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자가 무슨 정치를 하냐고요? 한부모 가장에서 진도군의회 의장까지”

“군민의 오늘을 살피는 것이 지방정치…청년·여성이 뿌리내리는 진도 만들 것”
한부모 가장에서 군의장까지…현장과 소통으로 걸어온 여성 정치인의 길
두 아이를 홀로 키우던 한부모 가정의 가장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여성 정치인으로 성장한 김춘화 진도군의회 의장
(진도=여성신문) 윤해원 기자 = 김춘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진도군의회 의장(3선)이 걸어온 길은 남달랐다.
두 아이를 홀로 키우던 한부모 가정의 가장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여성 정치인으로 성장하기까지 편견과 고정관념이라는 벽을 넘어야 했다. 김 의장은 현장을 직접 뛰고 군민들과 소통하며 자신의 정치 영역을 넓혀왔다.
민생의 어려움을 가까이에서 경험한 그가 바라보는 지방정치의 본질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군민의 일상에서 불편을 찾고 필요한 정책을 만드는 생활정치다.
여성신문은 지난 16일 김 의장을 만나 그의 의정활동과 함께 여성과 청년이 정착할 수 있는 진도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여성 정치인으로서 걸어온 길을 듣고 싶습니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 SK텔레콤 매장을 운영하며 두 아이를 홀로 키우는 한부모 가정의 가장으로 살았습니다. 세상의 편견에 무너지지 않으려면 스스로 더 강해져야 했고 자연스럽게 지역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눈길이 갔습니다.
한국문인협회와 여성단체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군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했지만 일반 군민의 입장에서는 정치와 행정의 벽이 여전히 높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직접 군민을 대변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비례대표에 도전했습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여자가 무슨 정치를 하느냐"며 호통치는 어르신도 계셨습니다. 그럴 때면 "어르신, 딸래미가 원래 살림 하나는 더 야무지게 잘하지 않습니까. 한번 믿어보십시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진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작은 부분까지 살피는 것이 지금까지 제가 정치를 해온 방식입니다.
- 의정활동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과 구체적인 성과를 꼽는다면요.
군민의 생활과 직접 연결되는 정책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어려운 민생경제 상황을 고려해 의원 국외연수비 1750만원 전액을 자발적으로 삭감해 반납했습니다. 청년 공공임대주택 지원 조례, 농어촌 간호·복지 인력 기숙사 운영 조례, 아동복지 지원 조례 등 16건의 주요 조례도 의결했습니다.
현장을 직접 확인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경찰서와 소방서, 대한노인회 등 주요 기관과 진도항 배후지, 신기지구 전원마을 등 현안 사업장을 찾아가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는지 살피고 있습니다.
의회에서 보고받는 것과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은 다릅니다. 결국 답은 현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 농어촌 여성들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정책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농촌 여성들은 가사와 농어업 노동을 함께 감당하면서도 도시보다 부족한 인프라 때문에 돌봄과 의료서비스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난임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부들이 먼 도시 병원까지 이동해야 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병원 방문 교통비 지원을 이끌어냈습니다.
여성 농어업인 바우처 지원 연령도 전남 최초로 80세까지 확대했습니다. 고령 여성농어업인들이 문화와 복지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한 것입니다.
앞으로는 젊은 여성들이 지역에서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복지와 생활지원 정책을 더욱 세심하게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 여성의 지역사회 의사결정 참여를 확대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아직도 '마을 일이나 공적인 결정은 남성이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습니다. 여기에 가정과 돌봄 부담까지 여성에게 집중돼 공적인 영역에 나서기 어려운 현실도 있습니다.
각종 위원회의 여성 참여를 제도적으로 확대하고, 마을 단위부터 여성 리더십 교육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여성이 의사결정의 주변이 아니라 당당한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경험과 기회를 넓혀야 합니다.
-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진도가 가장 먼저 갖춰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일회성 지원금만으로 청년을 붙잡기는 어렵습니다.
청년 여성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주거환경이 함께 마련돼야 합니다.
임신과 출산, 육아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도 지자체가 책임지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도 자신의 삶과 일을 이어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지역에 정착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정착한 여성과 자녀들이 결국 지역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자산이 될 것입니다.
- 진도의 문화예술 자산을 청년 일자리와 연결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진도는 문화예술의 보물창고입니다. 하지만 아직 이를 일자리와 창업으로 연결하는 부분은 부족합니다.
단순히 공연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예술 콘텐츠 기획, 관광상품 개발, 사회적기업 창업 등 실제 소득과 일자리로 이어지는 사업을 만들어야 합니다.
청년 예술인들이 주거 걱정 없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진도의 문화자산을 지키는 동시에 새로운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신념 하나로 군민들의 목소리가 닿는 곳마다 쉼 없이 달려가는 김춘화 의장 (사진=진도군의회)
- 마지막으로 '좋은 지방정치'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군민의 오늘 하루를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생활정치입니다.
의회 역시 군민들이 언제든 찾아와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이어야 합니다.
저는 여성과 청년들이 주저하지 말고 사회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직접 지역의 변화를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용기 있게 도전하는 후배 여성들이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이끌어주는 것 역시 제가 앞으로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