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뚜껑 닫아도 틈새로 빠져나온다…물 내린 뒤 ‘미세 입자’ 20초 이상 둥둥

변기 속 미생물 농도 10배 높아지면 공기 중 바이오에어로졸 농도 약 2.6배 증가
변기 속 물에 미생물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한 번에 내리는 물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공기 중으로 퍼지는 입자의 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변기 물을 내리는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물방울과 입자가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다. 최근에는 변기 속 물에 미생물이 얼마나 많은지, 한 번에 내리는 물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공기 중으로 퍼지는 입자의 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호주 플린더스대 연구진은 변기 물을 내릴 때 발생하는 에어로졸과 바이오에어로졸을 조사한 기존 연구 22편을 체계적으로 검토했다. 에어로졸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액체 방울이나 고체 입자를 말한다. 이 가운데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미생물을 포함한 입자를 바이오에어로졸이라고 한다.
분석 결과, 변기 물에 들어 있는 미생물의 농도와 한 번에 내리는 물의 양이 공기 중 바이오에어로졸 발생량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반면 변기 뚜껑을 열었는지 닫았는지나 물을 내릴 때 압력이 얼마나 강한지, 화장실 환기가 어느 정도 이뤄지는지에 대해서는 연구마다 결과가 달라 뚜렷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다.
변기 속 미생물 10배 많아지면 공기 중 농도 약 2.6배 증가
변기 물을 내리면 물이 빠르게 움직이며 변기 안에 강한 물살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작은 물방울과 입자가 공기 중으로 튀어 오를 수 있다. 변기 물에 미생물이 있다면 일부 입자에는 미생물이 함께 실릴 가능성도 있다.
이번 검토에 포함된 일부 연구에서는 물을 내릴 때 발생한 입자가 바닥에서 1.5m가 넘는 높이까지 올라왔다고 밝혔다. 성인이 서 있을 때 입과 코에 가까운 높이다. 일부 입자는 물을 내린 뒤에도 20초 이상 공기 중에서 감지됐다.
관찰된 입자의 크기는 주로 0.3~10마이크로미터였으며, 상당수는 3마이크로미터 이하였다. 사람의 머리카락 한 올의 굵기가 일반적으로 약 50~100마이크로미터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작은 크기다. 이처럼 작은 입자는 공기 중에 머물 수 있으며, 호흡 과정에서 사람이 들이마실 가능성도 있다.
특히 변기 물의 미생물 농도가 높을수록 공기 중 바이오에어로졸 농도도 높아졌다. 분석에서는 변기 물에 들어 있는 미생물 농도가 10배 높아질 때 공기 중에서 측정된 바이오에어로졸 농도가 약 2.6배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포함된 연구마다 변기의 형태와 실험 조건, 공기 채취 방법 등이 달라 이 수치가 모든 화장실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노출 정도는 변기 안의 오염 수준과 화장실 크기, 환기 상태, 이용 빈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 번에 내리는 물의 양도 영향을 미쳤다. 분석 결과, 내리는 물의 양이 1리터 늘어날 때 공기 중 바이오에어로졸 농도는 약 1.3배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물을 많이 내리면 변기 안에서 발생하는 물의 움직임이 커져 미세한 물방울과 입자가 더 많이 만들어질 수 있다.
앞선 연구들은 주로 특정 실험 조건에서 입자가 얼마나 높이 퍼지는지를 보여줬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기존 연구 22편을 체계적으로 종합해 공기 중 입자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비교하고, 미생물 농도와 내리는 물의 양의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미국 콜로라도대 연구진은 강한 레이저를 이용해 상업용 변기에서 발생하는 입자의 움직임을 촬영했다. 당시 실험에서는 물을 내린 지 8초 만에 입자가 약 1.5m 높이까지 솟아오르는 모습이 관찰됐다.
2022년 연구에서는 물을 내린 지 8초 만에 입자가 약 1.5m 높이까지 솟아오르는 모습이 관찰됐다. 사진=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뚜껑 닫아도 미세 입자 완전히 막지는 못해
그렇다면 물을 내리기 전에 변기 뚜껑을 닫으면 입자 확산을 막을 수 있을까. 이번 검토에서는 뚜껑의 위치가 공기 중 입자 농도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판단할 만큼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다. 연구마다 사용한 변기와 측정 방식이 달랐고 결과도 일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4년 《미국감염관리저널(American Journal of Infection Control)》 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뚜껑을 닫는 것만으로 바이러스 입자가 화장실 표면으로 퍼지는 것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기 뚜껑과 좌석 사이의 틈을 통해 미세한 입자가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연구에서는 변기 뚜껑을 닫는 것보다 변기와 주변 표면을 소독하는 것이 바이러스 오염을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이었다.
그렇다고 뚜껑을 닫는 행동이 전혀 의미가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큰 물방울이 직접 튀는 것을 어느 정도 줄일 가능성이 있고, 현재까지의 근거만으로는 효과가 없다고 확정하기도 어렵다. 연구진은 입자를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하더라도 예방 차원에서 뚜껑을 닫고 물을 내리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변기에서 바이오에어로졸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곧바로 감염병에 걸린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감염 위험은 입자에 병을 일으킬 수 있는 미생물이 살아 있는 상태로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 어느 정도의 양에 노출됐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이번 연구는 기존 실험 결과를 종합한 문헌고찰로, 화장실 이용자에게 실제로 감염이 얼마나 발생하는지를 직접 조사한 연구가 아니다. 건강한 사람이 가정용 화장실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상황에서 감염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도 이번 결과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다만 병원과 요양시설처럼 감염에 취약한 사람이 많거나, 여러 사람이 연달아 사용하는 공중화장실에서는 반복적인 물 내림으로 입자가 쌓일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뚜껑이 없는 변기가 있는 데다 이용자가 물의 양이나 환기 상태를 조절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는 물을 내리기 전 변기 뚜껑을 닫고, 대·소변에 따라 물의 양을 조절하는 절수형 변기의 적은 물 내림 기능을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변기와 주변 표면을 정기적으로 청소하고, 화장실을 사용한 뒤에는 비누로 손을 꼼꼼히 씻는 기본 위생수칙도 중요하다.
연구진은 앞으로 변기 구조와 환기 설비를 개선하고 병원이나 요양시설, 공중화장실에서 에어로졸 발생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Aerosol and bioaerosol generation from toilet flushing: A systematic review and risk factor analysi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변기 물을 내릴 때 뚜껑을 닫으면 미세 입자를 막을 수 있나요?
A. 뚜껑을 닫아도 작은 입자가 틈새로 빠져나갈 수 있어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큰 물방울이 튀는 것을 줄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예방 차원에서 뚜껑을 닫고 물을 내리는 것이 좋습니다.
변기에서 바이오에어로졸이 나오면 감염될 수 있나요?
A. 바이오에어로졸이 검출됐다고 바로 감염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감염 위험은 살아 있는 병원체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얼마나 많은 양에 노출됐는지, 개인의 건강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Q3. 화장실에서 미생물 확산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물을 내리기 전 변기 뚜껑을 닫고, 변기와 주변 표면을 정기적으로 청소·소독하는 것이 좋습니다. 화장실 사용 후에는 비누로 손을 충분히 씻고, 가능하면 환기를 하며 절수형 변기의 적은 물 내림 기능을 적절히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