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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범죄 피해자가 왜 민주당 세력 다툼까지 챙겨야 하나”

“범죄 피해자가 왜 민주당 세력 다툼까지 챙겨야 하나”
김진주 씨가 8월 11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김진주 씨가 8월 11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집중점검 | 보완수사권 폐지…청구서가 날아온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 씨

● 정치권, 결론 정해 놓고 피해자 들러리로만 사용

● 보완수사 없었다면 돌려차기 사건 결말 달랐을 것

● 부실 수사 피해자는 “경찰 없애자” 주장 않는데…

● 검찰개혁론자, 대체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 걸까

● 李, 애매하게 정치 말라…빠져나갈 구멍 마련에 분노

김진주 씨가 8월 11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는 징역 20년을 살고 나오면 복수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저한테는 20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진 셈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면 돈이 중요하겠나 명예가 중요하겠나. 그냥 사랑하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제도가 조금씩 나아지다 보면 어쩌면 저도 더 안전해질 수 있지 않나. 어쩌면 결국 제가 살려고 이러는 것일 수도 있겠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30) 씨가 8월 1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신동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김 씨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오고 있다. 관련 법안을 주도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야~ 기분 좋다”라고 남긴 게시물에 “지옥에나 가세요”라는 댓글을 남겼고,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피해자의 편이 돼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그가 정치권을 향해 거칠게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단순하다. 자신의 사건이 경찰 수사로만 끝났다면 진실에 닿지 못했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치권, 결론 정해 놓고 피해자 들러리로만 사용

애당초 경찰은 그의 사건을 ‘중상해’ 혐의로 송치했다. 이후 검찰은 ‘살인미수’로 기소했고, 항소심에서 추가 DNA 감정을 통해 성폭력 범행 정황이 드러나면서 ‘강간살인미수’ 혐의까지 적용했다. 그렇게 가해자에게 최종 선고된 형은 징역 20년. 이날 김 씨는 “경찰도, 검사도 사람이다”라며 “중요한 것은 어느 한 기관을 믿는 게 아니라,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보고 바로잡을 수 있는 구조를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씨와의 일문일답.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결국 통과됐는데.

“너무 허무했다. 처음부터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한다’고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다. 자칫 모든 피해자가 폐지에 반대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걱정했다. ‘검찰에 가스라이팅당한 것 아니냐’ ‘검찰 편을 드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피해자들과도 이야기하고, 변호사들에게도 충분히 물어본 뒤에야 ‘이제는 내 경험을 이야기해도 되겠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정치권은 그런 과정이 없더라. 이미 원하는 결론을 정해 놓고 거기에 맞는 피해자 사례를 골라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피해자에게 직접 묻고, 그 이야기가 맞는지 검증하는 과정이 없으니 지금 같은 비판을 받는 것 아닌가.”

주변의 피해자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던가.

“대부분 ‘살려달라’ ‘도와달라’고 한다. ‘용기가 없어 직접 나서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도 정말 많이 들었다. 아직 사건이나 재판이 진행 중이다 보니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더라. 경찰의 부실한 수사로 피해를 본 사람이든 이른바 정치검사에게 피해를 본 사람이든 결국 같은 피해자다. 정치권에서 정말 그들의 아픔을 진지하게 생각했다면 법안이 통과됐다고 만세를 하거나, 노무현 전 대통령 동상 옆에서 웃으며 ‘좋으시죠’라고 할 수 있었을까. 그런 모습을 보면서 ‘피해자를 너무 가볍게 대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권을 향한 비판이 거세다. ‘야당 편에 선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는데.

“‘제가 국민의힘을 선호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더라. 그런데 민주당에도 갔고, 무소속도 찾아갔고, (친여 성향의 유튜브 채널인) ‘매불쇼’에도 나갔다. 그냥 절박해서 다 찾아간 거다. 정치 성향 때문에 움직인 게 아니다. 1268쪽짜리 제 사건기록을 직접 다 읽었고, 실제로 겪은 일을 토대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오히려 그간 피해자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온 건 정치권 아닌가. 각종 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피해자를 끌어다 쓰지 않았나. 늘 우리가 이용당해 왔다. 이번에는 반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피해자가 정치권을 이용하는 거다. 그게 뭐가 문제인가.”

8월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완수사 금지 지옥문이 열렸다’ 간담회에서 김진주 씨(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동아DB

보완수사 없었다면 돌려차기 사건 결말 달랐을 것

“7월 23일 홍기원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13명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했다. 그런데 전날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가 보완수사권 폐지를 사실상 당론으로 정했다. 이미 결론이 난 상태에서 토론회가 열리다 보니 힘이 빠졌다. 공동 주최자가 13명이었는데 현장에 온 의원은 4명(홍기원·남인순·박희승·곽상언)뿐이었다. 솔직히 ‘결국 들러리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정당에 당론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정치인이라면 자기 소신도 있어야 하고, 다른 목소리도 들어가며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잘했다는 것도 아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처리되는 본회의 표결에는 최소한 참여했어야 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참여하지 않는 것도 책임 있는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

정치권은 피해자를 들러리로 취급한다고?

“물론 피해자가 모든 법을 아는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자기가 겪은 사건과 수사·재판 과정에 대해서만큼은 누구보다 잘 안다. 가령 저는 강간살인미수 사건에 대해, 어떤 피해자는 온라인 스토킹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깊이 파고들었다. 그런데 정작 제도를 만들 때는 이런 당사자들에게 제대로 묻지 않는다. 피해자를 그냥 불쌍하고 도와줘야 하는 사람으로만 보고, 필요할 때만 ‘사례’로 가져다 쓴다.”

보완수사권이 폐지된 뒤 같은 사건을 겪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거라고 보나.

“그렇지 않을까. 처음에는 중상해 사건으로 처리됐는데도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사건 당시 기억이 없었으니까. 수사기관이 그렇게 판단했다면 이유가 있겠거니 했다. 그런데 나중에 재판 기록을 직접 확인해 보니 알고 있던 것과 다른 부분이 꽤 있었다. 문제는 피해자가 그걸 알아내는 과정 자체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판결문도 자동으로 받는 게 아니고, 사건기록을 보는 것도 쉽지 않다. 제가 판결문을 받았을 때도 이미 항소 기간이 끝난 뒤였다.”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처음 인식한 것은 언제였나.

“1심이 끝난 뒤였다. 첫 재판에서 CCTV를 봤는데 이상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가해자가 저를 업고 CCTV 사각지대로 들어간 뒤 약 7분 동안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당시 정황을 하나씩 맞춰보다 보니 ‘성범죄가 있었던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사건기록을 직접 보고 싶었는데 피해자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건 사실상 공소장 정도였다. 다른 내용은 오히려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 결국 수사기록을 확보하려고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다. 문서송부촉탁을 통해 1심 도중 기록 열람이 허가됐는데도 재판부는 1심이 끝난 뒤에야 줬다.”

“그렇다. 수사기록을 확인한 뒤 ‘가해자 진술이 이상하다’고 문제 제기했다.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만지지 않았다’고만 하면 될 텐데, 가해자는 ‘지퍼나 단추는 만지지 않았다’는 식으로 부인했다. 그래서 ‘지퍼와 단추 주변을 다시 확인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는데, 2심 담당 검사가 흘려듣지 않더라. 이후 추가 DNA 감정으로까지 이어졌다. 무엇보다 ‘사람 대우를 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건 이후 오른쪽 다리가 마비돼 한동안 걷지 못했는데, 수사검사는 제가 재판에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보고 더 적극적으로 나서줬다. 가해자가 검사에게 죄송하다고 하자 ‘왜 우리한테 죄송하냐. 피해자한테 죄송해야지’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그 사실을 한참 뒤에 알았는데, 그 말을 듣고 정말 위로가 됐다.”

검찰개혁론자, 대체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 걸까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면 경찰 제도를 보완하면 된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 주장은 결국 ‘경찰이 완벽하게 수사할 수 있다’는 전제에 서 있다. 그런데 완벽한 경찰이 어디 있나. 경찰도 사람이고 검사도 사람이다. 사람이 하는 일에는 당연히 편차가 생긴다. 중요한 건 경찰을 완벽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수사가 잘못됐을 때 바로잡을 수 있는 구조를 두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경찰에서 수사하고, 검찰에서 다시 보고, 마지막으로 법원이 판단한다. 단계마다 판단이 다르면 ‘뭔가 잘못됐구나’ 하고 확인할 여지가 생긴다. 그런데 검찰의 보완수사가 사라지면 그 과정이 하나 줄어드는 것 아닌가. 피해자만 불리한 것도 아니다. 잘못된 고소나 진술 때문에 억울하게 수사 받는 피의자도 마찬가지다.”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이들은 검찰 수사로 피해를 본 사례를 근거로 검찰의 수사 기능을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대체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 걸까’ 싶다. 모든 게 해피하게 돌아가는 세상을 전제로 생각하는 것 같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경찰의 부실한 수사 때문에 상처를 입은 피해자가 제가 아는 사람만 헤아려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그분들이 ‘경찰을 없애자’고 하지는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경찰이 필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검찰에 피해를 보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검찰의 수사 기능을 없애야 한다’고 말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범죄 피해자들은 오히려 여러 기관이 사건을 들여다보고, 한 번이라도 더 수사하고 검증해 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몸으로 안다. 완벽한 경찰도 없고 완벽한 검찰도 없다. 완벽한 기관을 만들 수 있다는 전제에서 제도를 짜는 것 자체가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슬픈 건 제가 민주당 내부의 정치 상황까지 들여다보게 됐다는 점이다. 정말 알고 싶지 않은 뉴스를 챙겨 보고 있다. 보완수사권 폐지가 순수하게 제도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여권 내 세력 다툼과 얽혀 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정치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세부 보완책이 나오지 않을까. 대통령도 결국 여론과 지지율을 의식할 수밖에 없으니 지금과는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런데 범죄 피해자가 왜 이런 것까지 챙기고 고민해야 하나. 누가 어느 편인지, 정치권의 역학 관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까지 계산하면서 내 삶과 관련된 제도를 걱정해야 하나.”

이재명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나.

“‘애매하게 정치하지 마시라’ 말하고 싶다. 국민을 대변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중요한 문제에서는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밝혀야 하는 것 아닌가. 차라리 ‘검찰개혁에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딱 잘라 말했다면 ‘대통령에게도 그 나름의 생각과 소신이 있겠지’ ‘그래, 못 말리겠다’ 하고 넘어갔을 것 같다. 그런데 ‘국민의 우려가 많으니 잘 챙겨달라’는 식으로만 이야기하니 더 화가 난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으려는 것처럼 느껴진다. (대통령이) 그게 뭔가.”

출처: 신동아 https://n.news.naver.com/article/262/0000019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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