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發 달러 폭탄 예고에 환율 급락

원·달러 환율이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 진정에 힘입어 두 달 만에 1400원대로 내려왔다. 특히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에 따른 달러 공급 기대와 외환 당국 개입 경계감까지 겹쳐 환율은 하루 만에 30원 가까이 급락했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 종가보다 29.7원 내린 1498.5원에 오후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400원대로 마감한 것은 5월 14일 이후 처음이다. 장중에도 1498.1원까지 떨어져 5월 29일 이후 처음으로 1400원대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로 방향을 튼 게 환율 하락의 결정적 요소로 분석된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3361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14거래일 만에 ‘사자’로 전환했다.
10일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앞두고 달러 유입 기대도 요인으로 꼽힌다. 외환시장에서는 ADR 자금 유입에 대비한 선물환 매도가 일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달러 공급 확대 기대를 키우고 있다. ADR 자금이 실제로 국내에 유입되면 현물환 매도까지 더해져 역내 달러 공급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ADR과 별개로 주요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도 흐름도 최근 감지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반도체 수출 기업이 국내 채권을 사들이기 위해 달러를 꾸준히 파는 흐름이 시장에서 계속 감지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기업들의 달러 매도 물량이 출회되는 구간에 외환당국의 실개입 등 시장 안정 대응까지 겹치면서 환율 하락 압력이 더 커졌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밖에 당국의 원화 국제화 노력이 실제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위재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역내 외환시장이 24시간 개장하면서 원화 유동성 일부가 역외 선물환 시장에서 현물환 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에 대만 보험사들이 선제적으로 환헤지에 나섰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대만 보험사가 달러 자산 위험을 줄이려 대만달러 대신 원화를 사들이는 ‘대리 헤지’를 해왔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경상수지도 원화 강세 재료로 거론된다. 한은에 따르면 5월 경상수지는 386억 1000만 달러 흑자로 월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은은 6월에 사상 처음으로 경상수지 400억 달러 흑자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