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20% 나라의 최저임금 돌봄…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부터

[표지이야기]외국인 유치보다 먼저 바꿔야 할 일터, 월 97만원 재가방문 요양보호사의 경고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 노인이 재가방문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 나라 중 하나다. 국가데이터처 ‘고령자 통계’를 보면, 2025년 65살 노인 인구는 1051만4천 명으로 전체 인구(5160만 명)의 20.3%를 차지했다.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것이다. 2037년엔 돌봄이 필요한 ‘후기 고령자’ 75살 이상 인구 비율(16%)이 65~74살 인구 비율을 넘어서고, 2040년엔 인구 3명 가운데 1명이 노인이 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인데 노인을 돌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소지자 중 실제 종사자의 비율은 21.5%로, 2020년(24.8%) 이후 매년 줄고 있다. 이 수치에 시설·재가방문 요양과 다른 시·도에서 중복해 일하는 사람이 포함된 점을 고려하면 실제 일하는 요양보호사는 더 적다. 남아서 일하는 사람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요양보호사 평균나이는 2020년 59.9살에서 2026년 3월 63.1살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돌봄 인력 문제가 시급한 상황에서 정부는 해법으로 ‘외국인 인력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한겨레21이 만난 외국인 유학생과 요양보호사, 장기요양기관장, 교수 등 36명은 입을 모아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을 우선 과제로 지적했다. 내국인이 기피하는 열악한 노동조건을 그대로 둔 채 인력을 외국인으로 채우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밖에 안 된다는 경고다.
처우 개선의 핵심은 임금 인상이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 후 노인 돌봄은 겉으론 국가재정으로 유지되는 ‘공적 돌봄 체계’가 됐지만, 실제 서비스 공급은 민간 시장이 주도한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6년 4월 기준 전체 장기요양기관 3만553곳 가운데 국가가 설립·운영하는 기관은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설립·운영하는 7곳과 장기요양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1곳(서울요양원)이 있을 뿐이다.
이윤을 남겨야 하는 민간에선 비용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요양보호사의 임금이 18년 동안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는 까닭이다. 2022년 장기요양실태조사를 보면, 전체 요양보호사의 월평균 임금은 109만9천원으로 같은 해 최저임금(191만4440원)보다 낮다. 제조업 월평균 임금(339만4천원)의 32% 수준이다.
장기요양급여 가운데 60% 이상을 차지하는 재가방문요양 종사자의 처우는 더 열악하다. 시설형 요양보호사의 월평균 임금이 약 194만원인 데 견줘, 방문형 요양보호사의 월평균 임금은 97만원에 불과하다. 월급제인 시설 요양보호사와 달리 재가방문 요양보호사는 수급자가 필요한 돌봄 시간만큼 호출형으로 짧게 일해 단시간·불안정한 일자리에 머무르고 있다.
임금을 높이려는 시도는 있었다.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장기요양수가로 통칭돼 인건비를 확인할 수 없는 현행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문제를 지적하며 ‘요양보호사 기본임금과 경력이 인정되는 표준임금체계를 만들고 이를 관련 규정에 반영하라’고 권고했다. 이후 2026년 1월부터 장기근속장려금을 1년차부터 지급하고 수당을 월 최대 18만원까지 올렸지만, 장기요양기관을 옮기면 근속이 인정되지 않는 한계는 여전하다.
2026년 5월11일 첫 간담회를 연 돌봄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돌봄 노·정협의체’는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정부 쪽은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성평등가족부가, 노동 쪽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서비스연맹 전국돌봄서비스노조, 보건의료노조 등 5개 노조가 참여하고 있다. 노동 쪽은 △최저임금의 130% 보장 △명절 상여금(임금의 120%) 제공 △식비(월 16만원) △교통비(월 15만원·재가방문 요양보호사 한정) 등을 요구했다. 전지현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위원장은 “상여금·식비 등 정부가 최근 발표한 공무직 임금 가이드라인을 참고했다”며 “돌봄도 국가에 필요하고 세금(장기요양보험료)으로 운영되는데 공무직에 준하는 복지를 인정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노·정협의체는 6월23일 2차 회의를 했고, 7월28일 3차 회의를 할 계획이다.
재가방문 요양보호사가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 노인을 돌보는 모습. 한겨레 류우종 기자
불안정한 재가방문 요양보호사의 일자리를 상용직으로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재가방문 요양보호사는 돌봄에 투입된 시간에 대해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아, 수급자 노인이 병원에 입원하거나 장기요양등급이 조정되면 한 달 수입이 크게 줄어든다. 고정임 인천나눔돌봄센터장은 “퇴직금을 6개월 단위로 주고 법정 공휴일 수당을 주는 등 처우를 조금만 개선해도 전문직 여성 등 일하려는 사람이 많다”며 “‘월급제 정규직’ 재가방문 요양보호사가 되면 국내 젊은 인력도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가방문요양을 포함한 재가서비스 제공 기관의 역할 변화도 필요하다. 현재 재가서비스는 재가방문요양, 방문간호, 주야간 보호 등 서비스별로 기관이 나뉘어 통합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 2023년부터 한 기관에서 방문서비스를 2종 이상씩 묶어 제공하는 ‘통합재가서비스’를 운영하지만, 운영기관 수가 적고 불안정한 고용형태가 계속되는 한계가 드러났다. 양난주 대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공공이 통합재가기관을 만들어 운영해 통합재가 공급을 안정적으로 늘리고, 그 안에서 상용직 요양보호사 일자리를 만드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재가방문 요양보호사 경력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수당과 경력 단계별 승급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요양보호사 임금을 결정하는 장기요양수가를 높이려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전용호 인천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노인 돌봄 체계를 움직이는 수입원인 장기요양보험료를 인상하지 않으면 요양보호사 임금 등 근본적인 개선을 하기 어렵다”며 “노인 돌봄의 주무 부처인 복지부 노인정책국을 포함한 정부가 노인 돌봄 인력 문제에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짚었다.
젊은 인력의 직업 선호도를 높이는 실질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은 돌봄 일자리가 ‘외국인의 값싼 노동’으로 자리 잡으면 요양보호사의 위상은 더 떨어지고 청년들이 이 직업을 선택할 가능성은 더 작아진다”며 “배설·목욕·구강 케어 같은 신체 돌봄에도 리프트나 로봇 등 보조 기기를 활용하면 노동강도를 낮출 수 있고, 기술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기기를 다루고 관리·운영하는 역할을 맡으면 돌봄 일자리의 성격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