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건물 임차 27곳 내년 이전…‘행정수도 세종’ 2031년 완성

“신축 청사, 이재명 정부 임기 중 착공”
정부가 13일 수도권에 남은 정부 부처 5곳을 비롯해 총 44개 행정기관을 2031년까지 세종으로 이전하기로 하는 등 ‘행정수도 구현’ 의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2029년 대통령 세종 집무실 준공에 이어 2033년 국회 세종의사당 준공 계획에 맞춰 세종을 중심으로 한 국정 운영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오랫동안 추진해온 행정수도 건설을 최대한 신속히 완성하겠다”며 “뉴욕과 워싱턴처럼 경제수도 서울, 행정수도 세종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수도권 142개 기관 중 44곳 세종행
정부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있는 142개 중앙행정기관(부·처·청) 및 소속기관 가운데 44곳(공무원 정원 9929명)은 내년부터 2031년까지 세종으로 옮긴다고 밝혔다. 앞서 2012~2021년 중앙행정기관 및 소속기관 43곳(정원 1만4731명) 이전에 버금가는 규모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기자회견에서 “국정 운영의 효율을 위해 중앙 부처는 모두 세종으로 이전하고, 대민 서비스를 담당하는 부처 소속기관은 이전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 남은 정부 부처인 법무부·성평등가족부·외교부·통일부·국방부 등 5곳이 모두 이전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 부처는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행복도시법)상 이전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초 5개 부처에 대한 이전 제외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행복도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대로 법무부·성평등가족부는 내년 중 세종으로 이전한다. 외교·통일·국방부 3개 부처를 비롯해 안보나 수사 보안을 이유로 독립 청사나 특수 시설이 필요한 17개 기관(정원 6934명)은 청사 신축 이후 2031년까지 이전을 추진한다.
내년까지 세종 이전이 예정된 27개 기관(정원 2995명)에는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도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이나 국책은행 등 유관기관의 지방 이전 가능성도 커졌다. 서울을 경제수도로 만들겠다는 전략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김하균 행안부 정부청사관리본부장은 “금융위 정책은 금융시장이나 유관기관 간 연계뿐만 아니라 관계 부처 간 정책 협의·조정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간 이뤄진 행정기관 이전이 수도권 집중 완화에 효과가 있었느냐는 의문도 일각에서 제기돼왔다. 권혜린 국무조정실 국토공간대전환추진단장은 “수도권 과밀 완화 문제는 행정기관 이전뿐 아니라 공공기관 이전과 균형성장 전략인 ‘5극3특’(수도권·충청권·동남권·대경권·호남권 5개 초광역권+제주·강원·전북 3개 특별자치도)까지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행정기관 이전도 절반 정도만 진행된 까닭에 2차 이전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날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350여곳의 지방 이전 추진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다. 정부는 올해 4분기에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공무원 약 1만명을 추가 수용할 업무 공간이나 유입 인구가 머물 주택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세종시 일대 73㎢(서울 면적의 8분의 1)의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인구 50만명 규모로 계획돼 있는데 올해 9월 기준 세종시 인구는 39만명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개발 가능한 땅도 60%만 활용한 상태다. 그러나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하고, 의료 취약지로 분류되는 등 정주 여건은 미흡한 형편이다.
이 대통령 임기가 2030년 6월2일 종료되는 까닭에 2031년까지 이전한다는 계획의 추진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김하균 본부장은 “신축 청사 착공이 (임기 종료) 전에 예정돼 있기 때문에 (필요한) 청사는 계획대로 건립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년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특별회계엔 청사 설계비 286억원이 반영돼 있다.
수도권에 남은 정부 부처를 모두 세종으로 옮긴다는 계획에 따라 청와대나 대법원·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같은 헌법기관 이전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위헌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충청권으로 행정수도를 옮기기 위한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됐으나 그해 헌법재판소가 “‘수도 서울’은 관습 헌법이므로 수도를 옮기려면 개헌이나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며 위헌 결정을 했다. 이후 행복도시법을 근거로 행정기관 이전이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