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9천만원 들여 대토론 벌였는데…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캠페인 중단

에스컬레이터 ‘한 줄 서기 vs 두 줄 서기’…행안부, 8월29일 국민 200명 숙의토론
토론회 비용 대비 성과 미흡…"주제 선정·운영 방식 재검토" 목소리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29일 서울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에스컬레이터의 안전한 이용 방안을 논의하는 '모두의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가 에스컬레이터의 일률적인 ‘두 줄 서기’ 캠페인을 중단하고 ‘3대 안전수칙’ 중심의 자율적 안전 문화 정착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했다. 하지만 이를 결정하기 위해 개최한 대규모 국민 숙의 토론회에 약 9천만원의 예산이 투입된 반면, 도출된 결론은 기존 안전수칙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쳐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전날 행안부는 제1차 승강기 안전관리 기본계획상의 ‘안전한 에스컬레이터 이용을 위한 두 줄 서기 문화 정착’ 과제를 ‘3대 안전수칙 생활화 및 이용 환경 개선을 통한 자율적 안전 문화 정착’으로 개정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일률적인 두 줄 서기 강제 캠페인이나 규제는 더 이상 추진하지 않는다. 다만 주행거리가 길거나 이용객이 많아 사고 위험이 높은 구간에는 공공근로자나 자원봉사자를 배치해 현장 안전관리를 지원할 방침이다.
앞서 행안부는 8월 29일 서울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국민 200여 명과 전문가들이 참석한 ‘에스컬레이터 안전 이용 문화 개선 모두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전후 두 차례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 참가자들의 안전 의식은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에스컬레이터 이용 목적으로 ‘신속한 이동’을 꼽은 응답은 기존 36.6%에서 23.2%로 감소한 반면, ‘안전한 이동’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63.4%에서 76.8%로 13.4%포인트나 증가하며 안전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화됐다.
줄 서기 방식에 대한 선호도 변화 역시 눈에 띄었다. ‘두 줄 서기’에 찬성하는 비율은 토론 전 31.4%에서 토론 후 45.9%로 14.5%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급한 사람을 위해 한 줄을 비워두는 ‘한 줄 서기’를 선호한다는 응답은 29.9%에서 13.4%로 16.5%포인트 급감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한편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38.1%에서 38.7%로 큰 변화 없이 높은 비중을 유지했다.
사실상 숙의 토론을 거치며 두 줄 서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음에도 특정 방식을 일률적으로 권고하지 않기로 한 점에 대해 행안부는 “상황에 따른 유연한 적용을 원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고, 토론 과정에서도 줄 서기 방식 자체보다 근본적인 안전 이용 행태에 대한 제안이 더 많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향후 손잡이 잡기, 걷거나 뛰지 않기, 안전선 지키기 등 ‘3대 안전수칙’을 중심으로 공익광고와 짧은 영상 등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고, 어린이와 노약자 대상 안전교육을 확대한다.
또한 이용자 행동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소독기를 설치하고, 바닥 표시 및 안전 안내 표지 확대, 휴대전화 이용 자제 안내, 바닥 조명 설치 등 전반적인 이용 환경 개선 사업도 병행할 계획이다.
박형배 행안부 안전예방정책실장은 “국민이 준 의견을 정책에 반영해 에스컬레이터가 더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 수단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정책 결정 과정을 두고 예산 대비 실효성 논란도 제기됐다. 행정안전부가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국민 참여형 토론회 개최에 투입된 예산은 약 9천만원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1억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대규모 숙의 토론을 벌였음에도, 도출된 결론이 결국 기존 ‘3대 안전수칙’을 강화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며 정책적 성과가 미진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정부 차원의 대규모 토론회 주제 선정 및 운영 방식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