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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법안 하나 만드는 데 644일… 금배지를 감사하다 [법안의 낮잠①]

민생 법안 하나 만드는 데 644일… 금배지를 감사하다 [법안의 낮잠①]
국회가 주요 법안 하나 만드는 덴 상당한 기간이 소요됐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국회가 주요 법안 하나 만드는 덴 상당한 기간이 소요됐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법적 정의도 없는 교제폭력

국회가 주요 법안 하나 만드는 덴 상당한 기간이 소요됐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여기저기서 고성이 난무한다. 쟁점도 논점도 찾기 힘들다. 하물며 '민생' 이야기도 잘 들리지 않는다. 여든 야든 온통 정쟁질이다. 6일 시작한 2026년 국회 '국정감사'의 자화상이다. 그렇다면 그곳을 지배하는 '금배지'들은 그럴 만한 자격이 있을까. 시시때때로 그들이 내세우는 '입법권자'란 타이틀에 걸맞게 사회에 필요한 법안들을 효율적으로 만들고 있을까.

#  더스쿠프 취재팀이 2016년부터 2026년까지 터진 대형 사고를 계기로 발의된 법안들의 통계를 내봤다. 총 25건의 법안 중 20건(80.0%)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이들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644일' 이었다.

사고를 막을 만한 법안 하나 내놓는 데 2년 가까운 시간을 보낸 셈이다. 더구나 이는 평균치다. 1000일 이상, 2000일 이상 걸린 법안도 각각 2건씩으로 20.0%(총 4건)나 됐다. 더 큰 문제는 나머지 5건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거나 국회 어딘가에서 낮잠만 자고 있다는 점이다.

# 이슈될 때면 기다렸다는 듯 법안을 쏟아내지만 처리는 뒷전인 금배지들. 그러는 사이 사건·사고가 또 터지는 악순환이 반복하고 있다.  국정감사 시절을 맞아 우리가 '금배지의 법안 만들기'를 감사해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스쿠프 視리즈 '법안의 위험한 낮잠' 편이다.

1편_법안 만드는 데 644일…금배지를 감사하다

2편_'아라셀 참사' 방지법은 왜 뒷전으로 밀렸나

3편_민생 법안이 '5년 넘게' 국회 넘지 못했을 때

교제폭력 사건이 끊임없이 터지고 있지만, 이를 막을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스터피자 가맹점 갑질 사건' '머지포인트 사태' '티메프 사태' '개물림 사망 사고'…. 이런 사건들이 터지면 국회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기계적으로 법안을 쏟아낸다. 문제는 그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늦게라도 법안이 처리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법안도 숱하다. 그렇다면 국회 어딘가에서 긴 낮잠에 빠진 법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1편 '미제법안의 기록'이다.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나 수많은 피해자를 발생한 사건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법이나 제도가 미치지 못한 사각지대에서 사건이 터진다는 점이다. 굵직한 이슈가 터질 때면 국회의원들이 연단에 올라 '입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하지만 법안 처리까지 너무 긴 시간이 걸리거나 반대로 졸속으로 처리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금배지들의 외침이 '쇼잉(showing)'에 그칠 때가 많다는 건데, 과연 어느 정도일까.

우리는 2016년부터 2026년까지 터진 주요 사건과 이를 계기로 발의된 법안의 처리 현황을 살펴봤다. 그중에서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사건을 중심으로 25개 법안을 추렸다. 여기엔 '양부모의 학대 끝에 사망한 16개월 정인이 사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20대 청년 윤창호 사건' '막대한 전세사기 피해자를 양산한 빌라왕 사태' 등이 포함됐다.

그렇다면 안타까운 사건의 재발을 막을 법안들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처리됐을까. 우선 국회를 통과한 20건을 살펴보자. 사건 발생일 이후 500일 이상 걸린 법안이 전체의 35.0%(총 7건·500~1000일 3건+1000일 이상 2건+2000일 이상 2건)에 달했다.

100~500일이 소요된 건 35.0%(7건), 90일 이내 처리된 건 30.0%(6건)에 그쳤다. 전체 법안의 평균을 내보면 사건 발생부터 법안 처리까지 '644일'이 걸렸다. 환산하면 21.4개월이다.

더 큰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 처리되지 못한 법안도 숱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살펴본 총 25개 법안 중 20.0%(5건)가 임기만료로 폐기됐거나 국회에 어딘가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법안의 위험한 낮잠' 1편에선 어찌 된 영문인지 처리되지 않은 '미제의 법안' 2건을 기록했다.

'교제폭력 방지 법안'과 '촉법소년 연령 하향 법안'이다.

■ 미제 법안① 교제폭력 방지 법안 =

시계추를 9년 전인 2017년 7월 18일로 돌려보자. 이날은 끔찍한 교제폭력 사건이 터진 날로 기억된다. 서울 중구 약수동에서 20대 남성이 과거 연인이던 여성을 무차별하게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CCTV가 언론에 공개됐다.

해당 남성은 여성이 기절한 상태인데도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시민들이 여성을 피신시키지 않았다면 더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을지 모른다. 이날의 일은 '신당동 데이트폭력' 사건으로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다.

교제폭력의 심각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국회의원들이 이를 방지할 법안들을 쏟아냈다. 교제폭력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교제폭력은 지속적·반복적인 데다, 관계 종료 후에도 보복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법적 정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게 현실이었다.

예컨대, 가족구성원이 아닌 탓에 '가정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었다. 스토킹 행위가 전제돼야 하는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로도 규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선 '가정폭력의 정의에 교제관계를 포함하고'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하는 등 피해자보호조치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사건이 발생한 지 16일 만(2017년 8월 2일)이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이 법안은 이슈가 수그러들면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관련 법안이 사라진 탓인지 교제폭력은 갈수록 늘어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교제폭력 신고는 10만5237건으로 2020년(4만8882건)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제2, 제3의 '신당동 데이트폭력' 사건이 발생하면서 22대 국회에선 유사한 내용을 담은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이 8건이나 발의됐지만 언제쯤 국회의 문턱을 넘을진 알 수 없다. 이쯤 되면 금배지의 해태懈怠라고 해도 무방하다.

■ 미제 법안② 촉법소년 연령 하향 법안 =

사회적 분노를 산 끔찍한 사건은 또 있었다. 같은 해 9월 부산에선 발생한 '여중생 집단 폭행사건'이다. 당시 중학생이던 가해자 4명은 피해 여중생을 공장지대 한 골목으로 불러내 집단폭행했다. 그저 '건방지다'는 이유에서였다. 1시간 넘게 집단폭행을 당해 피투성이가 된 채 무릎을 꿇고 있는 피해자의 모습이 SNS를 통해 알려졌다.

대중을 더욱 분노케 한 건 가해자 4명 중 1명이 '촉법소년'으로 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1953년 제정된 소년법에 따라 만 10~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형벌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촉법소년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엔 '소년법을 폐지하자'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나날이 흉포해지는 촉법소년의 범죄 양상이나 발육 정도를 고려했을 때 촉법소년의 연령을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거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국회가 움직였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지 6일 만에 '촉법소년 연령을 만 12세 미만으로 하향'하는 내용을 담은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관건은 촉법소년 하향을 반대하는 이들을 설득하는 과정이었다. "교화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국회는 치열한 '설득' 대신 '방치'를 택했다. 해당 법안을 포함해 총 6건의 소년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만료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 6개가 '발의→폐기' 수순을 밟았다. 22대 국회에서도 '촉법소년 연령을 만 12~13세로 낮추는' 내용을 담은 소년법 개정안 4건의 발의된 상태다.

이처럼 법안 처리가 지지부진한 사이 촉법소년 범죄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2020년 1만584건이던 촉법소년 범죄는 지난해 2만2598건으로 113.5% 급증했다. 같은 기간 10~18세 인구가 2.16%(426만9294명→ 417만7148명)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촉법소년 범죄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영업자를 위한 '배달앱 규제 법안', 화재 참사를 막을 '아리셀 사고 방지 법안' 등도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2편에선 나머지 미제 법안 3건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jwle11@thescoop.co.kr

출처: 더스쿠프 https://n.news.naver.com/article/665/0000008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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