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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줄여가며 뛰는데 '나사 빠졌다'는 말까지... 김민석의 돌파구는?

잠 줄여가며 뛰는데 '나사 빠졌다'는 말까지... 김민석의 돌파구는?

[取중眞담 2026] 민주당은 위기,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 민생 대안이 뭔지 보여줄 차례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10월 8일 수확철 농업 현장 방문 중인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취임 열흘 뒤인 지난 8월 27일 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도발적인 질문을 하나 던졌다.

"왜 이재명 대통령이 여기 수많은 86(세대) 동갑내기 중에서 탑이 됐는가. 전통적인 운동권도 아닌데."

객석에는 1980년대 학생운동을 거쳐 정치권에 들어온 의원들이 적지 않았다. 질문을 던진 김 대표 역시 서울대 총학생회장 등을 지낸 이른바 '86 운동권'의 선두주자였다. 이른바 당내 주류 세력도 아닌 이 대통령이 어떻게 최정점에 오를 수 있었냐는 물음이었다.

당은 위기, 지지율은 하락... 무얼 놓친 걸까

김 대표가 내놓은 답은 '민생'이었다. 그는 "저 같은 사람만 해도 아직 이념적인 게 남아 있다. 우리는 결국 이 정부가 1년 동안 성공했던 바로 그 지점,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념이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로 변화를 이뤄야 한다는 절박한 호소였다.

그 뒤 두 달여 간 김 대표는 솔선수범하려 애썼다. 취임 직후 10개 혁신특별기구 '메가텐'을 띄웠다. 의원들의 지역 활동을 독려하는 '불금정치 골목민생단'도 만들었다. 새벽마다 버스 차고지, 환경공무직 근무지, 지하철 차량기지 등을 찾았다. 국정감사를 앞두고는 '민생 올인'을 주문했고, 벼베기 현장 일정을 소화했다. 오전 7시면 어김없이 당 유튜브 방송 '민티07'에 나와 당의 기조와 구상을 부지런히 설명한다.

그런데 당은 어수선하다. 전당대회 이후에도 검찰개혁 등을 둘러싸고 노선·계파 갈등이 이어졌다.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부승찬 의원의 설화로 당 투톱이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 사이 김 대표 본인도 축제 무대 인사 등 과잉 의전 논란에 휘말렸다. 주변에선 '나사 빠졌다'는 말이 돌았다. 김 대표 등 지도부를 향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공개 지적까지 나왔다.

민주당의 난맥상은 숫자로도 증명된다. 10월 3주차 전국지표조사(NBS)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3%로 김 대표 취임 이후 최저였다. 취임 직후인 8월 4주차 41%에서 두 달 새 8%p가 빠졌다. '3개월 이내 10%p 이상 지지율 상승'을 공언했던 김 대표의 일성이 무색해졌다.

김 대표가 일을 안 하는 건 아니다.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후보 편에 섰던 최민희 수석최고위원조차 "당 대표가 너무 바쁘다"고 말할 정도다. 잠을 줄여가며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는데 왜 당은 위기이고 지지율은 떨어질까. 무얼 놓친 걸까.

2011년 8월 23일 오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서울 강남구 강남역에서 서울시의 무상급식 지원 대상과 범위에 관한 주민투표 시행에 찬성하며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지지자들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내용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먹고사는 삶에 희망을 줄 새로운 민주당만의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새벽 일정과 민생 행보는 빼곡한데, 그 속에서 얻은 정책적 해답이 취임 2개월 여가 지난 현재까지 뚜렷하게 나온 바 없다.

위기 속에서 돌파구를 마련한 정당과 정치인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삶의 현장을 바꿀 자기만의 정책 공약으로 뚫고 나갔다는 점이다.

2010년 정세균 대표가 이끌던 민주당은 진보정당의 의제였던 친환경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하겠다고 내걸었고, 그해 6.2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을 꺾고 서울시의회의 다수당을 차지했다.

이후 무상급식 조례안을 두고 민주당 서울시의원들과 충돌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지만 투표율이 개표요건에 못 미쳐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두 달 뒤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등 야권이 내세운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됐다. '아이들 밥'이라는 구체적인 의제가 서울의 권력 지형을 바꾼 셈이다.

김민석 대표가 분석의 대상으로 삼은 이 대통령도 민생 정책 의제로 대권 가도에 오른 인물이다. 성남시장 시절 중학교 신입생 무상교복 지원 정책을 도입했고, 경기도지사가 된 뒤엔 지원 대상을 도내 중·고교 신입생으로 확대했다.

한때 지방정부의 파격적인 실험으로 여겨졌던 무상교복은 이제 전국적으로 보편화된 교육복지 정책이 됐다. 성남시장 때 전국 최초로 도입한 공공산후조리원, 경기도지사 때 처음으로 시도한 기본소득 시리즈 사업도 이 대통령의 지자체장 시절 대표적 복지 정책 성과로 꼽힌다.

모두 찬반이 치열하게 맞섰던 정책 의제다. 그러나 적어도 모두 국민의 삶을 조금이라도 낫게 하려는 고민을 가지고 싸웠다. 창의적이었고, 구체적이었고, 과감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대표가 보여줘야 할 비전도 여기에 있다. 특히 당의 강령대로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을 극복하고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계층, 세대, 성별, 지역 간 갈등을 해소하고 모든 국민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정책 어젠다가 필요하다.

그런데 민주당의 지금 모습은 어떠한가.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뒷받침하겠다며 내놓은 '초광역특구법안'(박상혁 의원 안)엔 주 52시간 노동시간 예외, 외국법인 의료기관 개설 허용, 영재학교 지정 관련 지자체장 권한 확대 등의 조항이 담겼다.

진보 시민사회에선 "함께 만들어온 사회·환경적 규범과 노동자, 농민, 시민의 기본권을 모두 무력화하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원내에선 '노동특례'를 뺀 법안(최기상 의원 안)도 같이 발의해 숙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정부 구상이 담긴 박상혁 의원 안으로 추진하지 않겠냐고 노동계는 우려하고 있다.

전월세 매물 감소와 가격 상승 등 주거 불안 문제가 심각한데도 당이 적극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9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주택 예산을 대폭 늘리는 '주거 뉴딜'을 제안했고, 당에는 주택시장 안정화 TF를 설치했다. 그러나 세입자들이 당장 전세를 구하지 못하는 문제를 풀기 위한 단기적 해법 제시 등의 활동이 공개된 바 없다. 김민석 대표의 공식 회의 발언 메시지에서 '전월세'가 언급된 것도 지난 8월 24일이 마지막이다.

검찰개혁·사법개혁만으론 '민생'을 해결할 수 없다. 민주당다운 가치를 담은 정책 의제를 가지고 치열하게 싸울 때 민주당의 존재감은 지지층 이상으로 확장됐다.

전당대회 전후로 이해찬 전 총리가 자주 소환됐다. 누군가는 '진실·성실·절실'이 이해찬 정신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실 <이해찬 회고록>에서 이 전 총리가 무엇보다 강조한 건 '민주당이 정책으로 유능한 전국정당이 돼야 한다'는 점이었다.

다음 총선까지는 아직 1년 반이 남았다. 현장에서 들은 목소리를 손에 잡히는 정책으로 바꾸기에 늦지 않은 시간이다. 김 대표가 의원들에게 던졌던 질문을 이제 김 대표에게 돌려줄 때다. 86 동갑내기 중 왜 김민석이어야 하는가. 김민석의 민생이 무엇인지 보여줄 차례다.

*10월 3주차 NBS 조사 :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0월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총통화 5951명, 응답률 16.8%)에게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 진행.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NBS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출처: 오마이뉴스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533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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