 경우 80세에서 당뇨병이 없는 사람의 치매 사망률은 5년마다 평균 11.7% 증가했다. 반면 당뇨병 환자는 24.1% 증가했다.
스코틀랜드에서도 같은 연령대에서 비당뇨인은 31.4%, 당뇨병 환자는 42.4% 증가해 당뇨병 환자의 증가세가 더 가팔랐다. 90세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남성과 여성 모두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성별을 나눠 분석한 결과 80세 이상에서는 남녀 모두 당뇨병 환자의 치매 사망률 증가 폭이 비당뇨인보다 더 컸다.
치매 종류별로 보면 혈관성 치매가 특히 두드러졌다. 혈관성 치매 사망률은 당뇨병 환자에서 더 높았으며, 연구팀은 당뇨병으로 인한 혈관 손상과 뇌혈류 이상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사망도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당뇨병 치료 성과와도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심혈관질환으로 일찍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치료 수준이 향상되면서 환자들이 더 오래 살게 됐고, 그 결과 치매가 새로운 주요 사망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구팀은 "같은 연령이라도 과거보다 최근 치매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앞으로는 혈당 조절뿐 아니라 인지기능 유지와 치매 예방도 당뇨병 관리의 중요한 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고소득 국가 자료를 바탕으로 한 관찰 연구여서 국가마다 사망 원인을 분류하는 방식의 차이가 일부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치매가 직접 사망 원인이 아니라 동반 질환으로 기록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실제 치매 부담은 이번 분석 결과보다 더 클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