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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도토리 대신 들쥐 사냥하는 다람쥐의 반전 식생활

도토리 대신 들쥐 사냥하는 다람쥐의 반전 식생활
다람쥐의 먹는 습관에는 뜻밖의 행동부터 오랜 진화의 흔적까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다람쥐의 먹는 습관에는 뜻밖의 행동부터 오랜 진화의 흔적까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다람쥐의 먹는 습관에는 뜻밖의 행동부터 오랜 진화의 흔적까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가을이면 도토리를 부지런히 모으고 앞발로 견과류를 꼭 쥔 채 오물오물 먹는 다람쥐. 우리에게는 작고 귀여운 초식동물처럼 익숙하지만, 실제 다람쥐의 식생활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과 조금 다르다.

다람쥐는 정말 도토리와 견과류만 먹을까. 먹이를 고를 때도 나름의 취향이 있을까. 평범해 보이는 다람쥐의 먹는 습관에는 뜻밖의 행동부터 오랜 진화의 흔적까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다.

● 도토리 먹는 줄 알았는데…들쥐 사냥하는 다람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땅다람쥐가 들쥐를 쫓아가 잡아먹는 모습이 관찰됐다. 소냐 와일드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 교수와 제니퍼 스미스 미국 위스콘신대 오클레어캠퍼스 교수 공동연구팀은 캘리포니아 땅다람쥐가 들쥐를 적극적으로 사냥한다는 연구 결과를 2024년 12월 19일 국제학술지 '동물행동학 저널(Journal of Eth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브리오네스 지역 공원에서 땅다람쥐의 행동을 관찰했다. 2024년 6~7월 관찰에서는 땅다람쥐가 들쥐를 사냥하고, 잡은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모습까지 확인됐다. 땅다람쥐와 들쥐 사이의 상호작용 74건 가운데 42%에서 적극적인 사냥 행동이 나타났다. 들쥐 이외의 다른 포유류를 사냥하는 모습은 관찰되지 않았다.

(왼쪽부터) 들쥐와 들쥐를 잡아먹고 있는 캘리포니아 땅다람쥐. 제공

흥미로운 점은 사냥 행동이 특정 시기에 집중됐다는 사실이다. 사냥은 7월 첫 2주 동안 가장 활발했는데, 이 시기는 공원 내 들쥐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한 때와 일치했다. 연구팀은 먹이가 풍부해지면서 땅다람쥐가 일시적으로 사냥 행동을 보였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주변 환경에 따라 먹이 선택을 바꾸는 유연한 생존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 쉽게 먹는 호박씨보다 힘들게 얻는 아몬드가 좋다?

다람쥐는 먹이를 고를 때도 의외의 선택을 한다. 쉽게 얻을 수 있는 먹이가 있어도 좋아하는 먹이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이다. 영국 엑서터대 등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야생 회색다람쥐의 먹이 선택 행동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2026년 3월 27일 국제학술지 '동물행동(Animal Behaviour)'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야생 회색다람쥐 11마리를 대상으로 가까운 곳에 호박씨를 두고, 다람쥐가 더 좋아하는 아몬드는 높은 곳에 배치했다. 4000회 이상 먹이 선택 행동을 관찰한 결과, 다람쥐들은 가까이 있는 호박씨보다 높은 곳에 있는 아몬드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좋아하는 먹이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인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행동이 야생 환경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해석했다. 자연에서는 포식자나 경쟁자가 존재하고, 좋아하는 먹이를 다시 얻을 기회가 언제 찾아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길쭉한 구조물을 설치하고 야생 다람쥐의 선택을 관찰하는 장면. Y. L. Burnham et al. 제공

● 견과류 꼭 쥐는 작은 엄지손톱, 진화의 비밀

다람쥐가 먹이를 고르는 방식만큼 흥미로운 것은 먹이를 다루는 능력이다. 다람쥐는 단단한 견과류를 앞발로 붙잡고 이리저리 돌려가며 껍질을 깐다. 이러한 능력에는 작은 엄지손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든 셰퍼드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연구팀은 설치류의 엄지손톱이 단단한 씨앗과 견과류를 먹는 능력의 발달에 기여했다는 연구 결과를 2025년 9월 5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다람쥐는 네 손가락에 크고 날카로운 발톱이 있지만 엄지에는 작은 손톱이 달려 있다. 연구팀이 다섯 대륙의 설치류 표본을 비교한 결과, 엄지손톱이 광범위하게 나타났으며 설치류의 공통 조상도 엄지손톱을 가지고 있었을 것으로 분석됐다. 엄지손톱은 먹이를 잡고 돌리거나 껍질을 까는 데 유리하다. 연구팀은 정교한 손놀림이 날카로운 이빨, 강한 턱 근육과 함께 설치류가 단단한 먹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기여했을 것으로 해석했다.

● 사람이 준 땅콩 먹었더니…다람쥐 턱뼈까지 달라졌다

먹이를 다루는 능력이 오랜 진화 과정에서 발달해 왔다면, 먹이 환경이 달라졌을 때 다람쥐의 몸에도 변화가 나타날까. 영국 요크대 등 공동연구팀은 사람이 제공한 땅콩이 야생 붉은다람쥐의 턱뼈 형태에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인 2025년 1월 15일 국제학술지 '영국 왕립학회 오픈 사이언스(Royal Society Open Science)'에 발표했다.

영국 폼비 지역에서는 1990년대부터 사람들이 붉은다람쥐에게 땅콩을 제공했다. 땅콩은 다람쥐가 주로 먹는 솔방울 씨앗이나 헤이즐넛, 도토리 등에 비해 껍질을 깨기 쉽다. 하지만 야생에서 스스로 먹이를 얻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2007년부터 먹이 공급이 중단됐다. 연구팀은 먹이 공급 전후의 붉은다람쥐 두개골 113개와 턱뼈 387개를 분석했다.

땅콩 공급이 활발했던 1990년대보다 공급이 중단된 이후인 2010년대에 폼비 지역 붉은다람쥐의 턱뼈가 더 튼튼한 형태를 보였다. 위키미디어 제공

그 결과 땅콩 공급이 활발했던 1990년대보다 공급이 중단된 이후인 2010년대에 폼비 지역 붉은다람쥐의 턱뼈가 더 튼튼한 형태를 보였다. 연구팀은 쉽게 먹을 수 있는 땅콩에 의존하던 시기에는 단단한 먹이를 씹는 데 필요한 턱의 기능이 약해졌다가, 공급이 중단된 이후 다시 딱딱한 먹이에 적응하는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해석했다.

다람쥐에게 먹이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다.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고, 먹이를 다루는 능력과 신체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원에서 마주친 다람쥐가 귀엽다고 간식을 건네고 싶어질 때가 있지만, 우리가 주는 먹이가 다람쥐에게 반드시 좋은 선물은 아닐 수 있다. 스스로 먹이를 찾고 선택하는 모습을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는 건 어떨까.

doi.org/10.1126/science.ads7926

doi: 10.1098/rsos.240555

doi.org/10.1007/s10164-024-00832-6

출처: 동아사이언스 https://n.news.naver.com/article/584/0000039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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